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령(幽靈)의 都心 – 松菴윤한걸
군자란 꽃이 피던 음력 2월 초 삼일
내 아버지 13년째 기일(忌日)이 엇다
코로나 19가 몰고 온 하늘땅은 길을 막고
길거리에 사람이 한명도 안 보이는데
장을 보려 식구 혼자서 나가지도 못하고
제사를 식구와 둘이서 뫼시기로 의논
요즈음 방학 나한테 와 있는 손자 두 놈
큰놈은 초등1년 작은놈은 유치원생
애비 애미는 직장관계로 나한테
몇 일와 있는데 책도 잘 읽고 곧잘 논다
사람은 처한 데로 하면 되는 것을 왜 몰라
상황이 이러니 제수도 다 갖추지 못하고
빗속을 손자 두 놈 우리내외 차 태워
농협 마트에 갔더니 물건도 제대로 없다고
간단하게 준비해 차례상 앞에 섰다
부모 걱정이 번개처럼 난 딸이 막내 데리고 왔네!
제관(祭冠) 내가 초헌관,축관(初獻官,祝官)
안식구가 아헌관(亞獻官)
맏손자 건호(健豪) 종헌관(終獻官) 시켜 놓았다
초등1년 신통하게도 잘하네,
250만 대구가 처한 대로 살지 하면서
중국 우한 폐렴쯤이야 하지만
제관이 없으니 쓸쓸한 저녁
내 가슴에 식솔들 그리움만 남는다,
코로나19가 낳은 우리 집 제관이
방콕 책꽂이 기일(忌日) 전화 한통 올줄 알았다
무자생(戊子生) 이후 난생 처음 하늘도 울었다
경자년(庚子年) 정유 기해 삭 초삼일
人生이 하수구에 춤추는 계절
봄 나무에는 꽃이 망울을 터트리고
활짝 웃고 계실 증조(曾祖)할아버지의 뜨락
우리 아버지 忌日에 잘 다녀가셨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