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증가와 노인 일자리 정책 근본적으로 바뀌어야 – 이호석 논설위원
지금 우리나라는 급격히 고령 사회로 접어들면서 사회 전체가 생동감을 잃어가고 있다. 우리 합천군은 초고령 사회가 된 지 이미 오래 이고, 2026년이면 우리나라 전체가 초고령 사회로 접어든다고 한다.
합천군의 경우 2018년 한 해 사망자가 778명인데 반해 출생자는 125명이며, 17개 읍면 중 출생자가 5명 이하인 면이 12개 면이나 된다. 군내 대다수 마을에서 아기 울음소리가 그친지 오래다. 우리 사회가 이렇게 결혼을 등한시하고 출산율과 사망률이 불균형을 이루며 인구 절벽 시대를 초래하게 된 것은 1960~70년대 잘못된 인구 억제 정책과 경제발전으로 풍족해진 사회 환경 탓도 있지만, 이러한 상황에 제대로 대처하지 않는 위정자들의 책임이 크다고 할 수 있다.
정부에서는 인구증가를 위한 출산정책에 수년간 수십조 원을 투자했다고 떠들고 있지만 별 실효성 없는 생색내기에 불과하다. 결혼 적령기의 청년들이 여유 있는 마음으로 결혼을 하고 싶어 하고, 결혼한 부부들이 아기를 갖고 싶어 하는 그러한 환경을 만들지 못하고 있다. 그 이유는 정부의 모든 사업이나 정책이 표를 의식한 선거에 매몰돼 있기 때문이다. 국가 장래의 가장 큰 재앙이 될 인구 증가 정책은 형식적일 뿐이고 천문학적 예산이 들어가는 각종 복지에만 치중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다 보니 한 사람에게 3중 4중의 복지 시혜가 주어지면서 국민정신을 나태하게하고, 옳은 일자리를 만들기보다는 알바와 같은 일시적 일자리만 양산하고 있다. 하나의 예로 노인복지와 노인 일자리를 들 수 있다. 노인들에게 여러 가지 과도할 정도의 복지가 주어지고 있고, 그 일환으로 시행되고 있는 노인 일자리를 보면, 길거리 쓰레기 줍기나 학교 주변 도로에 깃대를 드는 일 등이 고작이다. 이러한 일자리는 노인들의 삶의 질과 행복지수를 높이거나 사회발전에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올바른 인구 증가 정책으로는 먼저 청년들이 안정된 직장에서 여유 있는 생활을 할 수 있는 건전한 일자리를 늘리는 데 집중되어야 한다. 그리고 결혼 적령기의 젊은이 중에는 미혼자보다 기혼자에게 또 자녀를 둘 이상 출산 한 가정에 파격적인 우대를 해주어야 하며, 노인 일자리 정책도 근본적으로 바뀌어야 한다. 노인이 급증하고 100세 시대인 지금은 7, 80대 노인 중에는 정신적, 육체적으로 건강하고 능력 있는 사람이 많으며, 이들은 여가 선용 정도의 저임금에도 젊은이들 못지않게 일할 수 있다.
이제 우리 사회도 노인에 대한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 무기력하고 허송세월만 하는 사람들로 봐서는 안 된다. 널리 전해오는 고구려 때 고려장과 박 재상 모친의 이야기를 소개한다. 박 재상은 노모를 고려장 하기 위해 지게에 지고 산으로 올라갔다. 현장에 당도하여 하직 인사를 하기 위해 눈물을 흘리며 절을 올리자, 노모는 네가 집으로 가는 길을 잃을까 봐 오면서 곳곳에 나뭇가지를 꺾어 표시해두었다고 했다. 산속에 버려지는 상황에서도 자식을 생각하는 어머니를 차마 버리지 못하고 국법을 어기고 노모를 모셔와 봉양했다. 그 무렵 중국 수나라 사신이 고구려에 조공을 강요하기 위해 왔는데, 똑같이 생긴 말 두 마리를 끌고 와 어느 쪽이 어미이고 새끼인지 알아내라는 문제를 냈다. 못 맞히면 많은 조공을 받겠다는 것이었다. 고민하는 아들 박 정승에게 노모가 “말을 굶긴 다음 여물을 줬을 때 먼저 먹는 놈이 새끼”라고 가르쳐 주었다. 당황한 수나라 사신은 두 번째로 네모난 나무토막의 위아래를 가려내라는 문제를 내었다. 이번에도 노모가 나무는 물을 밑에서 빨아올린다. 그러므로 물에 뜨는 쪽이 위쪽이라고 일러줬다. 약이 오른 수나라 사신이 이번에 재(灰)로 새끼를 한 다발 꼬아 바치라고 했다. 이 문제는 못 맞힐 것으로 생각했는데 노모는 새끼 한 다발을 꼬아 그대로 불에 태워 놓으면 재로 꼰 새끼가 아니냐? 라고 하여 사신을 놀라게 하였다. 이 어려운 문제를 모두 풀자 수나라에서는 고구려를 동방의 지혜 있는 민족이라며 다시는 깔보지 않았고, 황제는 고구려를 침범하지 말라고 하였다. 이후부터 고구려의 고려장 제도가 없어졌다고 한다.
또 그리스의 격언에 ‘집안에 노인이 없거든 이웃에서 빌리라’는 말이 있고, 영국 속담에는 ‘노인 한 사람이 죽으면 도서관 하나가 없어졌다’라는 말도 있다. 박 재상 모친의 얘기나 이러한 속담은 모두 삶의 경륜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말해 주는 것이다.
국가 장래를 위해 위정자들은 당리당략과 표를 의식한 가식적 정책을 지양하고 실효성 있는 인구증가 대책을 강구해야 하며, 훌륭한 경륜을 가진 노인들의 지혜가 사회에 조금이라도 기여할 수 있는 실질적 노인 일자리를 개발하는 데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