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보존프로젝트, ‘기록해서 남기자!’> 21| 합천읍 ‘함벽루’, “아름다운 황강 즐기기 딱 좋은 누각”
10월 29일(화), 합천의 빼놓을 수 없는 명소인 아름다운 누각 함벽루를 찾았다. 합천8경 중 제5경인 함벽루는 고려 충죽왕 8년(1321년)에 창건해 수차례 중건했고 경상남도문화재자료 제59호이기도 하다. 누각으로 들어가는 길목에는 바위에 음각된 수많은 글을 볼 수 있는데 거의 대부분 이름을 새겨둔 모습이다. 한 분 한 분, 누군지는 알 수 없지만 이곳을 다녀간 옛 사람의 발자취로 보인다. 그 중 눈에 띄는 것은 암벽에 각자한 함벽루는 우암 송시열의 글씨라고 연호사 종무소 직원 최무광 씨가 알려준다. 누각 진입로 쪽에는 우암이 썼다는 함벽루(涵碧樓)라는 편액이 보이고 강을 바라보는 쪽엔 제일강산(第一江山)이란 편액이 걸려있다. 이곳 풍광이 어디에도 빠지지 않게 수려하다는 뜻일 것이다.
함벽루의 유명세는 누각의 처마 낙수가 황강에 바로 떨어지는데서 찾는데 지금은 강변을 따라 데크로드가 설치되면서 낙수가 황강으로 바로 떨어질 일이 없다 생각하니 아쉬움을 넘어 안타깝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누각에 올라 황강에 눈높이를 맞추면 이곳이 배인가 하는 착각에 절로 시 한 수라도 읊어야 할 것 같다. 황강을 가장 아름답게 바라볼 수 있는 이곳 풍광에 취한 시인 묵객들이 이미 편액에 많은 시를 남겼다. 우암 송시열의 함벽루기를 비롯해 합천이 낳은 남명 조식 선생의 오언절구 한시(漢詩)가 보이고, 퇴계 이황의 시(詩)가 맞은편에 답하듯이 걸려있다. 남명과 퇴계는 닭띠 동갑내기로 한 시대를 같이 살아간 두 사람은 출처관이 너무도 달랐는데 퇴계가 인의(仁義)를 숭상한 후덕한 인품이었다면 이 곳 합천 출신의 남명은 경의(敬義)를 중시한 시퍼렇게 날이 선 기상의 소유자라 할 수 있다. 퇴계는 학자와 관료를 병행하며 주자학의 이론 연구에 매진했다면 남명은 초야에서 일생을 보낸 선비로 이론보다는 실천을 중시했던 인물이다. 누각의 마루에서 유유히 흐르는 강물을 바라보며 평온한 마음을 가질 수 있는 멋진 곳에서 직접 시를 짓지 못한다면 옛 시인의 시라도 읽어 볼 수 있게 해석된 우리말 안내문이 있으면 어떨까하는 생각을 해본다. 다음 이 곳을 찾을 땐 시집 한권 챙겨와 아쉬움을 달래야겠다. /박영수 시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