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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운잡기| 담언미중(談言微中) – 권해조 논설위원

담언미중(談言微中)이란 ‘완곡한 말로 정곡(正鵠)을 찌른다.’는 뜻의 고사성어(故事成語)이다. 중국 진(秦)나라에 우스운 이야기를 잘하는 우전(優氈)이란 사람이 있었다.  키는 작았지만 그가 하는 우스운 말 가운데에는 사람들에게 깨우침을 주는 도리(道理)가 들어있어 있어 진시황도 그를 아주 좋아했다.
어느 날 진시황은 황제의 수렵림(狩獵林)을 넓혀 동쪽으로 함곡관(函谷關, 지금의 하남성 영보현 북동쪽)에서 서쪽으로 옹(雍, 지금의 섬서성 봉상현 남쪽)까지 넓히려 했다. 그러자 우전이  “좋습니다. 그곳에다 많은 짐승을 기르다가 적군들이 동쪽으로 침범해오면 사슴들로 하여금 뿔로서 적을 막아내기에 충분합니다.” 라고 간언 하였다. 진시황은 이 말을 듣고 웃으면서 자신의 계획이 좋지 않다고 생각하고 즉시 중단하였다. 이렇듯이 우전의 우회화법이 진시황의 잘못된 계획을 수정하도록 한 것이다.
그리고 이와 관련된  ‘말투는 그릇의 역할을 한다.’는 말이 있다. 춘추전국시대 제(濟)나라 유명한 정치가 안영(晏嬰)이 제나라 왕 경공(景公)을 모실 때 이야기다. 어느 날 왕이 사냥을 나갔는데 사냥지기가 자신의 임무를 다하지 못하고 부주의로 왕이 사냥한 사냥감을 잃어버렸다.  왕은 화가 나서 그 자리에서 사냥지기의 목을 베라고 명령하였다. 같이 사냥을 갔던 주변 신하들은 모두 어찌할 바를 모르고 바라만 보고 있었다. 이때 안영은 경공에게 직접 충고하지 않고 우회하는 전술인 <우직지계(迂直之計)>를 선택했다. 곧장 가는 것 보다 우회하는 것이 효과적이란 <손자병법>에 나오는 계책이다.
안영은 사냥지기를 끌고 나오라고 해서 그에게 큰 소리로 세 가지 죄목으로 추궁하기 시작했다. “너는 세 가지 죄를 범했다. 첫째는 너의 맡은 바 임무인 군주의 사냥감을 잃어버렸다. 두 번째로 더 큰 잘못은 군주로 하여금 한낱 사냥감 때문에 사람을 죽이게 했으니 부덕한 군주로 만든 것이다. 세 번째는 우리 군주가 사냥감 때문에 사람을 죽였다는 소문이 퍼지면 세상 사람들에게 한낱 사냥감 때문에 사람을 죽인 군주라고 비난을 받게 만드는 것이다. 네가 이렇게 하고도 살아남기를 바라느냐?”고 하였다.
안영이 사냥지기를 추궁하는 말 속에는 우회하여 군주에게 말하는 것이었다. 왕은 자신이 사냥지기를 죽이면 그 결과가 좋지 않을 것임을 깨닫게 되었다. 그리고 자신의 사냥감 때문에 분노가 지나쳐서 사람을 죽이는 어리석음을 범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고 사냥지기를 그냥 놓아주라고 지시하였다. 안영은 자신이 모시는 주군과 직접적인 충돌을 하지 않고 우회적인 방법으로 신하된 도리를 다하고 자신의 군주를 올바를 길로 인도하였다.
이와 같이 세상사는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곧장 하는 직설화법보다는 돌려서 말하는 우회화법이 더욱 지혜로울 때가 많다.  세상에는 유난히 언변술이 뛰어난 사람들도 있다. 같은 말이라도 목소리가 부드러운 탓도 있지만 직설적이 아니고 우회적인 표현으로 본인의 의사전달을 할 때 좋은 효과를 거둘 수 있다.
물은 유리컵에 담으면 마시는 물이 되고, 세수그릇에 담으면 씻는 물이 된다. 어떤 그릇에 담느냐에 따라 그 용도가 결정된다. 말에도 말투가 그 역할을 한다.  같은 말을 해도 상대방에게 어투가 퉁명스럽거나 공격적인 느껴지면 본연의 뜻과 달라 오해가 될 수가 있다.  말투는 살아가면서 자연스럽게 형성되는 것으로 자신의 말투를 제대로 모를 수 있다.  분명한 것은 말투에 따라 그것이 경쟁력이 될 수 도 있고 자신을 가로막는 걸림돌이 될 수 도 있다는 것이다.
오늘날과 같이 복잡한 사회생활을 하면서 상대방에 우회적인 화법과 친근감을 느낄 수 있는 세련된 말솜씨를 가지도록 노력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