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인욱 기자의 한마디| 코로나 바이러스 이전 시대와 이후 시대
역사학자는 예수를 중심으로 기원 전(BC)과 기원 후(AD)를 나눈다. 코로나 19가 전 세계를 강타하면서 의학자들은 코로나를 중심으로 코로나 이전 시대와 이후 시대로 나눠야 한다고 한다. 하지만 인간의 역사는 다양한 전염병들과 싸우면서 오늘에 이르렀다. 1300년대 유럽을 휩쓸었던 흑사병(페스트)은 유럽에서만 2500만 명의 목숨을 앗아갔고, 1918년 스페인 독감(스페니쉬 인플루엔자)은 불과 몇 달 사이에 2000만 명을 죽게 했다. 이러한 전염병의 대유행(판데믹)에도 인간은 자신들의 역사를 페스트와 인플루엔자에게 그 중심을 양보하지 않았다. 더군다나 현대의학은 당시의 의학과는 비교 불가능하며, 코로나 19의 공격이 한 마을을 사라지게 하고 한 국가의 인구를 절반으로 줄어들게 하는 그런 가공스런 공포도 보여주지 않는다. 그런데도 의학자들은 인간의 역사를 코로나 판데믹 이전과 이후로 구분하려는 것은 무엇 때문인가?
인간이 바이러스(virus) 존재를 확정할 수 있었던 시기는 1930년대였다. 그 이유는 지나치게 미세하기 때문이다. 세균보다 훨씬 작아 액체로 보였고 액체로 된 독(毒)이라는 의미의 라틴어이다. 또 바이러스는 스스로 생존할 수 없으며 숙주에 기생해서 살아간다.
코로나 바이러스의 숙주는 박쥐로 알려져 있다. 박쥐는 동굴이나 바위틈에서 밀도 높은 군집생활을 하는데, 바이러스는 이처럼 군집생활을 하는 동·식물을 통해 전파되며 개체를 존속시킨다. 만약 군집밀도가 현저히 낮다면 바이러스는 숙주를 찾지 못해 종족 보존이 어려워진다. 우리나라가 해마다 겪는 소나 돼지의 구제역도 효율성을 강조한 집단 사육화로 인한 것이다. 다행인 것은 소나 돼지의 구제역 바이러스가 소나 돼지에 특화된 바이러스로 인간에게는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코로나 바이러스는 박쥐에서 인간으로 전파된 바이러스이다. 바이러스는 변이를 쉽게 일으키지 않는 DNA바이러스와 변이를 쉽게 일으키는 RNA바이러스로 구분된다. 천연두 바이러스는 DNA바이러스로 인간은 태어나 백신 한 번으로 천연두 예방이 가능하지만 독감 바이러스는 해마다 인간을 위협하는데 바이러스의 변이 때문이다. 코로나바이러스는 일반 RNA바이러스보다 전파력이 매우 빠르고 치사율이 높으며 변이 또한 빠르다. 그러므로 대도시처럼 군집화 되고 전 세계의 이동이 자유로운 지구적 네트워크화는 바이러스에게는 70억 인구를 자신들의 숙주로 삼기에 이상적인 대상이 아닐 수 없다.
또 다른 하나는 코로나바이러스가 박쥐에 기생하면서 박쥐가 가지고 있는 면역 체계와 생활 방식에도 적응했다는 것이다. 박쥐의 군집생활은 수많은 바이러스의 표적이 된다. 박쥐는 군집생활을 버리지 않는 대신 바이러스에 저항하는 면역 체계를 키웠으며, 하루 360㎞까지 날아다니며 내뿜는 40도 이상의 체온은 열에 약한 바이러스의 공격을 적당하게 차단시키는 효과를 가졌다. 이러한 박쥐의 면역체계에서도 살아남은 코로나바이러스는 몸의 체온이 상대적으로 낮은 노령자에게는 급성호흡기증상으로 목숨까지 위태롭게 하지만 몸의 체온이 높고 활동량이 많은 어린이와 젊은이들에게는 무증상으로 바이러스를 확산시킨다. 무증상 감염은 인간의 예방정책에 혼선과 좌절을 일으키며, 빠른 변이는 백신 개발을 일순간에 무용지물로 만들 수 있다. 아직 우리 인간이 감기를 완전히 정복하지 못하는 것처럼 코로나바이러스 또한 완전히 정복할 수 없다. 이태원 클럽 감염사태는 코로나바이러스가 인간이 밀집된 환경에서 얼마나 빨리 확산하고 무증상자의 전파력을 보여주는 것이라면, 중국 우한에서 최초 감염자가 발생하고 다른 대륙으로 퍼져가는 불과 3~4개월 만에 3가지 형태로 변이되었다는 것은 코로나바이러스의 변이 속도를 보여준다.
이러한 코로나 19의 특성들은 우주에서 원자단위까지 연구하는 21세기 인류에게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있다. 세계는 인터넷으로 대변되는 정보화 산업혁명을 넘어 4차 산업혁명을 가속화 하고 있다. 기존의 4차 산업혁명이 인간의 노동력 절감과 장소나 시간에 구애 받지 않는 자동화된 네트워크를 통한 경제적 효율성 증대에 목표를 두었다면 코로나바이러스 이후의 4차 산업혁명은 기존의 4차 산업혁명의 열의와 함께 인간이 인간의 접촉을 두려워하는 심리상태까지 통제하게 된다. 이것은 지금까지 인류가 지향했던 대면접촉의 역사를 통째로 부정하고 비대면접촉의 시대를 알리는 대서막이다. 코로나바이러스는 의학계에선 여전히 도전의 대상으로 남겠지만 경제계에선 생산과 소비의 메카니즘 전환을, 사회에선 적극적 참여에서 사회적 거리두기로, 역사에선 인간 대 인간의 투쟁시대에서 인간 대 바이러스의 투쟁시대를 예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