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날을 되돌아보며 – 이호석 수필가
내 나이 벌써 일흔 중반이다. 나이가 이렇게 빨리 쌓일 줄은 예전엔 미처 몰랐다. 70 평생을 살아오는 동안 웃고 즐기며 한없이 행복한 때도 있었고, 너무도 힘들고 슬픔에 빠져 절망감으로 잠 이루지 못한 때도 있었다. 내 인생의 희로애락은 나의 운명과 노력으로만 만들어진 것으로 알았는데, 좀 더 넓게 생각해보니 국가라는 큰 바탕의 변화에서도 많은 영향을 받았음을 알게 되었다.
국가 바탕의 변화는 정치의 영향이 가장 크다. 지금까지 보고 듣고 느낀 우리나라 정치의 흐름을 나름대로 간추려 두서없이 나열해 본다. 내가 초·중등 시절은 이승만 초대 대통령을 주축으로 한 자유당이 국회의원 절대다수를 차지하여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며 심한 독재 정치를 하였고, 끝내는 큰 부정선거를 저질러 4.19학생 의거에 의해 정권이 몰락하였다.
자유당 정권 몰락 후, 갑자기 정권을 잡은 민주당은 우왕좌왕하며 정치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였다. 사회 질서도 혼란스러웠고, 건전한 국가 발전 방향도 제시하지 못하였다. 학생 등 목소리 큰 여러 집단이 제멋대로 떠들어대며 사회가 극도의 혼란에 빠지게 되면서, 결국 5·16혁명이라는 군부의 등장을 초래하였다.
군부의 주역을 주축으로 새로운 정치 집단이 만들어졌고, 기존 정치인과 언론은 많은 통제를 받았다. 그러나 70연대 초부터 시작한 새마을운동으로 5천 년 묵은 때를 벗기고, 그 지긋지긋한 가난을 물리치는 새 역사의 장을 열었다. 처음에는 농촌의 생활환경 개선과 농업기계화를 위한 농로 개설사업 등을 전개하였고, 점차 전국의 도시와 직장으로까지 확대되면서 가난으로 무기력에 빠져있던 국민에게 새로운 희망과 자신감을 가지게 하였다. 나라 운영의 원동력인 농업이 산업화로 바뀌면서 경제는 물론 국가 전반에 큰 발전을 가져왔다.
그러나 1979년 10월 대통령이 측근에 의해 시해되면서 정국이 다시 큰 혼란에 빠지게 되어 전국에 계엄이 선포되었고, 계엄 아래서 군 출신들이 국가 안보를 내 세우며 다시 정권을 장악하였다. 이때도 일부 정치인들이 활동에 제약을 받았고, 언론을 통폐합하는 등 탄압이 있었다. 그러나 사회질서를 신속히 안정시키고 앞 정권에서 시행하던 경제성장 정책을 이어가면서 나라는 크게 부강하게 하였다.
이러한 상황에서 다음 대통령이 선출되었으나, 직선제를 주장하는 민주화 운동이 전국적으로 확산하면서 정국이 다시 혼란에 빠져들었다. 결국, 대통령 직선제와 함께 새로운 정치 질서가 자리 잡았다. 이러한 환경에서 보수, 진보 측의 대통령이 차례로 바뀐 후, 박근혜 전 대통령이 당선되었으나 불행히도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촛불혁명이란 이름 아래 새로운 정부가 탄생하였다. 이 정부는 절대다수의 국회의원과 전국 지자체 의원 대다수를 확보하였다.
새로 탄생한 정부는 국민화합과 국가 발전은 뒤로 미루고 적폐 청산이란 이름으로 앞 정권의 잘못을 들춰내고 이들을 처벌하는 데 온 정치력을 쏟는듯하다. 특히 민주주의 절차에 의해 절대다수를 차지한 국회는 무소불위의 위력으로 정부의 적폐 청산에 장단을 맞추고 있다. 이들은 앞 정권의 적폐 청산을 위해 새로운 법 만들기를 예사로 하고 있고, 현 권력층의 잘못에 대한 수사를 방해하는 듯한 조직 개편과 법 제정도 마음대로 하고 있으며, 심지어는 사법부의 판결도 자기들 마음에 들지 않으면 사법부를 개혁해야 한다고 으름장을 놓는다.
필자는 일제강점기 해방 이후 70 평생 우리나라 정치 형태를 봐왔다. 소위 정치인들이 말하는 군사독재라는 시절과 과거 자유당과 현 정부처럼 절대다수의 의원이 국회를 장악한 의회 독재 중 어느 쪽이 국가에 더 큰 해악을 주는가를 생각해 보기도 한다.
필자는 일반 정치인들이 쉽게 말하는 군사 독재 시절, 정부의 말단 공무원으로 늘 장삼이사 국민들과 함께하였다. 당시 필자는 물론 함께한 대다수 국민은 일상생활에서 독재의 억압을 전혀 느끼지 못하고 살았다. 오히려 마음이 어느 때보다 편안하였고, 국가 산업화와 경제가 급격히 발전하면서 대다수 국민에게 희망을 주었고, 이 나라 국민으로서 자긍심을 가지게 하였다.
그와 반대로 과거 자유당 시절이나 현 정부와 같이 일당이 절대다수를 차지하는 국회는 입법권을 남용하면서 민주주의의 근간인 삼권분립을 무력화하는 행위를 예사로 하면서 정치 전반에 더 많은 해악을 끼친다는 생각을 하게 했다. 필자는 평소에 우리나라 국회의원들에게 많은 불만을 가지고 있다. 국민화합과 국가발전은 뒷전이고 패거리와 자기들의 특권 늘이기에만 몰두하여 왔기 때문이다. 이 사실은 지금 국회의원들의 특권이 얼마나 막강한지를 보면 바로 알 수가 있다. 거기다가 재선과 집권야욕으로 당리당략에만 목을 매다 보니 국민이 바라는 바른 정치를 할 여지가 없는 것이다.
가끔 정치인들이 군사독재라는 시절과 소위 문민 대통령 시절의 큰 공과를 간추려 생각해 보기도 한다. 먼저 군사독재 시절의 공과는 새마을운동 전개하여 국민정신을 통합하고 빈국을 부국으로 만드는 토대를 만들었다. 고속도로 건설과 함께 오늘과 같은 교통망의 기틀을 만들었고, 86아시안게임과 88서울올림픽 등을 성공적으로 개최하여 나라의 위상을 크게 높였다. 또 전국의 민둥산을 지금과 같이 푸르게 만들었고, 이 외도 야간통행 금지 해제, 전국 도로보수를 위한 부역제도를 없앴고, 학생 교복 및 두발 자율화를 하였으며, 5·18사태를 불러일으킨 책임 등을 생각할 수 있다. 다음 소위 문민 대통령 시절의 공과는 우리나라를 건국하였고, 해방 후 농지개혁법을 시행하여 농지를 실경작자에게 돌려주었다. 역사바로세우기(?), IMF 초래 및 금융실명제 실시, 햇볕정책으로 남북교류의 물꼬를 텄으며, 4대강 정비사업 시행 등을 들 수 있다.
국민은 대통령이 군인 출신이냐, 민주화 운동권 출신이냐 하는 것은 전혀 중요하지 않다. 공정과 정의가 바로 서는 사회를 만들고, 국가 발전과 국민을 편안하고 잘살게 해 주는 정치를 바랄 뿐이다.
대통령은 5년 임기 동안 국리민복을 위해 할 일이 너무나 많을 것 같다. 과거의 잘못은 조용히 고치고 보완해 가면서 앞만 보고 뛰어도 시간이 부족할 것 같은데 걸핏하면 친일이니, 군사독재니, 적폐 청산 운운하며 과거와의 싸움으로 귀중한 시간과 국력을 소진하면서 국민 분열을 초래하고 있어 안타깝기 그지없다. 이제 이러한 말들이 없어져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국민통합과 국가 발전을 기대할 수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