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매산 사람들 (7) -버스 타고 버스 타고- 박상래 합천문화대안학교 교장
요즘 창원에서 합천으로 오가는 길에 버스를 자주 이용한다. 당이로 오갈 때는 승요차를 이용하지만 합천에서 사나흘을 지내는 일정에는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이 편해졌다. 버스를 이용하니 자연히 많이 걷기도 하면서 걸음걸음 풍경을 즐기기도 한다. 간혹 가던 길을 이탈하여 동네로 들어가 보기도 하고, 나만의 숲길을 개척하기도 한다. 그리고 저녁 무렵엔 반주를 곁들일 수 있어서 행동이 자유스럽다. 승용차로 1시간 반이 소요되는 거리를 한 번의 시내버스와 시외버스, 합천군내 버스를 번갈아 타는데, 버스끼리의 최적의 연결시간을 찾아가도 4시간쯤 걸린다. 하금리에 내려 황매산을 눈부시게 바라보며 하금천을 1km쯤 걷는 것도 감수해야 한다. 무턱대고 출발했다가는 대기시간이 길어져서 1시간쯤 더 걸리니까 반나절 내내 이동을 해야 한다.
마산에서 합천으로 가는 길에 유쾌한 버스기사를 만나면 운전석 근처 자리로 조르르 모여든 할매들이 그간에 일어났던 일과 사람들의 안부를 경쟁적으로 전한다. 버스기사의 질문에 한 사람이 대답하면 다른 할매들이 추임새와 보충설명을 해 댄다. 아침 8시쯤에 의령을 지나면 병원 문 열기도 한 시간 전인데도 이미 병원 앞 의자에 대기하고 있는 할매들이 보인다. 버스 편을 맞추다 보니 어쩔 수 없이 일찍 나왔겠지만 지나다니는 많은 차들과 사람들을 보는 재미로 한 시간쯤은 너끈히 보낼 수 있을 것이다. 의령을 지나 칠곡에 내린 할매와 할배에게 기사는 문을 연 채 출발을 미루며 잘 가시라고 인사를 하는데, 내린 두 사람의 대화가 들려온다. 할배가 ‘어디 가노?’하니 ‘오데는 집에 가재.’ 다시 할배가 ‘그 쪽 가는 길은 저승길 아이가?’ 하니 그 할매도 차안 사람들도 웃는다. 유쾌하게 농담할 정도로 저승이 가까이 와 있는 듯하다.
합천에서 대병으로 가는 버스에는 농사정보를 나누느라 시끌시끌하다. ‘요새 고추들이 밭에서 자불고 있단다~~’. 5월인데도 냉해를 입은 고추가 시들어있는 장면을 말하는 것이다. ‘작년에는 마늘을 얕게 심어서 모두 걸어다니더라’ 모두 한바탕 웃고 ‘나도 처음엔 그런 적이 있었어~. 이 말은 얕게 심어서 뿌리를 내리면서 마늘이 땅위로 솟아오는 장면을 말하는 것이다.
옆에 앉은 할매가 내릴 장소를 미리 말했는데 잘못 알아들은 기사가 차를 세운다. 반말로 ‘내리기 직전에 말해야지’하면서 아이 나무라듯이 화난 얼굴을 차안 거울을 통해 보여준다. 차안 분위기는 모두 어색해지고, 모두 기를 죽이고 난 뒤에 미리 내릴 곳을 말한 할매가 다소곳하니까 다시 엄한 눈빛을 발사하고는 차는 출발했다. 기사 옆에 크게 붙여놓은 ‘가족처럼 모시겠습니다-서흥여객’을 보면서, 속으로 ‘이런 ㅇㅇ자식 같으니라고’. 위에서 말한 유쾌한 기사와는 분위기가 완전히 다르다.
합천 군내를 운행하는 버스요금은 거리에 상관없이 모두 1000원이다. 탈 때마다 어김없이 몇 사람은 서로 차비를 내어 준다고 실랑이를 벌린다. 내릴 때는 앞문으로 내려야 하니까 요금함에 가린 좁은 입구를 짐들과 지팡이 대용의 노인유모차를 내리느라 더디다. 내리는 곳 관계없이 같은 요금이니 미리 내고 내릴 때는 넓은 뒷문으로 내리게 하면 될 텐데 말이다.
버스가 완전히 서고 난 뒤에 일어선 노인 중에는 몇 걸음 안 되는 거리지만 잔걸음으로 나누어 걷다보니 한참이나 걸린다. 저 노인도 젊은 시절 쌀 두어 가마는 지고 뛰었을 것인데…… 그 많은 노동만큼 허리는 굽고, 가족을 위한 삶의 무게는 어깨를 처지게 했고, 무릎은 시리다. 내려 한적한 시골길을 달리는 버스의 뒷모습을 보면서 구부정한 허리의 노인과 내 모습이 겹쳐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