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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인욱 기자의 한마디| 보수와 진보의 딜레마

보수 야권 지지자들을 중심으로 윤석열 총장을 ‘법과 원칙의 검사’, ‘정권에 눈치 보지 않는 강골 검사’라 말하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런 수식어들은 보수 야권 지지자의 입에서 먼저 나온 것은 아니다. 현 여당과 진보 정당을 지지하는 사람들의 입에서 나왔다.
문제는 보수 야권 지지자들이 윤 총장을 향해 ‘원칙과 소신 검사’로 추켜세우면 세울수록 ‘2016년 박근혜 정부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 수사’와 그 결과를 모두 인정하는 셈이 된다. 잘 아시다시피, 당시 윤석열은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수사팀장으로 수사를 진두지휘 했다. 이와 같은 윤 총장 찬양은 미래통합당 전신이자 당시 집권 여당인 새누리당 책임론을 부각 시키며 문재인 정부를 향한 비판의 정당성도 상실 시키게 만든다.
역으로 문재인 정부와 집권 여당은 이미 ‘윤석열 딜레마’에 빠져 있다. 진보 정당 지지자들은 윤 총장을 2013년 국정원 댓글 수사팀장으로 외압에 의한 수사 방해를 폭로하고 박근혜 정부에 의해 좌천된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 강골 검사’로 기억한다. 그러한 기억은 윤석열을 2016년 박근혜 국정농단 특별검사팀의 수사팀장으로 추천하게 했고, 그 성과를 인정받아 문재인 정부의 검찰총장으로 임명됐다. 하지만 윤석열 총장이 검찰총장이 되고 가장 먼저 한 수사가 조국 전 장관과 그 일가족 수사로 자신을 임명한 대통령의 개혁을 가로막고 섰다. 진보 여권 지지자들은 그런 윤 총장에게 ‘선택적 수사’, ‘정치검사’라며 그의 사퇴를 주장하고 있지만 이 또한 윤 총장의 비난이 거세면 거셀수록 문 정부 지지자들은 자기 부정에 빠지게 된다.
현재 보수와 진보는 윤 총장이 있는 한 자기 부정이란 딜레마에서 벗어날 수 없다. 단지 보수 야권은 집권 여당에 칼을 들이대는 윤 총장이 고마울 따름이지 그것도 ‘선택적 동거’로서 정권을 잡을 때까지다. 집권 여당은 보수 언론을 방어할 수 있는 국회 장악력이 형성될 때까지는 윤 총장과 ‘불편한 동거’를 할 수밖에 없다.
이번 4·15 총선이 중요한 것은 국정 운영 주도권을 누가 잡느냐이다. 보수 야당이 과반수를 넘기면 ‘선택적 동거’는 이어갈 것이지만 집권 여당이 압도적 의원수를 확보한다면 ‘불편한 동거’는 청산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