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소리를 듣다 지역지킴이, 소상공업자 _ 3편> 시인이 운영하는 ‘길목슈퍼’
8월20일(화), 합천에서 마령재를 넘어 거창을 가다보면 24번과 26번 국도가 만나는 지점에 작으나 멀티기능을 하는 정다운 정류소, ‘길목슈퍼 묘산 합동정류소’를 찾았다. 간판이 말해 주듯 붐비는 사람들도 없이 한적하며 첫 인상부터 매우 포근한 느낌을 준다.
처음 들어서는 과객에게 시원한 냉수를 선득 내어 놓는 심성희(여 68세) 사장은 깔끔한 모습의 곱게 단속한 쪽진 머리모양이 먼 옛날 양반가의 마님을 연상하게 한다. 조그마한 실내공간을 다기능용도로 분할활용하다 보니 약간 복잡해 보이고 출입구 방향에 놓인 낡은 책상 한 개가 정류소장의 집무장소다. 그 흔한 컴퓨터 한 대 없이 수기로 차표를 판매관리 하고 있다. 의아한 표정을 지을 사이도 없이 거창을 중심으로 운영되는 거창여객과 서흥여객이 하루에 10대 못 미처 지나가고 있는데, 이용 고객이 없다시피 한 주된 원인이 농촌인구 감소이겠지만 ‘광주대구고속도로’로 개명된 88고속도로가 개통되고 조국 근대화의 하나로 합천댐이 건설되면서 많은 주민들이 대처로 이주해 간 탓이라 말하고 있는 심씨의 얼굴은 무념무상 그 자체다.
슈퍼라 하지만 진열된 상품은 주로 간단한 음료계통과 잡화들로 시골의 향수를 풀풀 날리고 있다. 이층으로 오르는 계단 밑의 공간을 포함한 몇 개의 원탁과 의자들로 구성된 안쪽 가장자리는 정겨운 카페를 연상되게 하는데, 한시와 한글 시 수십 작품을 붓으로 쓰서 표구도 않고 벽면을 가득 채우며 걸려 있다. 평범하지 않는 분위를 설명하는 주인장 심씨는 숨어 있는 합천의 신사임당이라 느낄 분위기를 연출했다.
시 전문 문예지 <한국시>로 1997년에 등단해, 합천문인협회에서 활동하는 심씨는 “그동안 다룬 문예 분야도 박꽃, 잡초, 낙엽을 밟으며 등으로 출발해 20여 년을 이곳 향토 자연을 노래하는 복된 사람”이라 스스로에 대해 말하며 살포시 웃는다. 붓글씨 쓰기를 가족 돌봄보다 중히 여김은 ‘詩, 書, 音’ 모두를 갖는 선비정신을 품고 싶은 시인 본인의 욕심이라고 고백하는 순간은 표정이 오히려 장엄하기까지 했다.
심씨가 이곳으로 시집 오기 전인 일제강점기, 목탄차량이 운행되던 시절부터 시작하여 3대째 가업으로 지켜온 묘산 합동정류소 업무는 이윤추구보다 지역주민의 정을 서로 나누는 통로다. 장날이 되어 병원 진료를 위해 정류소를 이용하는 노인들을 보노라면 마음이 짠하다는 심씨의 바람은 “대처에 나간 자녀들이 부모 안부 묻는 전화라도 자주 하는 것”이라 했다. /한봉수 시민기자
지역경제의 한 축을 든든히 맡고 있는 소상공업체를 찾아 그들의 경영철학과 애환,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바람을 듣는다. (본기사는 경상남도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 보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