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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심하면 찔레꽃이라도 불러 – 문경자 수필가

코로나19때문에 마스크를 쓰고 동네 미용실에 갔다. 사회적거리두기라 인원수가 제한되고 기록도 남겨야 했다. 몇 명의 아주머니와 90세 친정어머니를 모시고 온 딸이 순서를 기다리고 있었다. 코로나가 없을 때는 수다를 떨어 시끄럽기도 하고 유익한 정보도 많았다. 친목을 도모하는 장소이기도 했다. 하지만 완전 달라진 미용실 안에서도 모두 마스크를 쓰고 있어 서로 주의를 했다. 미용실 주인아줌마는 혼자 손님의 머리를 말고, 샴푸하는 손길이 기계처럼 빠르게 움직였다. 미용실은 단골이 많아서인지 어떤 이는 빗자루를 들고 잘라낸 머리카락을 쓸어 담아 쓰레기 봉투에 담는다. 당연한 것처럼 일을 도와주는 모습이 따듯한 온돌방처럼 느껴졌다. 두 세명이 파마하고 마지막 손질을 끝냈다. 파마가 끝난 어르신들의 헤어스타일이 똑같았다. 우리 어머니가 하는 뽀글이 파마도 예쁘기만 했다.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머리모양이 너무 똑같았고, 그렇게 똑같은 머리를 만들어 내는 주인의 손길에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한 명도 머리 스타일에 대해 불평을 하거나 다시 손질을 부탁하는 손님도 없고, 그저 빨리 파마 머리가 자라지 않게 해주는 것이 바램이라며 웃었다. 미리 예약을 하지 않아도 되고 친절하게 대해 주니 이웃 사촌처럼 편안하다. 동네 미용실은 한집 건너 하나씩 있다. 간판이름도 가지가지다. 가격도 천차만별이다.
남자들이 이발소를 가지 않고 미용실을 이용하니 어려운 시기에도 운영이 괜찮아 보였다. 이발소가 흔하지 않고 집 앞에 있는 미용실을 이용하는 추세이다. 남자들은 미용실에 들어오면 주눅이 들어 고개도 제대로 들지 못하고 수줍어하는 모습이 웃음을 나오게 했다. 이발소에 가서 머리를 자르고 가죽 혁대로 면도날을 시퍼렇게 날을 세워 면도를 하던 그때가 생각났다. 내가 어렸을 적에는 미용실에서 머리를 깎아 주지 않았다. 그래서 이발소에 가기 싫어도 억지로 갔다. 산골동네는 이발소도 읍이나 나가야 있었다. 동네 문씨 아저씨가 자기 집 마당 양지바른 곳에 절름발이 의자를 놓고, 따가운 햇빛 아래서 보자기를 두르고 단발머리를 깎아 주었다. 나는 머리카락 잘리는 가위소리에 다 망쳤다는 생각이 들었다. 뭉텅뭉텅 잘라 내는 내 머리카락이 바람에 날아 가기도 했다. 다 끝나고 금이 간 손거울을 보는 순간 울음이 터졌다. 동네 머슴아들의 놀림감이 된다는 생각에 더 크게 운 적이 있었다. 그 후로 가지 않았다. 내 순서가 되어 머리에 파마 약을 바르고 기다렸다. 그때처럼 마음에 들지 않으면 어떡하지 하며 약간 걱정이 되었다. 머리 할 때마다 내 생각대로 나오지 않는 날도 있었다. 주인이 중화제를 바른다며 의자에 앉으라고 했다. 내 뒤에 기다리던 아주머니가 전화를 받더니 큰 소리로 대화를 했다. “내가 지금 미용실에 왔는데 머리하고 갈 테니 기다려. 그리고 심심하면 찔레꽃이라도 불러. 네가 제일 잘하는 노래잖아 이만 끊는다.”라고 했다. 그러고 보니 답답하고 심심할 때는 노래를 부르는 것도 하나의 좋은 방법이라 생각했다. 나는 일명 볼륨 파마라 하여 조금 비싸게 받았다. 머리가 잘 나와서 미장원을 나서니 마음도 가벼워 찔레꽃노래도 불렀다. 마스크를 쓰고 머리를 하니 답답하고 힘들었지만 주인 아주머니는 능숙하게 잘했다. 머리 하는 날은 괜히 설레기도 하고 좋은 일이 생길 거라는 행복감에 젖기도 한다. 파마 머리를 보는 순간에 어머니의 모습이 떠올랐다.
그때 어머니도 나처럼 행복했을까 하는 생각이 문득 가슴을 파고 들었다. 아버지의 사랑을 받기 위해서 오일장에 나가 파마를 하고 사진관에서 기념 사진도 찍었다. 유일한 어머니의 모습이 담긴 그 사진을 잊어버려서 지금도 안개 속 그림 같은 어머니 모습만 남아 있을 뿐이다. 일찍 세상을 떠난 어머니의 모습은 아련하다. 그 모습을 그려 본 ‘어머니의 파마’ 라는 제목의 시를 써본다.
시집와 은비녀 꽂은 머리/단아하고 고운 자태/봄날같이 화사한 얼굴//아버지 비녀 머리 싫다 외면하여/밤새워 눈물로 지새우다가/오일장 서는 날/머리 자르고 파마약 발랐다//어머니 얼굴 함박 꽃 피어/십 팔 세 순이 닮았다/아버지 사랑받을 마음에/행복한 삶을 꿈꾸었다//아버지는 어머니께/한 마디 툭 던졌다/파마는 무슨//어머니 하얀 얼굴 검게 탔다
이렇게 아내의 마음을 몰라주던 아버지는 돌아 가시기 전에 어머니에 대한 미안함을 우리에게 전하면서 눈물을 흘렸다. 살아서 잘 해야 한다고 하지만 말보다 쉬운 일이 아니었다. 살다 보면 맘대로 되는 일이 그리 쉬운가! 그런 데로 그냥 사는 것이 행복이고 노래 부르며 내 마음을 다독여 살아가는 일이다.
유튜브에 있는 찔레꽃을 찾아 노래 부르면서 기분도 전환하고, 트롯 전국체전, 트롯 신이 떴다 등 전국을 뜨겁게 달군 트롯 열풍에 마음과 몸이 충전의 효과를 얻는다. 코로나19로 힘든 시기에 방콕을 하는 일이 많다. 심심하면 찔레꽃이라도 불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