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태에 관한 상념 – 문경자 수필가
명태를 잡아서 얼린 것을 동태라고 한다. 냉동어는 단백질, 비타민B2 인 등이 함유되어 감기몸살에 효과가 있다. 쉽게 구입할 수가 있어 누구나 즐겨 찾는다. 내가 동태를 손질하다 보면 가시에 찔려 피가 나기도 한다. 비린내도 난다. 그러면 괜히 죄 없는 동태 눈을 맞추고 흘겨보곤 미안한 생각도 든다. 꼬리, 지느러미, 내장을 제거한후 토막을 내어 흐르는 물에 깨끗이 씻어 조리한다. 그걸 다 감수하고 끓인 동태국을 가족들이 맛있게 먹어 주면 보람이 있다. 뻣뻣하게 얼은 동태는 깊은 바다 속에서 살다가 육지로 올라와 차가운 냉동실에서 생을 마친다. 그 과정을 생각하면 희멀겋게 눈을 뜨고 쳐다보는 것이 불쌍하다. 하지만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다행이다. 동태는 지방이 적고 열량이 낮아서 다이어트에도 좋다.
생긴 모양이 머리와 입이 커서 항상 볼때마다 하하 웃는 인상을 준다 그래서 사람들이 먹으면서도 하하 시원하다고 웃는지도 모르겠다. 전체에 특이한 무늬가 덮여 있다. 눈이 크고 아래턱은 위턱에 비해 튀어 나와있다. 고향에서 자랄 때 옆집에 사는 볼품없이 생긴 어르신 생각이 난다. 몸은 동태처럼 바짝 마르고 아침에 일어나면 마른 기침을 하며 담뱃대를 물고 길게 연기를 내 뿜었다. 그 연기도 가늘어서 주인의 성격이 그대로 보였다. 어릴 때는 그런 어른들을 실실 피해서 다녔다. 꼬장꼬장한 차가운 성깔이 그대로 나타나 사람들이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학식이 높은 양반이라 존경은 받았다. 마른 몸을 보니 고기보다는 동태국을 많이 먹었나 보다.
소고기국이나 돼지고기국도 맛있다. 특히 돼지를 잡는 날에는 온 동네가 잔치날이다. 돼지 울음소리는 지금도 귀에 쟁쟁하다. 그날은 집안에 고깃국 냄새가 코를 찔렀다. 배추 시래기를 푹 삶아 양념을 해서 넣고 한 솥 끓인다. 동네 개들도 코가 벌름거렸다. 약간의 돼지 냄새도 나고, 어쩌다 손질이 잘 못되어 까만 털이라도 발견되면 징그러웠다. 좋아하지 않아서인지 눈에 잘 띄었다. 허옇게 생긴 돼지 비계와 살덩이를 보면 차마 입에 넣고 쉽지 않았다. 어른들이 먹는 소리를 들으며 침이 꼴깍 넘어 가는 때도 있었다. 자랄 때는 고기국도 먹어야 몸에 살이 붙고 키도 자라고 예뻐진다고 하였다. 절대 못 먹겠다고 고개를 흔들었다. 냄새를 맡아서 인지 약간의 멀미 같은 증상이 있어 작은 방으로 가서 자는 척을 했다.
어머니는 고기국도 못 먹어서 그런지 깅자 다리가 약해 보인다며 걱정이었다. 추운 겨울날 5일장에 나가서 동태를 사왔다. 어머니도 꽁꽁 언 몸이 더 바싹 말라보였다. 딸을 위해서 찬바람을 헤치고 동태를 들고 오는 모습은 행복해 보였다. 손질도 안된 것을 칼로 툭툭 잘라 찬물에 씻는 손이 빨갛게 보였다. 내장도 거의 다 빼고 보니 홀쭉이가 된 동태는 볼품없이 망가졌다. 가난 속에서 자랐는지 살집은 거의 없는 편이었다. 그와 반대로 어머니 입가에 방실방실 웃음이 이마에 매달렸다. 어머니는 땅속에 묻어 둔 무를 꺼내기 위해 머리는 위로하고 팔은 뻗고 몸은 바짝 땅에 붙인다. 뾰족한 작대기로 쿡 찔러 새싹 돋은 무를 꺼낸다. 내 주먹 만한 무는 못 생겼다. 된장을 풀고 펄펄 끓은 국물에 손질한 동태를 넣고, 삐져 놓은 무를 다 집어넣는다. 젖꼭지처럼 말라 비틀어진 깐 마늘을 칼 손잡이로 두들겨 넣었다. 뚜껑이 약간 금이 간 양념단지에서 붉은 빛도 사라진 고춧가루를 두 숟갈 정도 넣고 펄펄 끓인다. 어머니는 국 맛을 보더니 동태처럼 얼어붙은 몸도 녹았다. 밥상을 차리는 모습도 행복해 보였다. 살도 없고 동태머리만 있는 국물을 먹으며 어머니는 얼굴에 웃음이 피어났다. 온 집안에 구수한 향기가 잠을 잘 때도 이불속으로 파고 들었다. 동태는 살아서 바다인 줄 아나 봐. 어머니가 끓여 주던 동태 국 맛은 세상에 없는 맛이었다. 머리뼈만 골라내고 국물만 넘기던 어머니 생각난다.
겨울은 얼어서 동태가 되는 것들도 많았다. 빨랫줄에 널어 놓은 아버지 무명바지, 어머니의 검정치마, 내 동생 무늬 없는 내복, 몽당치마 저고리 등 가족들의 모습이 그대로 얼었다 녹았다 자연으로 말랐다. 그 중에서도 제일 귀여운 것은 양말이다. 밤새워 꿰맨 양말이 두꺼워서 얼어붙으면 잘 마르지 않았다. 내 동생 양말은 작기도 하지만 귀엽다. 양말이 얼어서 매달려 있으면 동생이 빨래줄을 타고 사뿐사뿐 걷는 것처럼 보였다. 그것을 방안에 갖다 놓으면 사르르 잠에서 깨어나는 동생발처럼 예쁘게 펴졌다. 방 안에 있는 물도 얼었다. 대접에서 얼어붙은 물은 더 귀하게 여겨졌다. 사람들 자는 사이에 저 혼자 얼어서 밤사이 변신을 하였다. 마술사가 다녀 갔나 보다. 어머니가 깨끗하게 빨아서 머리맡에 둔 걸레도 꽁꽁 얼어서 방을 닦을 수가 없었다. 동태가 된 걸레를 뜨거운 물에 담갔다가 꺼내어 허리를 쭉 펴고 방을 청소한다. 지금은 이런 일을 상상이나 하겠나 웃음도 나고 시원한 동태국이 먹고 싶은 날이다.
저녁에는 동태국을 끓여 먹고 싶었다. 동네 재래시장에 갔다. 생선가계주인은 손님들에게 동태가 제철이라면서 값도 저렴하게 줄 테니 가져 가라고 하였다. 그런데 고개를 돌려 반대 편을 보니 아주머니가 더 저렴하게 팔고 있었다. 큼직한 동태가 그대로 누워있었다. 생긴 것도 저쪽 가계보다 뚱뚱했다. 단점은 손질을 해주지 않는 대신 싸게 준다고 했다. 동태를 한 마리 사서 긴 비닐 봉지에 넣어 들고 왔다. 팔을 걷어 부치고 동태를 잡았다. 미꾸라지도 못 잡는데 동태는 움직이지 않아 잡기가 수월했다. 내장을 다 빼내고 나니 깨끗했다. 갖은 양념을 넣고 곰국을 끓이 듯이 오래오래 푹 고았다. 간을 하고 맛을 보고 하다가 혀가 얼얼했다. 청량고추가 들어가서 더 매운 맛이 났다. 햅쌀밥을 한 공기 담고 동태국을 퍼서 먹었다. 오랜만에 구수하고 시원한 동태 국물이 이렇게 맛있는 것을 처음 알았다. 어머니가 먹던 동태머리를 먹어보니 뼈만 있고 먹을 게 없는데 어머니는 그냥 살을 먹는 척했나 보다. 살도 많이 드리고 싶은데 이미 늦었다. 역시 겨울에는 동태국이 최고여. 너무 맛있게 먹고 나니 여러 가지 동태에 대한 기억들이 국물에 녹아 났다. 내일 아침도 동태국과 동태 살을 먹을 생각에 배가 부르다. 만인의 연인 동태 사랑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