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보들의 행진 – 문계성 수필가
나의 세대는, 6.25와 세계 최빈국의 그 열등한 상황, 산업화와 그에 부수된 모순의 극복, 민주화의 질곡을 경험했다. 그래서 몸으로 감당하며 배운 체화(體化)된 지혜같은 것이 있다. 그래서 비록 거칠고 정제되지 않았지만, 사회 전반에 대하여 할 말이 많은 세대다.
요즘, 민주당의 대권주자라는 사람들이 내뱉는 말을 들어보면 가관이다, 이들의 말을 들어보면, 우리나라에는 돈을 아무리 퍼내도 마르지 않고 흘러나오는 화수분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모 씨는 대학을 가지 않는 청년들에게는 해외 여행비 1,000만원을 주겠다고 떠들자, 모 씨는 군대를 갔다 온 청년에게는 돈 3,000만원을 주겠다고 했다. 그러자 늦게 뛰어든 양반은 아주 점잖은 말로 자기는 돈 1억원을 주겠다고 선언했다. 세금을 마치 자기 쌈짓돈처럼 마음대로 쓰도 괜찮은 것인가? 작금의 우리나라는 세금으로 정치권력을 매수해도 괜찮은 나라가 된 것일까? 이런 지경을 보고 있자면, 1류 국가에서 3류 국가로 전락한 아르헨티나가 보인다. 이 국가의 전락(轉落)은 지금 우리의 모습을 되돌아보게 한다.
아르헨티나의 수도 부에이노스 아이레스에는 1911년도에 벌써 지하철이 건설되었다. 이 나라는 1차 산업국으로서 세계적인 부를 누렸다. 그런데 1930년대에 군부정권이 정치를 지배하기 시작하였고, 1948년에는 청년장교인 후안 페론이 등장하면서 소위 페론주의가 시작되었다. 세금으로 선심 쓰고 정치권력을 얻는 정책인데, 친페론주의자들은 이를 국가온정주의(國家溫情主義)라 부른다. 페론은 노조(勞組)를 인정하면서 노조를 국가 권력의 아래에 두었다. 말하자면 국가권력과 노조가 서로 도우며 이용하는 관계가 되었던 것인데, 노조와 권력자가 같은 이해관계자가 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지금 우리나라의 정권과 노조와의 관계를 보면 모양이 나온다. 그래서 이 나라는 수출에도 수출세를 부과했다. 나라가 망하지 않으면 그것이 이상할 일이다.
그런데 국가가 온정을 베푼다는 것은, 국가의 주인이 국민이 아니라, 정권을 쥐고 세금징수권을 가진 소수 권력자가 국가의 주인이라는 말이 된다. 말하자면, 국민들은 그들의 권력을 정권에 일임하고, 정권으로부터 시혜(施惠)를 받아야 하는 위치로 전락하여, 주객이 바뀌는 것이다.
이런 국가 온정주의 때문이었을까? 이 나라 국민들은 지금도 저 페론과 그의 마누라였던 에바 페론을 그리워한다. 사실은 나라를 말아먹은 장본인들인데, 이들을 그리워하는 것은 매우 아이러니하다. 아마. 이들은 그 정권으로부터 공짜로 많은 혜택을 받았던 모양이고, 그래서 나라가 전락(轉落)한 지금을 사는 이들은, 그때가 아주 좋았던 때라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이들은 “우리가 당시 창고를 다 털어먹어서 나라가 망했다”는 사실을 인정하기 싫을 것이다. 사실 인간은 매우 비논리적이다. 국가 온정주의로 인기를 얻은 페론은 1948년에는 헌법을 바꾸어 노골적으로 독재를 실시했다. 대대적인 국유화를 실시하고, 개인 우상화 작업을 실시했다. 지금 페론 부부를 그리워하는 정서는 아마 이 우상화 작업이 남긴 유산일 것이다. 공짜로 돈을 던져주면 사람들은 공짜에 도취된다. 그래서 이 아르헨티나의 사람들은 그 공짜가 넘쳐나던 시절을 마치 동양의 요순시절처럼 그리워하는 모양이다. 망국의 세태를 그리워하는 정서가 비단 아르헨티나 뿐이겠는가?
부(富)는 땀이 만들어낸 과실이다. 온갖 그럴듯한 경제이론에도 불구하고 공짜는 결국 나라의 창고를 거덜 낸다. 오늘의 아르헨티나는 포플리즘과 부패한 정치권력의 관계를 설명하는 교과서이다. 아마 정치권력을 추구하는 많은 정치인들은 이런 페론주의에 유혹당할 것이다. 전 정권이 욕을 먹으면서 쌓아둔 창고를 헐어서 던져주면, 사람들은 “인도주의적인 정권”이라고 지지를 보낼 것이기 때문이다.
어떤 방법으로 기업을 독려하여, 더 좋은, 더 많은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공약을 하지않고, 다투어 세금으로 공돈을 뿌리겠다는 공약을 남발하는 것은, 결국에는 청년들을 백수나 빚쟁이로 만들고 말 것이다.
지금 이 나라의 실업율은 절망적이다. 이런 지경에 대통령은 우리의 돈 많은 기업인들을 끌고 미국으로 가서, 우리 돈 44조원을 미국에 투자하는 약속을 하게 했다. 이 정권의 주체들은, 그들이 원수처럼 미워하는 미국에 왜 그 많은 돈을 투자하게 했을까? 이 돈이 우리나라에 투자되면 이 나라 청년들은 수많은 일자리를 얻을 수 있을 터인데 말이다. 이는 매우 심각한 국부(國富)의 유출이다. 만약 군인들이 사용할 코로나 백신 55만 회분과 교환으로 이 돈을 미국에 투자하기로 했다면, 이는 이 정권이 보여주는 막장적 무능이다. 일본은 대가 없이 1억 회분의 백신을 받기로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의 백신을 우리나라 공장설비에서 생산하는 것이, 과연 이 투자의 대가적 조건이 될 수 있을까? 이런 대통령의 방미 성과를 홍보하고 있다니, 나로서는 이해 불가한 일이다. 내가 국제역학(力學)에 몰이해하기 때문일까?
바보의 특징은, 비판적 사고와 자기반성이 없이 자기 고집에 매여 살므로, 역사를 반성적으로 배우려 하지 않는다. 그래서 좌고우면하지 않는다. 바보의 특징이 하나 더 있는데, 절대 자기 잘못을 인정하거나 부끄러워하지 않고, 남이 틀렸다고 고집을 피우는 것이다. 내가 바보끼가 농후하므로 이런 바보들의 특징을 좀 안다. 세금으로 권력을 매수하고야 말겠다는 이 노골적인 발언이 아무런 비판을 받지 않고, 왜 까닭 없이 공짜 돈을 주어야 하느냐고 되묻는 사람도 없다. 공짜로 돈을 주는 것도 소득재분배의 방법이라고 생각하는 것일까? 그렇다면 돈을 못 받는 사람과의 공평성은 어떻게 되는가?
앞생각은 어리석었으나 뒷생각이 현명해진다면 우리에게 내일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반성 없는 바보로 산다면, 우리의 내일은 참담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