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마당(오피니언)칼럼

선거의 딜레마와 미디어 교육 (1)

김경숙
논설위원

‘하나의 집단 또는 단체의 대표자나 임원을 그 구성원 중 일정한 자격을 갖춘 자가 정해진 방법에 따라 자유의사로 선출하는 행위’를 선거라고 「한국민족대백과」는 정의하고 있다. 초등학교 6학년 사회교과서의 ‘선거의 4대 원칙’을 죽어라 외울 때 모든 선거는 공명정대하고 일정한 자격을 갖춘 바람직한 인물을 뽑는 민주주의의 꽃이라 생각했다. 국민에게 정치에 대한 ‘선택과 참여의 기능을 부여하면서 자유로운 결정권한을 주는 것’이 선거이므로 그렇지 않았던 시대와 비교할 때 얼마나 고무적인 일인가. 그러나 세상의 모든 일을 교과서가 아닌 눈과 귀로 체득하면서, 선거를 앞두고 벌어지는 온갖 추태와 세속과 혐오에 멀미를 느끼면서 세상을 제대로 보기 위해 초·중등 학교의 미디어교육과정 편성과 토론과 에세이 쓰기 교육의 필요성을 절실하게 느낀다. 선거가 본래의 원칙이나 취지에서 벗어나 연고주의에 기반하고 시끄럽고 찰나적이며 눈가리고 아웅하는 식으로 진행되는 것을 지방자치선거 결과가 충분히 보여주고 있고, 후보자의 자격 검증의 문제도 종종 부각되고 있는 현실을 이제 학생교육에 끌어들여 교과서와 현실이 따로 노는 일이 없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조선시대 수령은 문과, 무과, 음과 중 하나를 통과해야 하고, 상급수령에는 문과가 많다 하고 연변, 군현에는 무과가 많으며, 중소 군현에는 음과蔭窠가 절대다수였다(한국민족문화대백과)’는 조선시대에는 문·무과 급제자나 음과 급제자 등 자격의 지엄한 통과를 거쳐 관직에 입직하게 되었으나, 지금은 선거만으로 수령에 해당하는 지방자치단체장과 이를 견제하는 기초의원들을 선출하므로 본연의 직무를 수행하는데 따르는 자질의 검증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점에서 딜레마에 빠진다. 후보자들의 인격이나 품성, 행정에 대한 지식과 직무수행 능력이나 태도 등에서 만족을 구하기 어려운 것은 가까이의 그들을 너무나 잘 알기 때문이다. 선거는 바람직한 인물을 선출하는데 있으나 후보자인 그들이 바람직한 인물인지 아닌지를 ’미사여구로 가득하고 명분만 요란한 공약’이나 선거 기간에 허리굽혀 악수하는 것으로 대체할 수 없는 일이다. 항간에서는 ‘그런 사람’을 뽑는 유권자들이 문제라는 말도 파다하지만 후보자들 중 ‘그런 사람이 아닌 사람’도 없는, ‘그 나물에 그 밥’이라는 말도 따라 붙는다. 다 똑같다는 말이다. 유권자들이 성숙한 국민으로서의 기본적인 양식을 갖추고 선거의 의미와 선거결과가 민생에 어떻게 연루되어 있는 가를 제대로 인식해야 하겠지만, 현실은 대부분 연고주의와 입소문에 의거한다. 선거용 인쇄물은 공허하고 공약은 기본적으로 남발이다. 후보자 중 본인이 원하는 인물이 없다 하더라도 그 중 누군가가 선출 된다는 것이 선거의 딜레마이다.
총선에 대한 정보는 대부분 방송에 의거한다. 종편까지 합세하여 TV를 켜기만 하면 쏟아져 나오는 빨강파랑하양의 옷들이 화면을 가득 메우고 그들에 대한 온갖 정보을 제공하느라고 수다가 극에 달한다. 패널들의 의견과 비평, 여론조사의 결과와 민심까지 취재하여 알뜰하게 보여주면 이에 종속되어 그들의 의견이 시청자의 의견과 판단이 되어 버린다. 알랭 드 보통은 「뉴스의 시대」를 통하여 “뉴스는 종교를 대체하고, 보다 강력하고 지속적인 교육은 교실이 아니라 방송화면과 전파를 통해 이루어진다”고 말하며, 「사피엔스」의 저자 유발 하라리는 “2050년에는 학교에서 가르치는 대부분의 내용이 쓸모가 없다”는 사실을 강조하며 “감성지능과 학습능력은 단순히 교과서에서 베울 수 있는 게 아니며 어릴 때부터 다양한 책과 지식, 경험을 접해야만 한다”며, 특히 책을 읽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학교교육에서 미디어교육을 편성해야만 하는 이유가 이들의 조언과 매우 밀접한 관련이 있다. 데이비드 버킹엄은
“미디어교육은 본질적으로 비판의식(critical ciousness)의 개발에 관한 것이며, 비판적 분석과정을 통해 미디어를 능동적으로 이용하고 판단하는 능력을 길러주고 미디어가 강제로 주입한다고 여겨지는 가치와 이데올로기로부터 학생들을 해방시켜 주는 것”이 미디어교육의 목적이라고 주장하는 견해를 「미디어교육」 제 7장의 서두에 실었다. 그리고 실제로 영국에서 학생들에게 미디어교육을 시행하는 그 과정을 보여준다. 영국의 초등교육과정에는 ‘보기교육’이 편성되어 있다.
서구의 선진국가들은 이미 학생들에게 미디어교육을 적극적으로 편성하여 지도하고 있다. 미디어는 책을 비롯하여 문화의 제반 영역, 뉴스를 포함하여 방송의 모든 영역, 스마트 폰을 비롯하여 인터넷 매체 등을 망라하는데 미디어에서 보여주는 모든 것들을 분석하여 자신의 견해를 밝히는 에세이 쓰기와 토론을 진행하며 성숙한 인간으로 성장하도록 돕는다. 닥종이 인형작가 김영희는 독일은 초등학교(4년학제)만 졸업하면 독일의 기본법을 체득한다고 했고, 독일여행 현지가이드(한국인)는 자녀들의 대화법이 ‘몇조 몇항에 의하면-’ 이라고 법적인 근거를 대며 자신의 주장을 펼친다고 하면서 한국의 교육과 사뭇 다른 면을 이야기해주었다. 초등학교부터 시행되는 미디이어에 대한 다각적인 교육은 성숙한 인간을 만드는데 일조한다. 메르켈 총리가 마트에서 카트를 끌면서 생필품을 구입하는 장면을 보면서 시청자들은 성숙한 민주주의가 무엇인지를 간접적으로 체험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