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봇대로 침을 만들다 – 정개모 합천 문해강사
공무원 수험생이 “어렵다”고 토로 한다.
두보의 시에는 ‘남아수독오거서(男兒須讀五車書:남아는 모름지기 다섯 수레 책을 읽어야 하지)’라고 했다. 노력하지 않고 불평해서는 안 된다. 전봇대로 침(針)을 만드는 끈기를 저버려서는 안 된다.
어느 날 7급 공채를 준비 중인 아들 친구가 우리 집에 왔다. 먼저 합격한 내 아들에게 자문을 구하러 온 것인지 우연히 공무원 시험이 화제가 되었다. 대화 중 넌지시 기본적인 한글 맞춤법 몇 개를 물어 보았다. 쓰기 문제로써 “처갓집, 상갓집”을 불러주고 써 보라 했더니 “처가집, 상가집” 이렇게 썼다. “땡이다, 인마” 얘는 모 대학교를 졸업한 행정학 석사이다. 한심하기 짝이 없다. “너는 한글도 제대로 못 쓰면서 7급 볼거냐” 눈물이 나도록 호통을 치고, 사이 시옷 한자어 예외 6개 및 동물3개 규정, 그리고 암수구분 거센소리 9종 특칙. 두음법칙 예외 등 기초적인 맞춤법 몇 개를 가르쳐 주었더니 허술한 점을 크게 보완 했다고 매우 기뻐했다.
차후 시험에서 눈에 피가 나는 호학(好學)사상을 배경으로 거뜬히 합격한 뒤 후한 대접을 받았다. 게다가 내가 가르쳐 준 1문제가 출제된 것이다.
이쯤 해서 오늘은 공자의 일대기를 살펴보자. 공자는 세계적으로 알려진 성인(聖人)이다. 대부분 이정도로 알고 있을 것이다. 공자는 BC551년 노나라 산둥성에서 64세 늙은 군인인 아버지와 무당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뒤통수가 니구산(尼丘山) 언덕처럼 생겨서 이름을 구(丘)라 지었다. 어려서부터 살아 남기위해 온갖 막노동 등에 시달려도 오직 배움의 의지를 잃지 않았다. 이에 개세지재(蓋世之才:세상을 뒤덮을 만한 뛰어난 재주나 그런 인재)의 성인이 되어 3천 여 제자를 거느리게 된다.
어느 날 제자들과 함께 거닐던 중, “이 촌락의 열 가옥도 안 되는 작은 마을에도 분명히 나보다 학문이 높고 훌륭한 사람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아직 나보다 배우기를 좋아하는 사람은 한사람도 보지 못했다”말한다. 수행하는 한 제자에게 묻는다. “너는 앞으로의 포부가 무엇이냐, 제자 왈(曰) 나이 많은 어른을 보면 내 부모 같이 효도하고, 헐벗고 배고픈 사람에 밥과 옷을 주고, 산모(産母)가 먹지 못해 젖이 없어 우는 아이 밥 주고 품어주고, 스승님의 어록은 빠짐없이 배우고 싶습니다”하였다. 이때 공자는 경지에 도달한 제자를 하산 시켰다.
살아서 배우지 못하면 죽어서도 배워야 한다. 유교 전통인 제삿날 지방(紙榜: 神主를 모시고 있지 않는 집안에서 차례나 기제사에 종이에 써서 모신 神位) 첫머리에 ‘현고학생(顯考學生)’이라 적는다. 즉 죽어서도 배우는 학생(學生)이다. 배움을 잃지 말라는 공자 어록으로 생각된다.
필자의 인생경험을 뒤돌아보면 학교 성적은 내내 꼴찌인데 머리 좋은 천재보다, 노력하는 어리버리 둔재가 결국 이긴다. 아들 친구도 역시 “전봇대 침” 학설로 합격하였다. 곧 공채 시기가 다가오고 있다. 공무원 수험생이 이 글을 보면 다섯 수레의 책을 읽는 ‘수독오거서고’와 눈에 피가나는 호학(好學) 정신, 전봇대를 갈아서 침을 만드는 노력을 더하며 반드시 합격할 것을 확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