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문화예술의 르네상스, 그 주역을 만나다 (22) – 연극인 이순희
마흔 중반에 얻은 인생
연극인 이순희 씨는 이제 오십 중반에 머문다. 더군다나 남편과 장성한 아들들까지 있어 전형적인 ‘아줌마’라 불려질만하지만 그녀에게는 그런 당차고 염치없는 속된 함의의 ‘아줌마’는 찾아 볼 수 없다. 말하기보다는 들으려 귀 기울이므로 그녀의 목소리는 어느 곳에서나 작고 가늘며 조심스럽다. 그런데 그런 그녀가 다수의 관객들이 지켜보는 무대에서, 그것도 작중 인물들 캐릭터마다 변화무쌍한 연기들을 소화해야 하는 배우로서 등장한다면, 그녀를 익히 알아온 사람들에게는 실로 놀랄만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녀는 「카사블랑카여 다시 한 번」에서 남자 주인공 ‘보카트’역으로 초연한 이후, 「아버지의 죽음」에서는 어머니역을, 시와 음악과 극이 더한 「2018년 시극에 물들다」에서는 시낭송을, 2019년에는 「물고기 여인」으로 널리 알려진 「귀녀」 등 다수의 작품들에 출연하며 연극 인생 8년을 넘기고 있다.
그녀에게 연극을 하게 된 동기를 물으면? “마흔 중반을 넘기면서 좋아하는 것 하나 없이 나이 드는 게 아쉬웠다. 그때 합천극단에서 단원 모집한다는 말을 들었고, 그때 처음으로 제 머리에서 전구처럼 빛이 켜졌다. 극단과 미팅 날을 잡고 기다리던 열흘(10일)이 어찌나 길고 설레었든지…”
그녀는 연극을 인간이 살아 있음을 느끼게 하는 공연예술이라 하는데, 작중 인물에 나를 대입시키고는 일상에서 정체된 나를 완전히 벗어날 수 있는 경험을 선사한다고 한다. 그리고 연극배우 손숙 씨가 1999년 정동극장 초연 때부터 주연을 맡으며 ‘앞으로 20년간 이 작품에 출연하겠다’고 말한 작품 「어머니」를 통해 소녀에서 할머니가 되기까지의 굴곡지고 응어리진 여인 역을 꼭 해보고 싶어 한다.
연극을 하는 그녀에 대한 가족과 주위 사람들의 생각은? “처음 대본 연습을 할 때까지는 가족들이 몰랐다. 제가 그리 용기 있는 사람도 아니고, 또 제가 연극을 한다면 우리 집 남자 셋이 이상하게 생각할 것 같았다. 지금은 주변 지인 분들도 격려의 말을 해주시고, 특히 가족으로부터 듣는 칭찬은 큰 힘과 용기로 다가온다. 무엇보다 아들 녀석이 엄마를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것 같아 마음 한편 흐뭇하다”
그녀는 또한 자신을 연극의 길로 안내해준 사람들을 잊지 않는다.
“처음 단원모집을 알려준 지인언니와 연극지도를 해준 우리 한점숙 단장님과의 인연에 늘 고맙게 생각한다. 한 단장의 권유로 시 낭송을 하는데, 게으른 독서 대신 시 한편씩 외우는데서 내면의 온도가 오르는 것 같다. 공연할 때는 공연을 빨리 끝내고 싶었지만 지금은 마냥 아쉽기만 하다. 코로나가 물러가고 대본을 들고 무대에 서서 연습할 수 있는 날이 빨리 왔으면 한다”
/이상식 시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