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금성산 봉수대를 복원하자 – 정현규 재경향우
금성산 봉수대는 합천군 대병면의 중앙에 위치하고 있다. 백두산에서 시작되는 백두대간이 지리산으로 향해 오다 소백산의 한 줄기로 남덕유산에서 뻗어 내린 황매산(黃梅山, 1,108m)은 그 동쪽으로 허굴산(墟窟山, 682m), 금성산(錦城山, 592m), 악견산(岳堅山, 634m)의 3개 산을 품에 안고 있다. 이 산들은 마치 의좋은 3형제처럼 서로 어깨를 나란히 한 채 우뚝 우뚝 솟아있는데, 예부터 이를 일러 삼산(三山)이라고 했다. 그런데 가운데의 금성산은 다른 여느 산과는 달리 산 정상에 봉수대가 있어 지역주민들은 요즘도 본명인 금성산보다는 봉화산(烽火山)으로 더 친근하게 부르고 있다.
이 산은 생김새가 뿔 모양으로 되어있는데, 그 정상에 세웠던 이 ‘금성산봉수대’는 오늘날 경상남도 기념물 제219호로 지정돼 있다. 산 정상까지는 합천댐 부근의 대원사(大元寺)나 회양리 율정(새터)마을, 또는 그 반대편인 장단리 금성마을에서 출발해 오를 수 있는데, 땀 흘려 정상에 오르면 황매산 정상은 물론, 넓게 펼쳐진 푸른 합천호수 너머 멀리 거창지역까지 조망할 수 있어 전국의 산행객들로부터도 인기가 많다.
필자는 이 금성산 아래 마을인 대병면 장단리에서 태어나 이 산 기슭에서 뛰어 놀며 자랐고, 초등학교 시절에 소를 먹이다 짬을 내 정상에 한두 번 오르기도 했다. 그로부터 고향을 떠나 50여년의 세월이 훌쩍 흘러 공직에서 퇴직한 후 초로의 나이에도 가끔 고향을 찾을 때면 이 금성산에 오르곤 한다. 전통 문화에 관심이 많은 편이라 정상 부근에 봉수대의 흔적이 어디에 있나 싶어 이곳저곳 기웃거려 보지만 매번 헛수고였다. 그 자취는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 이곳에 봉수대가 있었다는 안내표지판만이 밤낮으로 지키고 서 있다.
봉수제는 낮에 연기로, 밤에는 횃불로 북쪽 국경이나 남해안의 전쟁 상황을 중앙에 알리던 군사 통신 제도로서 고려 시대에 시작해 조선 세종 때 전국적으로 정비한 후 1890년대 근대식 전화가 이 땅에 도입될 때까지 운영되었다. 남해안에는 왜적이 출몰하는 경우 남해 금산 봉수대에서 연기나 횃불을 올리면 사천, 진주를 거쳐 산청의 입암산봉수대로 전해지고, 이를 금성산봉수대가 받아 다시 거창 소현산봉수대로 전해 줘 충북 영동 등을 경유해 한양의 조정으로 그 위급성을 전했다고 한다. 당시 봉수노선은 전국적으로 모두 5개 직봉(간선 봉수대)으로 구성돼 있는데, 1로는 함경도(경흥), 2로는 경상도(동래), 3로는 평안도(강계), 4로는 평안도(의주), 5로는 전라도(여수) 지방을 기점으로 하여 한양의 목멱산(오늘날 남산)으로 향하도록 돼 있었다. 그 가운데 동래를 기점으로 한 2로인 경상도 봉수노선은 그 좌우지역에 6개 간봉(지선 봉수대)을 분산 설치해 운영하였다. 이곳 금성산봉수대는 2로(경상도 봉수노선)의 5간봉에 속했다. 이 밖에도 우리 합천에는 봉수노선은 다르지만 미숭산, 봉태산, 소학산 등 세 곳에도 봉수대가 더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당시로서는 우리 합천지역이 나름대로 국방상의 요충지였던 셈이다.
이 금성산의 좌우에 있는 악견산과 허굴산의 정상 부근에는 임진왜란 때 쌓은 산성이 지금도 남아 있다. 임진왜란 때 관군이 패주하자 가장 먼저 의병을 일으킨 곽재우(郭再祐) 의병장이 의령 정암 나루터에서 왜군을 상대로 한 전투에서 처음으로 대승을 거두었다. 조정에서는 그 공로를 인정하여 얼마 후에 곽재우를 성주(星州)목사로 임명하였는데, 당시 전쟁을 총지휘하던 류성룡(柳成龍) 도체찰사(都體察使)가 남해안 해안가에 포진하며 대치하고 있던 왜군과의 장기전에 대비해 곽재우 목사로 하여금 이 산성을 증축하게 하였다고 전한다. 또한 금성산 기슭의 합천댐 바로 옆에는 「합천임난창의기념관(陜川壬亂倡義紀念館)」이 2001년에 건립돼 임진왜란 당시의 참혹상과 지역주민들의 치열한 투쟁의 역사를 증명해 주고 있어, 국방의 주요 통신수단인 봉수대와 함께 이 삼산지역 일대가 그야말로 호국의 기상이 깃든 자랑스러운 고장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늦었지만 이제라도 가장 대표적인 금성산봉수대부터 복원에 착수할 것을 합천군과 합천문화원에 촉구한다. 다른 여러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이미 봉수대를 복원해 선조들의 호국정신을 기리고, 관광자원으로도 활용하고 있다. 우리 합천에서도 금성산봉수대가 새로 복원된다면 지역 명물이 하나 더 생기는 셈이고, 또 관광자원으로서도 그 가치를 충분히 발휘하게 될 것이다. 임진왜란 발발일을 전후해 봉수 모습을 역사적으로 재현하는‘봉화제’를 축제로 거행할 수도 있어, 인근의 합천호수, 영상테마파크, 황계폭포 등과 함께 황매산 권역을 관광자원으로 활성화하는데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본다. 그리고 남해 금산부터 5간봉 봉수대가 모두 복원된다면 남해, 사천, 진주, 산청, 거창 등 관련지자체 간 협조아래 릴레이봉수행사도 열리는 날이 올 것이다. 하루빨리 그 날이 오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