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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인욱 기자의 아하생각>서울 언남고의 깊은 여운

박인욱 기자

서울 언남고는 추계 한국고등학교 축구연맹전에서만 7차례 우승을 차지한 한국고교축구의 절대 강자였다. 하지만 작년에 이어 올해도 결승전에서 부산 부경고에 무릎을 꿇고 말았다.
지난 2월부터 언남고의 축구감독이자 한국고등학교 축구연맹 회장인 정종선 감독이 축구운영비 등의 횡령 문제로 경찰조사를 받기 시작해, 최근에는 학부모 성폭행 등의 혐의가 추가되어 조사가 이어지고 있었다. 결승전(26일)이 열리기 몇 시간 전에는 한국축구협회(KFA) 공정위원회에서 정 감독을 영구제명 하며 축구계 진출을 차단하는 결정을 내렸다. 그 전에 정 감독은 성폭행 등의 혐의로 감독직무가 정지된 상태였으며, 언남고는 임시감독체제로 운영되고 있었다.
대회 앞두고 연이은 악재(惡材)들이 메인 뉴스에서 보도되며 언남고의 학생과 학부모들에게 정서적 타격을 가하고 있었다. 이런 분위기를 반영하듯 부경고의 관람석 학부모들과 달리 언남고의 관람석 학부모들은 자신의 아이들이 부딪치고 넘어지는 데도 큰소리 한 번 지르고 못 하고 경기 내내 침묵으로 일관했다.
너무도 극명하게 대비되는 이 광경을 과연 누가 만들었을까?
①학부모는 자녀의 진학을 위해 감독 등에게 절대 복종이 묵시적으로 강요되는 체육계.
②감독이나 코치들은 정년이 보장되지 않는 계약직이며, 아울러 적은 임금 등은 학부모의 경제적 부담을 가중시키는데도 예산 지원에는 소극적인 교육계.
③진학에 있어 운동 성적증명서 등을 요구하는 성적지상주의 사회 풍토.
언남고의 깊은 여운을 보면서 대한민국의 학생들에게 무엇이 희망인지 이제 어른들이 답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