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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적(政治的) 장난질 – 문계성 수필가

권력을 추구하는 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투쟁방법은 적을 분열(分列)시키는 것이다. 이는 공산주의자들의 특기이기도 한데, 이들은 적들의 사적 이기심(私的 利己心)을 충돌질하여 분열과 갈등을 조장한다.
분열과 갈등은 내분을 조장하고, 마침내 그들끼리 싸우다가 스스로 무너진다.
노무현 씨는 대통령 후보자가 되면서 충청도 표를 노리고 행정수도 이전을 공약했다. 이 행정수도 이전을 처음 의도한 사람은 박정희 대통령으로서 1970년대 후반기였다. 박대통령이 충청도 행정수도 이전을 의도한 이유는, 당시 급속한 산업화로 서울이 인구 집중으로 비약적으로 비대해지기 시작했으므로, 서울로 몰리는 인구를 분산시켜 국토의 균형발전 시킨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당시 이 계획에 대하여 가장 강력하게 반발한 사람이, 당시 야당의 대표적 인물이었던 김대중 씨였다. 당시 김대중 씨는 1976년 에 발생한 3.1 구국선언 사건(명동성당사건)과 관련하여 구속되어 교도소에 수감 중이었는데, 김대중 씨의 반대 논리는, ‘박정희 대통령이 남북의 분단을 고착화하여, 대만처럼 총통이 되어 남한을 평생 통치하려는 불순한 의도’라는 내용의 것이었다. 즉, 박정희 대통령이 통일을 생각했다면 행정수도를 파주 등 북쪽으로 이전하려 하였을 것인데, 남한의 가운데쯤인 충청도 남쪽으로 이전하려는 것은, 국토 분단을 고착화하여 남한의 영구 통치를 획책하는 증거라는 것이었다. 이 논리는 1970년 대 전반에 박정희 대통령에 의하여 만들어진 유신헌법과 연관되어 매우 설득력 있게 들렸다.
이 김대중씨의 반대 논리는 변호인을 통하여 앰네스티로 전달되었었다. 이 박정희 대통령의 행정수도 이전 계획이 중단된 이유가 그의 죽음 때문이었는지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당시, 유신헌법 하에 있던 상황에서 ‘남한을 영구 분단시켜 총통이 되려는 의도’라는 반대의 명분이 매우 부담스럽게 작용했을 것이다.
노무현 씨는 김대중 대통령의 적극적 후원을 힘입어 대통령이 되었는데, 김대중 씨의 후원을 입은 노무현 씨는 세종시 행정수도 이전 공약으로 충청도에서 대선에 승리하는 결정적인 표를 획득했다. 김대중 씨가 박정희 대통령의 충청도 행정수도 이전을 그렇게 반대하다가, 그가 후원한 노무현 씨의 충청도 행정수도 이전을 후원한 것은 매우 아이러니한 일이다. 남이 하면 불륜이지만 내가 하면 로맨스가 되는 것일까? 하기야 정치인들이 표를 얻는데 못 할 짓이 있겠는가.
급속한 산업화로 인한 국토 불균형을 염려한다는 박정희 대통령의 행정수도 이전 논리는, 인구가 서울로 집중하기 시작한 당시의 상황으로서는 선견지명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2003년의 대선 상황에서는, 서울은 이미 비대해질 대로 비대해져 세계적인 도시로 변해있었다. 행정수도를 만들어 상당한 서울의 인구를 이전시켜 국토균형을 이루겠다는 논리가 과연 현실적으로 설득력이 있었을까? 이 논리는 대선의 캐스팅 보트 역할을 했던 충청도 도민들의 이기심을 자극하여, 충청도의 표를 얻겠다는 정치적 계산에서 나온 논리임을 아무도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결국 이 정략적인 행정수도 이전 공약으로 노무현 씨는 대선에 성공했다.
사람들은 공리(公利)에는 어둡지만, 이기(利己)에는 매우 민감하다, 그래서 정치인들은 대중의 이기심에 충동질하여 표를 얻어낸다. 지금에, 그 많은 비용이 투입된 세종시가 옳은 선택이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사람들은 세종시를 보면서 감회에 잠기리라.
노무현 대통령은 2006년에는 영남권 신공항을 부르짖으며, 부산 옆 가덕도에 신공항을 건설할 계획을 발표했다. 이 가덕도 신공항 건설 계획 발표는 대구와 경북의 강력한 반발을 불러왔고, 이로 인해 경남과 경북은 일시적으로 갈등관계가 되었었다. 가덕도 신공항 문제는 정치적 이해에 얽혀 부침을 거듭하다 이명박 대통령이 2011년 경제성을 이유로 무산시키는 바람에 잠잠해졌었다. 그러나 이 사안은 권력이 바뀔 때마다 부각 되었으므로, 2016년에는 박근헤 대통령이 정파를 떠난 객관성을 획득하겠다며, 파리공항공단엔지리어링(ADPI)에 용역을 주어, 그 결과에 따라 가덕도 신공항 건설 계획을 백지화하고 김해신공항 건설을 확정했다.
2021년 4월에는 부산과 서울에 시장선거가 있고, 이는 여당과 야당에게는 사활을 건 싸움이 될 것이다. 이 선거를 앞두고 여당은, 이미 확정된 김해신공항 건설 계획을 무산시키고 가덕도 신공황을 건설하겠다는 카드를 꺼내 들었다.
이 카드의 의미는 무엇일까?
이 가덕도 신공항 계획이 발표되자, 야당의 경북의원들과 부산의원들이 벌써 갈등관계가 되었다. 야당 부산의원들이 가덕도 신공항 건설계획특별법 추진을 요구하는 위원회를 만들어 기자회견을 하자, 대구에 소속을 둔 야당 원내대표가 가만있지 않겠다고 어름장을 놓았다. 대구와 부산, 경남과 경북은 같은 야당의 근거지인데, 내분이 발생한 것이고, 이것이 여당이 노린 카드의 내용일 것이다. 이 카드 하나로 야당이 분열되고, 정치적 동지라고 생각하던 경북과 경남은 갈등관계에 놓이게 된 것이다. 이 카드는 이미 그 효력을 발생시켰다.
적지(適地)에 공항을 만드는, 이 간단하기 짝이 없는 사안이 이처럼 세월과 정치적 변화에 따라 부침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아마 진실이 죽었기 때문일 것이다. 명분 뒤에 숨겨진 이기심에 불을 붙여 이득을 얻으려는 그 알량한 정치적 계산 때문일 것이다.
‘지배하려면 적을 분열시켜라! 그들의 이기심에 불을 붙여라!’는, 지배를 추구하는 자들의 그 악마적 주문이 우리 정치를 장악하고 있다.
이런 정치적 장난질의 본질은, 국민을 그들 지배 욕구의 도구로 생각하는, 자기도취적, 자기 우월적 선민의식에 있는 것일 것이다.
나는 이것을 더러운 술수라고 하겠지만 그들은 정략(政略)이라고 답할 것이다. 입으로 정직과 평등과 민주를 부르짖으며, 온갖 술수로 끝없이 권력을 추구하는 자들의, 그 교만하고 표리부동한 얼굴들이 오늘도 티브이를 통하여 안방을 방문하고 있다.
어처구니가 없게도, 우리는 그냥 바라보고만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