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운잡기| 신축년 설날을 보내며 – 권해조 논설위원
소처럼 성실하고 우직한 한해를 보내자
2021년 신축년 새해가 밝은 지도 한 달이 지났다. 그러나 음력설(舊正)은 며칠 전에 보냈다. 필자는 아직도 음력설을 지내야 새해를 맞이하는 기분이다. 올해는 코로나19 때문에 설날도 옛날 같지 않다. 역술가들은 신축년이 간지로 38번째 해로 ‘흰 소의 해’로 절기상으로 12월 새벽과 같은 어둠과 꽁꽁 언 땅의 의미이며, 한반도에 음(陰)과 습(濕)의 기운이 강하여 환란과 자연재해가 많을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우리는 오랫동안 농경시대 살아오면서 소의 지혜로움과 고마움을 갖고 살아왔다. 소는 농경사회에서 노동력이자 중요한 운송수단으로 단순히 가축의 의미가 아닌 식구처럼 여겨졌다. 농사를 근본으로 여겼던 우리 조상들은 묵묵히 일하는 근면 성실한 소의 힘을 빌려서 농사를 짓고 부를 축적했다. 이 때문에 소는 농가의 큰 재산으로 목돈이 있어야만 사고 팔 수 있으므로 ‘풍요나 부’로 상징하였는데, 농가의 재산목록 1호에 소가 등극할 정도였다. 그리고 소를 팔아서 힘들게 자식들을 대학에 보냈다고 하여 ‘상아탑’ 아닌 ‘우골탑’이라는 말도 한때 유행했었다. 이 우골탑으로 지금의 우리 대한민국의 발전에 큰 힘이 되지 않았을까 싶다.
우리 속담에 소는 먼 길도 서두르지 않고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걸어간다고 하여 우보천리(牛步千里)라 하였다. 빠르지는 않지만 안전하게 목표를 향해가서 목적을 이루어 가는 곧 엔딩전략(Ending Strategy)의 표상으로 통한다. 그러나 이런 긍정적인 모습뿐만 아니라, 어리석거나 고집이 세다는 이미지도 함께 가지고 있어 ‘황소고집’ 또는 ‘소귀에 경 읽기(牛耳讀經)’라는 속담도 있다.
그리고 예부터 우리 조상들은 소를 덕(德)이 많이 가진 동물로 여겨왔다. 차제에 소의 8덕을 알아보자. 첫째는 서두르지 않고 항상 꾸준하다. 둘째는 환경과 상황을 가리지 않는다. 셋째는 음식을 먹으면서 되새김으로 피드백을 한다. 넷째는 성품이 순하고 자애롭다. 다섯째로 인간에게 재물을 안겨주고 있다. 여섯째로 불행과 병과 귀신을 막아준다. 일곱째로 초연하고 유연작작하다. 여덟 번째 초월자의 관조를 계시한다.
또한 소는 흔히 말하는 여러 키워드(key word)를 가지고 있다. (1) 순종(順從), (2) 성실(誠實), (3) 근면(勤勉), (4) 인내(忍耐), (5) 겸손(鎌遜), (6) 우애(友愛), (7) 사랑(愛), (8) 협력(協力), (9) 희생(犧牲), (10) 우직(愚直), (11) 헌신(獻身) 등의 대명사로 통하고 있다.
이처럼 우리와 친근한 소가 깜짝 정치무대의 중심에 선적도 있었다. 1998년 이명박 정부 때 미국 소고기 수입을 놓고 벌어진 ‘광우병’ 소동이 아직도 우리의 뇌리에서 떠나지 않고 있을 정도다. 이뿐만 아니다. 요즘 세계 양대 축을 형성하고 있는 미국과 중국 간의 무역전쟁에도 소고기가 그 한 축으로 자리 잡고 있다. 이래저래 우리는 소와 소고기는 우리 인간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인 것 같다.
비록 신축년 올해도 전 세계가 코로나 퇴치를 위해 싸워야 하고, 대외적 환경도 미국의 바이든 새 정부 출범과 북한정세 등이 불안정하고, 대내적으로도 경제 불황과 함께 4월 서울. 부산 시장 선거와 2022년 봄의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정치적 사회적 혼란이 가중 될 전망이다.
아무튼 신축년 ‘소의 해’를 맞아 우리는 국제정세와 국내사회가 아무리 불안하더라도 ‘천천히 걸어도 황소걸음’이라는 속담처럼 ‘소의 8덕’을 거울삼아 모든 일을 서두르지 말고 천천히 참고 인내하며 희망을 가지고 살아가야 한다.
얼마 전 친구가 보내온 어느 신문 신춘문예 당선작 시 <신축년 열 마리 소>인 ‘새해엔 건강하소, 가족과 친근하소, 자녀는 내비두소, 남에겐 관대하소, 나라거정 덜하소, 마누라 이길라마소, 소처럼 우직하소, 역병을 물리치소, 생각 다르면 내가 양보하소, 부디 살아남으소’를 음미하며 올해는 소의 덕담인 ‘웃소(Smile Cow)’처럼 합천군민은 물론 합천신문 애독자 여러분의 모든 가정에 항상 웃음과 즐거움이 가득한 한해가 되길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