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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추 밭에서 – 송암 윤한걸

고추 밭에서 매달린 고추를 보며
하늘을 보고 아주 잘 생긴 놈
꼬불꼬불 아주 못 생긴 놈
늘씬하게 쭉 곧고 잘 난 놈

옆에 고추와 걸터앉은 놈
아주 진한 붉은 색으로 잘 생긴 놈
지금은 사라진 풍습 이지만
시골집 사립문에 아들 낳으면 매달던

도심의 대문에 매달았던 붉은 고추
숯덩이와 같이 매달았던
그 고추가 지금은 밭에 주렁주렁
우리 엄마 날 낳고 그랬을까

지금은 93세로 요양병원 철침 대
세상에서 가장 비싼 철침대 베고 누워
지나간 과거를 다 외우는
우리 엄마 날 낳고 고추 달았우.

윤한걸(尹韓杰. 본명 윤창환)
△약력: 한국문인협회 회원 / 한국 시인 연대회원 / 대구문인 협회원 / 대구 펜 이사 / 죽순 문학 이사
1999년 시집 『人生 나그네』 발간/yoon0574@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