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운잡기| 설화(舌禍)와 필화(筆禍)
우리는 역사를 통해 많은 설화(舌禍)와 필화(筆禍) 사건을 알고 있다. 설화(舌禍)란 역사를 뒤바꿀 수도 있는 말실수로 세치의 혀(舌)가 부른 치명적인 화(禍: unfortunate slip of tongue))를 말하며, 필화(筆禍)는 발표한 글이 법률적으로나 사회적으로 문제를 일으켜 제재(制裁)를 받는 사건을 말한다. 특히 지도자들의 가벼운 언행은 역사의 불행을 불러올 수도 있음으로, 눈으로 보고 가슴으로 생각 한 뒤에 입을 열어야 함은 지도자의 중요한 덕목이다. 이는 예나 지금이나 조금도 다르지 않다.
명심보감(明心寶鑑) 언어편(言語篇)에 중국 전한(前漢)시대 성상학자(星相學者) 엄준(嚴逡), 자(字) 군평(君平)이 말하기를 “입과 혀는 화(禍)와 근심의 근본이요, 몸을 망하게 하는 도끼와 같으니(口舌者 禍患之門 滅身之斧也)” 말을 삼가야 한다고 하였다. 즉 “입은 사람을 상하게 하는 도끼요, 말은 혀를 베는 칼이니 입을 막고 혀를 감추면 몸은 어느 곳에서나 편안할 것이다(口是傷人斧 言是割舌刀 閉口深藏舌 安身處處牢).”라고 하였다. 그리고 불교경전 법구경(法句經: dhamma pada)에도 “모든 재앙은 입에서 나온다. 함부로 입을 놀리거나 상대가 듣기 싫어하는 말을 하지 말라. 맹렬한 불길이 집을 태워버리듯이 말을 조심하지 않으면 결국 그것이 불길이 되어 내 몸을 태우게 된다. 불행한 운명은 바로 자신의 입에서부터 시작된다. 입은 몸을 치는 도끼요, 몸을 찌르는 날카로운 칼날이다.”라고 했다. 또한 공자가 말하기를 군자(君子)는 세 가지를 경계해야 한다고 했다. “젊었을 때는 혈기가 불안정하니 여색(女色)을 경계하고, 청·장년기에는 혈기가 왕성하니 다툼을 경계할 것이며, 노년기에는 이미 혈기가 쇠잔했으니 욕심을 경계해야 한다.”고 했다.
조선시대 개국공신 정도전(鄭道傳)은 뛰어난 지략(智略)으로 조선왕조의 창업을 이루었으나 포용력 없는 성격으로 <제 1차 왕자의 난>때에 내뱉은 말실수로 이방원에게 불명예스럽게 죽음을 당했다. 세조 때 18세에 무과에 장원급제하여 27세에 병조판서가 되었던 기린아(麒麟兒) 남이(南怡)장군도 조심성 없는 언행(시 한수)으로 젊은 나이에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다. 그는 예종 때 <이시애(李施愛)의 난>을 평정하고 돌아오는 길에 북정가(北征歌)를 썼다. “백두산 돌은 칼을 갈아 다 없애고(白頭山石 磨刀盡), 두만강 물은 말을 먹여 없어졌네(豆滿江水 飮馬無), 사나이 스무 살에 나라를 평정하지 못한다면(男兒二十 未平國), 후세에 누가 대장부라 이르리오(後世雖稱 大丈夫).” 그런데 남이의 반대파인 유자광(柳子光)은 이 시(詩)에서 “나라를 평정하지 못한다면(未平國)”이라는 부분을 “나라를 얻지 못한다면(未得國)”으로 고의로 고쳐서 상부에 거짓 밀고함으로써 남이는 역적(逆賊)으로 모함을 받아 죽음을 당한 필화(筆禍)사건이다.
특히 조선 중기에는 붕당정치가 전개되면서 많은 사람이 희생되었다. 영조 때 사도세자(思悼世子)가 “신임사화는 노론의 잘못 때문에 일어났다”고 생각한다는 말을 하자 당시 집권세력이 나경언(羅景彦)의 고변사건(告變事件)을 통해 <사도세자의 10가지 비행>을 폭로함으로써 사도세자도 결국 죽음을 당했다.
그리고 필화사건은 해방 후부터 1980년대까지 많았다. 특히 일제 강점기에 일제의 검열과 탄압으로 창작의 욕구에 재갈이 물렸다가 자유롭게 글을 쓰게 된 문인들이 많았다. 1946년 시인 유진오(兪鎭五)사건과 1947년 북한지역에서 구상(具常), 강홍운(康鴻運) 등 여러 시인들의 합동시집인 응향(凝香)사건 등이 있다. 그리고 1960년 이영희(李泳禧) 필화사건, 1964년 11월 문화방송 황용주(黃龍珠)사장이 국시(國是)위반의 「통일론 필화사건」으로 구속되었고, 1965년 남정현(南廷賢)이 6.25전쟁 이후 남한의 부패상과 미국의 내정간섭을 비판한 소설 분지(糞地)가 북한매체에 연재하자 <반공법위반혐의>로 구속되었다. 1970년 김지하도 재벌, 국해(國害)의원, 고급공무원, 장성, 장차관을 5적(五賊)으로 풍자한 담시(譚詩)를 사상계에 발표하여 <반공법위반>으로 구속되고, 1975년 양성우(梁成祐)교사도 유신체제 비판한 <겨울 공화국>을 발표하여 구속되기도 했다. 이와 같이 설화(舌禍)나 필화사건은 예나 지금도 마찬가지다. 말 한마디 글 한 줄에 정치생명을 잃고 감옥에 가는 사람이 많다.
성경 주석의 설교방식인 <미드라시(midrash)>에도 “험담은 세 사람을 죽인다. 그걸 말하는 사람, 험담의 대상, 그리고 그걸 듣는 사람이다”라고 했다. 인간 생활에서 깊이 새겨둘 내용이다. 특히 지도자가 되려면 아무리 가까운 친구 사이의 농담이나 험담에도 신중하게 해야 한다. 기해년 세모(歲暮)와 경자년 새해를 맞이하면서 누구나 설화와 필화에 휩싸이지 않도록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