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운잡기| 설암공(雪嵒公)의 잠(箴)과 명(銘) – 권해조 논설위원
우리는 선현(先賢)과 선비들이 쓴 고전에서 시(詩), 서(書), 기(記), 발(跋), 잠(箴), 명(銘), 찬(贊)등 많은 분류의 글을 볼 수 있다. 그중에서 그들의 마음에 놓은 침이라 볼 수 있는 잠(箴: 規戒)과 사물에 새긴 마음이라 할 수 있는 명(銘: 金石)이 많다. 따라서 우리는 선현 선비들의 잠(箴)을 통해서 자연스럽게 유학(儒學)의 깊은 바다에서 명상에 잠길 수 있고, 명(銘)을 통해서 그들의 삶을 함께한 손때가 묻은 물건의 가르침을 느낄 수 있다. 지면간계로 선고(先考) 설암부군(雪嵒府君)께서 남긴 잠(箴)과 명(銘) 가운데 한 소절씩만 소개한다.
먼저 잠(箴)이다. 오늘날 격언(格言), 금언(金言), 서양의 잠언(The Proverbs)과도 유사하며, 스스로를 경계하거나 다른 사람을 훈계하는 전통적인 글쓰기 형식이다.
「자경잠(自警箴)」 :
스스로를 경계하는 잠.
공경하지 않으면 덕성을 잃게 되고 (不敬德失)
부지런하지 않으면 학업이 폐기된다. (不勤業廢)
잘못을 고치지 않으면 허물이 자라고 (不改過長)
자신을 속이면 밝은 마음이 가려진다. (自欺明蔽)
원컨대 너는 반성하고 자세히 살펴서 (願爾省察)
자나 깨니 해이하지 말아야 한다. (毋弛寤寐)
- 《설암문집(雪嵒文集)》 권7(卷七)에서, 설암(雪嵒) 권옥현 (權玉鉉: 1912-1999)은 경남 합천 대병 태생으로 아명(兒名)은 준총(駿驄)이며, 자(字)는 휘원(輝遠)이고, 호는 설암(雪嵒), 정재(靜齋)이다. 이이(李珥) 율곡(栗谷)선생과 우암(尤菴) 송시열(宋時烈)의 학문을 따르는 기호학파(畿湖學派)의 근세유학자로 기유(己酉:1969년) 원단(元旦)에 스스로 마음가짐에 대해 지은 잠이다.
다음은 명(銘)이다. 곁에서 삶을 함께한 물건을 노래한 글이다.
「고장궤명(古藏櫃銘)」
: 옛 문건을 저장한 궤의 명.
조상이 심은 뽕나무와
가래나무조차도 (惟桑與梓)
옛 사람들은 반드시 공경한다
하였지 (古云必恭)
하물며 조상의 손때 묵은 것을
(况乎手澤)
감히 받들어 존숭하지 않으랴
(敢不奉崇)
삼가 이것을 수습하여 (謹玆收拾)
갈무리하고 봉하여두네 (以藏以封)
원컨대 삼가고 조심하여 (願言兢兢)
무궁토록 보전되길 기대한다.
(期保無窮) - << 설암문집>>, 18권중, 권7, 28면, 선대에서 남겨주신 기물과 서책 중에는 오늘날 귀중품에 될 물건이 많은데 고조부 부당(負堂: 諱는 奎)부군(府君)이 축적한 것이다. 무오(1918년)년에 큰 화재로 모두 불에 타고 겨우 보존된 것이 선대의 만사(挽辭)와 제문(祭文) 2책과 인친(姻親)의 편지 3첩(三帖)뿐이다. 이것을 수습하여 궤 속에 보관하며 공손히 절하며 명을 지어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