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자충(獅子蟲) – 임장섭 前 합천교육장
제21대 국회의원을 뽑는 선거가 막을 내렸다. 이번 선거는 사상 유래없는 코로나19사태 속에 치러졌다. 처음으로 만18세 고등학생이 투표를 하고, 투표장에 갈 때는 마스크 착용과 발열체크를 받고, 비닐장갑을 낀 채로 투표를 했다. 정당수가 35개에 투표용지 길이가 48cm의 두루마리를 접했다.
국회의원은 국민의 권익과 복리를 책임지는 국민대표다. 정책수립과 집행은 정부책임이지만 그 방향과 제도화는 국회의원이 결정한다. 그러기에 중차대한 선거다. 그런 대표자를 선출하는 선거가 퍼주겠다는 포플리즘으로 넘치고 막말 등으로 얼룩졌다. 모두가 ‘허경영’이였고 얼치기 정치인들이었다. 그들은 마치 자기의 호주머니에 든 돈을 주는 것처럼 말한다. 재난지원금은 세금이고 미래세대의 빚인데 말이다. 퍼주기, 막말, 선동, 적개심 등의 무례는 정치인에겐 만국공통의 덕목인 모양이다.
선거결과는 여당압승, 야당참패다. 여당인 민주당180석, 통합당103석의 놀라운 결과였다. 선거직후 중앙선관위 발표에 따르면 전체 253개 지역구에서 민주당후보는 총 1434만5425표, 통합당후보는 1191만5277표를 얻었다. 득표율로 보면 49.9% 대 41.1%이다. 민주당 16년만에 단독 과반압승에, 투표율은 66.2%로 28년 만에 최고기록이다. 사전투표율은 26.69%로 역대최대였다. 전국선거 4연승이다. 통합당은 표밭 영남서만 압승을 했지만. 양당제 아닌 ‘1․5당체제’초입이다. 한국정치 지형변화가 이렇게 기울어진 정치지형은 없었다. ‘총선=심판’의 공식도 깨졌다. ‘집단본능’ 투표로 분열의 강도는 최악이다. 행정·사법에 이어 국회권력도 장악하고 헌법 개정 말고는 모든 게 가능해졌다. 의지만 있으면 헌번개정도 하지 않을까 싶다. 둘로 쪼개진 대한민국 표심으로 지역주의가 살아나고, 양당제에 밀려 중도정당들은 붕괴됐다.
이번 선거에서 민주당은 여당 프리미엄을 제대로 활용을 한 것 같다. 어느 논객이 지적했듯이 ‘코로나 바이러스’가 집권당을 돕는 ‘제갈량의 동남풍’ 역할을 했다. 공천도 각 분야에서 전문가들을 무난하게 한 것으로 평가를 받는다. 공천 후유증도 미미한 수준이었다. ‘이번 선거에 지면 우리는 모두 죽는다’는 절박함도 있었다. 미래통합당이 참패한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공천을 들 수 있다. 공천 번복이 너무 잦았다. 어느 후보는 몇 번을 죽었다 살아나는 코미디 같은 일이 있었다. 황교안·김형오·한선교와 공천충돌 후 인사 끼워넣기 등 무리수가 국민을 실망케 했다. 그건 국민에 대한 도리가 아니다. 불합리한 인사에 불만을 품어 쏟아내는 모습들은 안타까움을 넘어 눈살을 찌뿌리게 했다. 그러한 것들은 당에 대한 불신과 황교안 대표의 허약한 리더십으로 비춰졌다. 다음으로는 막말이다. 황 대표의 “n번방 호기심”발언으로 젊은 표심이 떠나가고, 김대호의 “3040대는 논리가 아닌 거대한 무지와 착각”, “나이가 들면 다 장애인이 된다”는 것과 차명진의 “세월호 텐트발언”은 3040유권자 이탈을 걷잡을 수 없게 했다. 공천에서 젊은이를 사지에 내보낸 것도 패착이고, ‘아직도 보수가 주류라 착각’하는 모습에서 중도표를 날려버렸다.
‘사자충(獅子蟲:獅子身中蟲)’이라던가. 동물의 왕국에서 사자는 왕이다. 백수(百獸)의 제왕인 사자는 좀처럼 외부요인으로 죽지는 않는다. 단지 ‘1cm도 안 되는 기생충이 몸 안의 온갖 영양분과 살을 먹어 스스로 죽게 된다’는 뜻에서 생겨난 비유이다. 규율과 집단이 깨진 통합당의 패배는 사자충의 원리와 같지 않은가. 이미 질 수밖에 없는 선거가 아니던가. 대야성전투(642년)를 보자. 대야성 도독(都督)인, 김춘추의 사위 ‘김품석’은 사지(舍知) 검일의 아내를 빼앗음으로써 이미 전투는 지게 되어 있었다. 반인륜적인 일로 대야성 지방의 상당한 재지세력들이 이탈하고, 검일을 원망하다 못해 적군과 내통하고, 전투시 아군의 창고에 불을 지르고 마침내 전투는 패하지 않았던가. 김품석의 행위는 사자충이다. 중국 후한말의 동탁이 여포의 아내를 빼앗음으로 빚어진 불행한 역사도 김품석-검일의 사건과도 흡사하다. 전쟁은 발발하기 전에 질 수밖에 없는 것이 있다. 준비가 미흡하고 내분과 원한을 쌓으면 패한 전쟁을 하는 것이다.
총선이 지난 지 보름이나 넘었다. 여야는 지난 선거결과에 대해 평가와 반성을 거쳐 일상으로 돌아가야 한다. 여(與)는 마냥 승리에 도취해서 오만해선 안 된다. 선거가 끝나자마자, 오거돈 성추문, 의원비서관, 군의회의장 등의 낯부끄럽고 염치없는 일들이 속속 나오고 있다. 호사다마(好事多魔)다. 좋은 시그날은 아니다. 이번 총선에서 민주당과 통합당의 지역구 득표율차로는 8.5%인데 당선자수는 더블스코어다. 승자독식 체제인 소선거구제로 인해 수도권121명 중 85.5%에 해당하는 103석을 여당이 독차지했다. 결과적으로 전국 8.5%의 득표율차이가 실제 의석수로는 거의 두 배 차이로 나타났다. 수도권 의석수 차이는 6배가 넘지만 득표율차이는 12%포인트다. 의석수로는 야당이 궤멸 수준이지만 야당을 찍은 민심의 크기는 그렇게 적지 않다. 여는 총선승리 “여가 잘해서” 22%, “야가 못해서” 61%. 특히 “소주성(63%) 탈원전(59%) 정책바꿔라” “2년 뒤 대선서 지지정당 바꿀 수 있다(49%)” “180석 여 밥안처리 야와 타협해야(72%)”는 것이 민심이다. 민심은 천심이다. 민심의 물결이 노하면 배를 뒤집을 수도 있다.
현재 야당은 국회법상으로는 무용지물이나 마찬가지다. 밤에 잠이 오지 않아야 정상이다. 그런데 자리다툼부터 하고 있다. 망한 집에 헌 가구놓고 싸움하는 꼴이다. 이런데서 무언가를 기대하는 것은 마늘밭에서 포도주를 찾는 것이다. 정권의 잘못된 정책에 반대해 통합당에 표를 던진 1200만 표의 민심마저 등을 돌리는 날이 올 수 있다. 통합당에 ‘국민절반 가까이가 호감이 가지 않는다’ 고했다. 통합당은 전국 단위선거에서 4연패를 기록했다. 민주화이후 30여 년간 없던 일이다. 야당으로선 지고 싶어도 지기 어렵다는 정권3년차의 총선에서 기록적으로 참패했다. 그러나 이번 선거는 야당에게 일침을 가하는 호된 죽비로 ‘축복’이 될 수도 있다. 이번 대패를 계기로 보수세력은 자신의 방향성을 자성하고, 새로운 진용을 내놓아야한다. 혁신의 길은 불가피하디. 나아길 길은 외연확대다. 중도층을 끌어안고 젊은 층에 호감가는 노력들 끊임없이 해야 한다. 30대당대표를 앞세웠던 영국보수당처럼 과감한 세대교체말이다.
정치란 살자고 하는 것이다. 기왕이면 잘 살게 해주는 게 정치인의 역할이다.정치는 또 ‘함께’ 살자고 하는 것이다. 다른 것도 품고, 함께 나누기위해 필요한 게 정치다, 여야의 협치가 국민의 명이다. 與가 野의 목소리를 내고 野가 與의 목소리를 내는 진화된 정치를 소망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