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운잡기| 법정(法頂)스님이 남긴 말 – 권해조 논설위원
며칠 전 서울 성북동의 북악산 자락에 자리 잡고 있는 길상사(吉祥寺)에 다녀왔다. 이곳은 1960~70년대 고급 요정으로 꽤 유명했던 ‘대원각’이 있었던 자리로, 주인 진향(眞香) 김영한(金英韓, 법명 吉祥華:1916-1999) 보살이 1997년 법정(法頂, 본명 박재철: 1932-2010) 스님에게 무상으로 기증한 곳이다. 법정스님은 이곳을 길상화의 법명을 따서 「맑고 향기롭게 근본도량 길상사」로 이름을 짓고 절을 지어 1997년 12월 14일 창건법회를 가진 후 생전에 기거하시다가 2010년 3월 입적하신 곳이다. 길상사는 김영한 보살과 법정 스님으로 인해 고급 요정이 도심 속 사찰로 변신한 곳이다. 필자는 법정스님이 한국전쟁의 비극을 경험하고 삶과 죽음에 대해 고뇌하다 1954년 대학 3학년 때에 진리를 찾아 속가를 떠나 수행 후 쓴 「무소유」 등 몇 권의 저서를 갖고 있다.
언젠가 읽었던 스님의 글 중에 아래와 같은 내용이 아직도 기억에 생생하다. 아 ! 내가 바로 있는 이곳이 천당이고 지옥이다. 내 맘이 즐거우면 천당이고 내 몸이 괴로우면 지옥이다. 세상을 모르는 중생들아 하나님이 어디 있고 부처님이 어디 있느냐? 지옥과 천당은 내가 만들어 살고 있는 것을 왜 모르느냐? 여보게 친구!! 산에 오르면 절이 있고, 절에 가면 부처가 있다고 생각하는가? 절에 가면 인간이 만든 불상만 자네를 내려다보고 있지 않던가? 부처는 절에 없다네. 부처는 세상에 내려가야 만 천지에 널려있다네… 내 주위에 가난한 이웃이 부처고… 병들어 누워있는 자가 부처라네… 그 많은 부처를 보지도 못하고 어찌 사람이 만든 불상에만 허리가 아프도록 절만 하는가? 천당과 지옥은 죽어서 가는 곳이라고 생각 하는가? 살아 있는 지금이 천당이고 지옥이라네… 내 마음이 천당이고 지옥이라네.
내가 살면서 즐겁고 행복하면 여기가 천당이고, 살면서 힘들다고 고통스럽다고 생각하면 거기가 지옥이라네. 자네 마음이 부처고 자네가 관세음보살이라네… 여보시게 친구! 죽어서 천당가려하지 말고 사는 동안 천당에서 같이 살지 않으려나? 자네가 부처라는 것을 잊지 마시게. 그리고 부처답게 살길 바라네. 부처처럼…
그리고 법정스님이 생전에 일주일을 좋은 날로 말씀하셨던 글도 있다.
월요일은 달처럼 살아야 한다. 달은 캄캄한 어두운 밤을 밝게 비춰주는 역할을 한다. 화요일은 불을 조심해애 한다. 수많은 공덕이라도 마음에 불을 한번 일으키게 되면 그동안 쌓아온 공덕이 모두 타버리게 된다. 수요일은 인생을 물처럼 살아가리라고 다짐하는 날이다. 물은 갈 길을 찾아서 쉬지 않고 흘러간다. 하지만 언제나 낮은 곳을 택해 가지 높은 곳으로 가는 법이 없다. 항상 사람은 물처럼 고개 숙이고 남의 말을 존중하고 어질고 순한 자세를 가져야 한다.
목요일은 나무처럼 살아야 한다 한 그루 나무가 커서 그늘이 되고 기둥이 되듯이 그 집안의 기둥이 되고 그 나라의 기둥이 되고 대들보가 될 수 있는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금요일은 천금같이 말을 할 줄 알아야 한다. 똑 같은 말을 하더라도 가치가 있고 남에게 상처를 주고 섭섭하고 괴로운 말, 죄 짓는 말을 하지 말고 진솔하고 정직한 말을 해야 한다. 토요일은 흙과 같이 마음을 써야 한다. 아무리 더러운 똥오줌이라도 덮어주고 용서해 주는 흙과 같이 마음을 써야한다. 일요일은 태양이다. 저 밝은 태양은 만물을 성숙시켜주고 있다. 여름에 태양이 없으면 곡식이 익지 않는다. 특히 냉혈동물들이 되어서는 안 된다. 밝은 표정으로 살아야 한다.
필자는 몇 년 전 법정스님이 열반(涅槃)하여 다비식을 가졌던 전남 순천의 송광사와 불일암을 다녀온 적이 있다. 그리고 가까운 서울의 성북동 길상사는 자주 찾고 있다. 길상사 진영각에는 법정스님의 저서와 유품이 전시되어 있다. 스님이 남긴 “나는 누구인가 스스로 물어라”라며 8가지 명언과 여러 저서(著書)는 많은 사람들에 감동을 주고 있다.
우리는 필요에 의해서 물건을 갖지만, 때로는 그 물건 때문에 마음을 쓰게 된다. 따라서 무엇인가를 갖는다는 것은 다른 한편 무엇인가에 얽매이는 것, 그러므로 많이 갖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많이 얽혀 있다는 뜻이다.(무소유), 삶은 소유물이 아니라 순간순간의 있음이다. 영원한 것이 어디 있는가. 모두가 한때일 뿐, 그러나 그 한때를 최선을 다해 최대한으로 살 수 있어야 한다. 삶은 놀라운 신비요, 아름다움이다.(버리고 떠나기), 행복은 결코 많고 큰 데만 있는 것이 아니다. 작은 것을 가지고도 고마워하고 만족할 줄 안다면 그는 행복한 사람이다. 여백과 공간의 아름다움은 단순함과 간소함에 있다.(홀로 사는 즐거움), 가슴은 존재의 핵심이고 중심이다. 가슴 없이는 아무것도 존재할 수 없다. 생명의 신비인 사람도, 다정한 눈빛도, 정겨운 음성도 가슴에서 싹이 튼다. 가슴은 이렇듯 생명의 중심이다.(오두막 편지) 등 주옥같은 글을 남겼다.
법정스님이 열반하신지 몇 년이 지난 오늘, 스님이 우리들에게 남긴 좋은 글들을 곰곰이 되새겨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