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문화예술의 르네상스, 그 주역을 만나다 | ‘여행 없는 기행문 쓰다’ – 수필가 이성동 (11)
수필가 이성동은 2008년 《한국수필문학》을 통해 등단했다. 현재는 합천문인협회 수필분과 위원장이며, 한국수필문학회 이사와 합천향토사연구회 회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그는 고려대학교 사학과와 동 대학원에서 교육학을 전공했으며, 군간부후보생으로 입교하여 10여년을 장교로 복무했다. 전역 후에는 교직에 몸담았으며 35년간을 교련선생으로 봉사하다 교감을 끝으로 정년을 맞았다.
올해 나이 81세인 그는 합천의 젊은 문인들로부터 가장 존경받고 있는 문인이다.
그는 “나이를 먹으면 젊은 사람들에게 짐이 되어서는 안 된다. 젊은 사람들이 나를 이렇게 함께 해주는 것만도 고맙다”고 말하는데, 그의 말처럼 각종 문학회 모임이나 행사에 있어서 빠짐이 없으며, 힘을 요하는 경우에도 자기 편익을 주장하는 법이 없다.
이성동 선생은 나이를 의심하리만치 영어도 잘하며, 문학과 역사, 특히 한국사와 지역 향토사에는 해박한 지식을 함양하고 있다. 그는 현재에도 읽고 쓰기를 멈추지 않는다. 독서량으로 치자면 아마 지역에선 선생을 따라 올 자 없었을 성 싶다. 그의 기행문을 보노라면 정밀한 시간기록과 장소에 관한 지리와 역사적 이야기가 꼭 실과 바늘처럼 함께 하는데, 사학자로서의 투철한 의식이 그의 몸에 제대로 배인 듯하다.
좋은 글에 대해 그는 이렇게 말한다.
“누에가 뽕잎을 먹고 일정기간 숙성의 과정을 거쳐 아름다운 비단실을 뽑아내듯, 글쓴이가 많은 지식과 정보를 내면에 차곡차곡 저장해두었다가 고치에서 실크를 뽑아내듯 글들이 비단결같이 곱고 아름답게 표현되어야 한다. 그렇게 하려면, 먼저 동서양의 고전을 많이 읽고, 세계사와 국사, 문학서를 많이 읽으며, 다른 사람이 쓴 잘된 글들을 많이 골라 읽어야 한다. 그렇게 하면 세상의 안목이 넓어지고 글 쓰는 요령을 알게 되며, 스스로 자기문학세계의 지평을 좀 더 넓혀나갈 수 있다”
이성동 선생은 수필 중 기행문에 탁월한 일가견이 있는데 그에게는 다음과 같은 유년의 기억이 있다.
“초등학교 5학년 2학기 부여로 수학여행을 가려 할 때다. 6·25 전쟁이 막 끝나고 춘궁기라 쌀 한 말 경비로 수학여행을 갈 형편이 되지 않아 부모님껜 말도 안 했다. 3일 후 여행단이 돌아오고 그 이튿날 담임선생님이 기행문을 쓰게 했는데 여행을 가지 않은 학생들도 쓰라 했다. 당시는 오늘날처럼 마음대로 여행할 수 없었던 시절, 미지의 세계에 대한 막연한 그리움, 천진스러운 동무들과 함께하는 여정들, 그렇게 하지 못한 어린 마음의 아쉬움이 매우 컸다. 선생님이 잘된 기행문 딱 한 편만 골라 읽어 주었는데, 뜻밖에 나의 글이었다. 듣고 있던 학생들도 울고, 나도 울고, 선생님도 울먹였다” /박옥화 시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