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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곳에 숨겨진 보물을 찾아라~”(14) – 합천읍 골목 정취를 간직한 ‘타임로드’

우리는 저마다 골목길에 어떤 환상이 있다. 요즘 안 본 사람이 없다는 드라마 <오징어게임>에도 우리의 추억 어린 골목에서 구슬치기하는 모습이 나온다. 한국인이 어렸을 때 골목에서 놀았던 놀이에 세계 사람들이 열광하고 있다. 이렇듯 골목이란 단어는 우리의 감성을 흔드는 묘한 매력이 있다. 골목에서 친구들과 모여 한발 뛰기 하고, 땅따먹기 하던 추억, 학교에 깜빡 잊고 가져오지 않은 준비물을 가지러 집으로 향해 눈썹이 휘날리도록 뛰어가던 시간. 그 모든 것이 골목이라는 단어에 녹아 있다. 그런 골목이 점차 사라지지고 포근한 흙 위로 아스팔트가 덮인 건 이미 오래 전 일이다. 추억 어린 골목이 남아있기에 우리는 과거를 떠올리고 미소 지을 수 있기도 하다. 예전에는 골목이라 하면 지저분하고 재개발이 되어야만 하는 장소였지만, 이젠 추억 골목들이 문화상품으로 소개되고 있고 우리는 또 일부러 그 골목을 걷기 위해 전국을 찾아다닌다. 언제나 우리의 삶의 터전이었고 생계를 책임지는 생활전선이었으며 소중한 사람을 만났던 장소였던 골목.
합천에도 이런 추억의 골목이 있다. 합천읍 곳곳에 안내판이 합천골목을 안내해준다. 합천의 골목은 ‘타임로드’라는 이름으로 3개의 테마로 구성되어 있다. 제1코스는 ‘고대의 영광-합천의 골목은 나 죽죽장군이 지킨다’, 제2코스는 ‘중세의 영광-고려의 팔만대장경과 남명조식선생과 무학대사 이야기’를 풀어놓았고, 제3코스는 ‘근현대의 영광-합천만세운동의 역사적 소개’로 각각 관련 벽화와 타일 사진으로 꾸몄다. 골목으로 들어가는 입구에는 간단하지만 친절한 설명이 되어있다. 골목에서 길 잃는 일은 걱정할 필요가 없다. 골목바닥에 유도선이 예쁘게 칠해져있고 유도선을 따라 조명등이 설치되어 밤에도 골목의 정취를 만끽할 수 있다. 걷다보니 골목길이 짧아 아쉬웠다. 골목에서의 불편한 삶을 생각하면 이런 아쉬움이 미안해지지만, 있는 동안만이라도 골목길을 걷는 여행객에게 추억을 만들어줘서 고맙다.
걷기여행의 매력은 잠깐 멈춤에 있다. 경치가 아름다워서, 볼거리가 있어서, 숨이 차서, 사진을 찍으려고 우리는 멈춘다. 이유는 다양하겠지만 한 호흡을 끊어가며 잠깐의 휴식에 긴 기쁨을 얻는다. 여행도 우리 생활 잠깐 멈춤과 같다. 걷기 여행은 우리 인생의 축소판인 셈이다. 계곡이어도 산이어도 좋다. 어떤 길이든 상관없지만, 이번에는 걷다가 쉬면서 휴식을 배우는 여행을 이 골목길에서 해보면 어떨까? 예쁘고 잔잔한 골목에 앉아 있으니 공허하게 느껴지는 골목길이 험난한 세상살이에 지친 나를 위로해 주는 것 같다. 합천의 골목길은 할머니 손길 같다. 너무 가팔라 한 걸음 떼기에 험난한 곳도 아니어서 더 그렇게 느껴지는 것이다. 올망졸망한 단독주택으로 이룬 오래된 마을이다 보니 골목에 내어 놓은 화분하나 자전거 하나까지 정겹고 할머니를 부르며 들어가도 “아이고, 내 새끼!” 하며 반겨줄 할머니가 버선발로 나올 것 같다.
/신누리 시민기자

※본 기사는 경상남도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 보조금을 지원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