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역사다(6)| 한나라가 존재하려면 얼마나 많은 우상이 필요할까 – 권길홍 수필가
전쟁후 가난, 하고싶어도 할 수 없었던 공부, 월남전 파병, 개발지상주의 폐해, 민주주의 항거 등 한국의 근대사를 온몸으로 부딪치며 살아왔다. 현재 20여 년의 공직을 마무리 짓고 귀촌했다. 국민소득3만달러를 돌파한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이 어떤 고난과 아픔을 가졌는지 이야기해 보고 싶다. 사실 우리 모두는 역사다./권길홍=gapowon@naver.com
한 나라의 모든 국민이 그 나라의 국민됨을 고마워하고 자랑스레 생각하는 그 어떤 정신적인 가치라는 걸 우리는 가졌는가?
또 몇 천만의 국민들을 단합시키고, 뭔가 정신적인 공감을 가지면서 자신이 살고 있는 나라에 대한 정체감과 긍지를 느끼게 하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미국의 예만 하더라도 다민족국가라는 우상에, 세계인종전시관이라 하는 우상! 세계의 어느 나라 사람이 와도 아무 차별 없이 살 수 있다는, 심지어는 열심히만 하면 돈도 벌어서 모으며 살 수 있다는 우상! 물론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면서 약간은 퇴색된 이념이지만, 이런 우상은 민족이라는 개념이 없는 미국에 하나의 정신적 주춧돌이 아닐까? 이런 우상이 제대로 기능할 때 서로 다른 민족의 사람을 미국이라는 나라의 틀 안에 끌어넣고 하나의 국민이라고 단합시키는 위력을 발휘한다. 또 영국으로부터 독립을 쟁취했을 때의 그 생명, 자유, 행복추구권을 독립선언문에 나타낸 정신은 온 세계가 받드는 이념으로 되어있고, 정말 이런 독립선언이라는 우상 뒤에는 WASP(백인에 앵글로 색슨족에, 개신교신자가 원미국시민이라는)라는 백인우월주의가 자리하고 있지만 미국민 모두가 이런 모자라고 어슬픈 부분에 대해서는 아무런 이의를 제기하지 않고 살아간다. 왜 그럴까? 이런 우상에 미국의 정신이 담겨있다고 믿고 있기에! 모든 미국인들은 오히려 그런 정신적 우상을 더 깊이 사모하고 존경하는 것 같다.
가진 자들이 부리는 흑인 노예들을 해방시키기 위해 나라가 분단될 걸 각오하면서까지 남북전쟁을 치렀던 링컨! 사람은 신 앞에서 평등하다는 이념을 실천하기 위해 혹독한 대가를 치르면서도 지켜낸 그 정신적 우상!
게다가 초대대통령인 워싱턴과 같은 분을 우상으로 받들어 모시는데, 그 분의 자그마한 행적까지도 우상화한다. 뭐 도끼로 장난을 치면서 벚꽃을 어른 몰래 잘라낸 후에 정직하게 그 사실을 말했다고 지금도 정직한 사람이라는 동화같은 우상까지 겸하여 가르친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떤 우상을 가지고 후손들을 가르칠까? 우선 반만년의 유구한 역사라는 우상, 서력기원 전의 역사는 거의 기록이 없다시피 한대도 우린 끊임없이 가르친다. 오천년 역사라고! 사실인가? 역사상 기록도 없는 반만년의 찬란한 역사라 하면서 어린이들에게 가르친다. 그 다음은 화려한 금수강산이라는 우상이다. 우리나라의 어느 곳이든지 아름답지 않는 곳이 한군데도 없을 만큼 아름답고 멋있지만 일본이나 동남아, 또 베트남을 보더라도 아름답지 않은 곳이 있던가? 그리고 우리 민족은 손재주가 좋니, 머리가 좋다고 하면서 탁월한 민족이라는 우상, 맞다! 우리민족은 생김새도 잘났고 머리나 손재주가 뛰어난 건 사실이지만 그렇다면 임진왜란에 그리 참혹히 당하고 병자호란에 또 당하면서 결국에는 일본에 합방되지 않았던가? 이런 나라의 백성들이 뛰어난 민족이라면 세상에 뛰어나지 않은 민족이 있을까? 하긴 이러니 우상일 수밖에 없지만!
그런데 우상보다 더 귀한 역사적 사실의 우상도 있다. 세종대왕의 탁월한 통치에 세계 유래 없는 한글의 창제와 같은 우상은 사실을 훨씬 더 뛰어넘어 우상보다 더한 가치를 지닌다. 한글의 창제과정에서 백성을 어여삐 여겨 모든 사람들로 하여금 쉽게 익히도록 하겠다는 순수한 백성을 위한 문자라는 위대한 정신적 우상! 한국사람으로서 또 같은 민족으로서 긍지도 갖게 한다. 또 중국을 중심으로 만든 달력을 우리나라의 실정에 맞는 역법으로 달력을 고쳐 제정했던 세종! 중국이라는 대륙적 사고에서 벗어난 이런 천체과정의 연구는 정말 우리를 더 우리답게 만들어 주체성을 가지도록 했다.
이런 위대한 인물로서 이순신장군과 같은 분도 있다. 세계 해전사에 반드시 올라갈 정도의 탁월한 전술로 일본을 이겼다는 얘기부터, 그 하찮은 선조라는 무능한 왕에게 시기와 질투, 그리고 배척을 받으면서도 오로지 자신의 임무인 나라를 끝까지 지켜낸 그 귀한 정신은 누구에게도 비할 바 없을 만큼 훌륭하셨고, 당시 지배계급들은 자신들만 살려고 중국으로 달아나고 도망치려 발버둥 칠 때조차도 백성들을 영내로 끌어안고 함께 농사를 지으며 살도록 배려하실 정도니 우리 한민족의 우상이라 칭하기에도 죄송스럽다. 더 큰 존경으로 받들어야 할 분인데!
그렇다면 다음은 이 민족의 어느 분이 우상의 자리에 합당할까?
한 나라의 우상이 되려면 천년이고 만년이고 한나라의 정신적 지주로서 조금도 손색이 없는 분이라야 하고 민족의 구심점으로서도 중심을 잡을 수가 있어야 한다.
그런데 그런 분을 우리 근현대사에서 박정희를 빼놓고는 이름을 들먹일 사람이 없는 것 같다. 정말 오천년(?) 역사에서 가난을 몰아내고 온 국민의 먹는 문제를 해결하신, 그러고는 경제개발로 온세계에 이름을 날릴 정도이니 이 분에게는 이순신장군과 같이 우상을 넘어선 어떤 존경이 있어야 마땅하지 않을까? 가난은 나라도 구제하지 못한다는 비겁한 말로 국민들의 배를 곯게 하고 굶기를 밥 먹듯 해도 아무런 가책을 느끼지 못했던 이 나라의 통치자들! 초근목피로 연명했다는 사실을 사료에는 남기면서도 그 어떤 대책을 세우지 않았던, 가뭄에 물이 없어 농사를 짓지 못한 이 백성들에게 저수지 하나 제대로 만들지 않았던 조선의 지배계급들! 무능하고 게을렀던 조선의 왕들과 달리 먹는 문제를 해결한 박정희는 어떤 사람보다도 더 뛰어난 분이다.
독재자라는 말을 끊임없이 들으면서도, 또 매판자본과 결탁했니 온갖 비난을 들으면서도 차디차게 자신의 뜻을 펼치신 분! 통치자란 어떤 자세로 살아야 하는가를 몸소 보여주시고, 원조를 받는 나라에서 베푸는 나라로, 국민소득 100불도 안 되는 나라에서 3만불까지의 소득을 달성하도록 기초를 놓으신 분이라면, 당연히 우상이 되셔도, 아니 우상보다 더 큰 정신적 지주로서 모셔도 좋지 않을까?
당장 100년이, 아니 앞으로 1,000년이 지나서도 민족의 단합을 도모할 수 있는, 그런 분의 정신을 우리 국민 모두가 존경할 수 있는 사람으로서 박정희를 빼고는 말할 수도 없다.
박정희를 존경하도록 만들면 우상보다 더 큰 교육적 효과에, 역사적 자긍심을 갖게 하고 우리 민족의 에너지를 모을 수 있는 최선의 방책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