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상 텃밭
노덕경
논설위원
나이를 먹는 것이 자동차의 달리는 속도에 비례한다고 했는가. KTX 타고 차창으로 황금들판을 찰나(刹那) 바라보는 것 같다. 세월이 흘러 어느새 이순을 맞았고, 정년했으니 신변부터 정리해야 했었다.
적은 재산이나마 관리차원에서 흩어져 있는 집과 땅을 정리하여 노후 관리가 쉬운 상가를 보려 다녔다. 부동산 사고파는 거래는 어렵다. 마음에 들고 조금 괜찮다 싶은 물건은 나의 능력 밖이요, 수중에 있는 돈으로는 물건이 마음에 들지 않고 시원찮았다.
장래를 생각하고 사용측면에서 상가는 교통이 편리한 역세권이 좋다. 역세권 주변을 몇 달을 찾아다니다 나는 지쳤다. 집 사람은 발이 붓도록 여러 동네 부동산 사무실과 매물을 찾아다녔다. 작은 5층 건물인데 1층은 근린사무실과 주차장, 2층은 식당전용, 3- 4층은 근린생활시설인 원, 투룸이 있고, 5층은 전용 주인세대가 살도록 되어있다. 또한 옥상에는 잡동사니를 넣을 수 있는 창고 방이 있었다.
이 집은 건설회사 사장이 살려고 지었다. 효율적으로 쓸모 있게 설계했고 콘크리트 일체식 구조로 튼튼하게 지었다. 외관도 양면에 화강암판석이 붙어있고 양면은 벽돌타일이 붙어있다. 특히 5층 주택은 살던 집만큼 커서 집 사람이 마음에 들어 했다.
또한 옥상에 방수문제와 상관없이 바닥에서 45센티미터 높이로 슬래브 치고, 1미터 깊이, 가로 2.4미터, 세로 4.5미터, 11평방미터(세 평) 크기의 텃밭을 만들어 놓았다. 또한 옥상 슬래브에서 친지와 이웃과 함께 담소하고 삼겹살 파티도 가능하지 싶어 좋았고, 무엇보다 아내와 나는 옥상텃밭이 있어 마음에 들어 집을 구입했다.
5층 주택은 입주했고 텃밭은 내외의 소일꺼리 농장이다. 이른 봄부터 퇴비를 준비한다. 채소의 찌꺼기와 과일 껍질, 때로는 한의원에서 한약 찌꺼기도 얻어다 넣고 썩혀서 거름으로 만들었고, 봄이면 농협에서 좋은 퇴비를 서너포 구입하여 거름을 주고 흙을 갈아 업는다.
아침 저녁으로 옥상에 올라가 밭 고량을 만들고 씨 뿌리면 며칠 후에 파란 새싹이 돋는다. 사랑스러워 물 주고 잡초 뽑고 벌레를 잡아준다. 식물은 하루가 다르게 방긋 웃고 무럭무럭 자란다. 텃밭에 자라는 식물을 바라보면 신비경이다. 바라보고 키우는 재미와 싱싱한 무공해 푸성귀를 키워먹는 즐거움까지 준다.
옥상에는 취미로 분재와 란, 선인장 등 키우는 장소로도 적합했다. 직장생활하면서 유일하게 분재와 란, 꽃 가꾸는 것이 취미였다. 아파트에 살 때, 분재류가 많았는데, 지방근무 5년 동안 관리소홀로 많이 죽였다. 남은 분재, 느릅나무, 영산홍, 벚꽃나무, 향나무, 꽃 사과, 동백나무, 선인장, 란 종류 등의 취미활동 공간으로도 안성맞춤이다.
텃밭에 고추, 토마토, 상추와 쑥갓, 봄배추, 열무 등을 심어 무공해로 물 만 주면 잘 자란다. 키워서 봄부터 가을까지 식탁에 푸성귀가 오른다. 케일은 진딧물이 많이 생겨 일일이 손으로 잡아주어야 녹즙이나 쌈으로 먹을 수가 있다. 세평이면 우리식구 먹기에는 채소가 남는다. 친지와 이웃까지 나누어 먹는다.
내외는 시골에서 자란데도 농사에 문외한이다. 농사를 몰라 거름 주고 바로 모종이식하여 말라 죽이곤 했었다. 시골 동서에게 자문을 구하니, 거름이 썩는 과정에 열이 발생되어 며칠 지나 심어야 모종이 잘 자란다고 했다.
여름이면 태양열로 옥상 슬래브가 덥고 수분증발이 빠르다. 채소들이 물을 달라고 축 처져있다. 텃밭은 먼지가 날 정도로 말라있고, 늦게 귀가 한 날은 먼저 와서 물 좀 안준다고 아내의 잔소리다.
물주고 이튿날이면 식물들이 고개를 들고 방긋 웃으며 파릇파릇 자란다. 때로는 주변의 비둘기와 까치들이 땅속의 굼벵이를 잡아먹는다고 텃밭을 뒤집어 놓기도 하고, 개미들도 어디서 왔는지 집을 짓고 식물들의 진딧물을 빨아 먹기도 한다.
가을이면 배추 50여 포기와 총각김치를 농협에 구입하여 김장을 하는데 옥상에서 기른 배추와 무, 대파까지 보태어 한다. 무와 배추가 옥상에서 자라 보기에는 채소가 시원찮다. 그러나 천천히 자라서 아삭아삭하게 총각무가 맛이 있다.
세평짜리 옥상 텃밭은 내외의 소일꺼리요, 봄부터 가을까지 푸성귀를 준다. 하루가 다르게 채소가 자라는 모습이 신비롭다. 정성을 주는 만큼 자라고 꽃이 피고, 벌과 나비가 날아들고 열매까지 주니 자연의 섭리가 아닌가.
인류가 지구에 살면서 자연 상태에서 거두기만 했는데, 사람이 많아지면서 머리를 써서 재배방법을 개선하여 발전해온 것이 농사다. 사람은 생명의 원천인 흙에서 태어나 흙을 떠나서 살 수가 없다. 자연은 사람들의 스승이다. 자연은 노력한 만큼 돌려주는 것을 흙에서 배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