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곳에 숨겨진 보물을 찾아라~” (12) – 이름 없는 ‘빈 절터’
‘합천 우곡리 폐사지’를 안내하는 이정표가 없어
경상남도지정기념물 제258호가 ‘합천 우곡리 폐사지’(陜川 牛谷里 廢寺址)이다. 우곡리 폐사지는 폐사지 인근의 마을주민들 외 합천군민이라도 이를 잘 아는 사람은 참으로 생소하다. 합천시외버스터미널에서 하루 한두 번 있는 군내버스를 타고 좁고 힘든 산길로 3~40분가량 달려가더라도 우곡리마을 회관에서 하차하여 1km 남짓한 계성마을까지 다시 도보로 움직여야 할 만큼 오지에 있다. 탐방객은 자가용을 이용하기 권한다.
우곡리 폐사지로 가는 길은 두 갈래가 있다. 먼저 합천읍내에서 공설운동장을 벗어나 합천호 방향으로 4~5km쯤 가면 우측 방향으로 보림콘크리트 공장으로 가는 팻말이 나오고 그 길을 따라 8km쯤 올라가다보면 월평리와 방곡리 마을 그리고 국보테마파크를 지나 우곡리 마을회관이 나오는데 다시 계성마을을 향해 1km 거리를 가는 길이다. 또 다른 길은 합천호 방향으로 10km쯤 가다보면 용주면 봉기리가 오른편에서 나오고 봉기리에서 우곡리를 향해 주욱 가다보면 짧은 길이의 ‘우곡교’가 나오는데 그 다리를 건너자마자 오른편은 우곡리 왼편은 (우곡리)계성마을로 갈라지는 길이 나온다. 계성마을 향해 좁은 산길을 1~2km쯤 더 올라가는 길이다. 필자는 후자 길을 권한다.
계성마을에 도착해서도 ‘합천 우곡리 폐사지’를 안내하는 이정표는 없다. 또 카카오내비를 통해 우곡리 폐사지를 검색해 봐도 가는 길은 없고, 단지 어느 방향으로 어디쯤에 있을 것이다 짐작만 할 뿐이다.
우곡리 폐사지를 찾지 못해 몇 가구도 되지 않을 집들을 기웃거릴 때쯤 반 뼘 되는 집채와 한 뼘 되는 마당을 지닌 허물어가는 집에서 그 집 지붕만큼이나 키가 작고 허리는 굽으며 오른다리를 저는 하얀 머리에 까만 얼굴의 할머니가 뒤 딴에서 나온다. 할머니는 길을 잘못 찾은 필자를 향해 자기 집 뒤로 가도 절터가 나오니 그리 가라한다. 우곡리 폐사지는 북쪽 편의 뒷밭들로 통하는 길가에 있다.
폐사지는 잡풀들이 우거져 절터인지 야산인지도 구분하기 어려우나 얼마 가지 않아 16~17매의 거석으로 쌓은 높이 6m쯤 되는 석축이 오솔길과 직각을 이루며 눈앞에 부딪치는 순간 탐방객의 숨을 멈추게 한다. 석축 위의 넓은 밭에는 손질이 안 된 인위적인 식물과 잡초들이 함께 하고 법당(금당지)을 찾지 못해 우왕좌왕하다 발견한 ‘합천 우곡리 페사지’를 소개하는 안내문에는 얼마나 오랜 동안 방치되었길래 칡넝쿨을 겹겹이 품고 있다. 현재 법당과 불단이 있었던 것으로 추정되는 자리에는 누군가의 묘지로 되어 있어 단지 묘지 주변으로 빙 둘러싸여졌을 지대석과 기둥을 세우기 위한 주초석 등을 보며 그 위치와 규모를 생각할 뿐이다.
한 동안 칡넝쿨을 걷어내고 ‘합천 우곡리 폐사지’를 기록한 안내문을 보니 그 면적이 약 7,949㎡(2,405평)나 되어 있어 그 주변 일대가 모두 절터였음을 알 수 있다. 하지만 폐사지에 대한 문헌기록이 남아 있지 않아 정확한 내역을 알 수 없다한다. 건물지의 지대석, 면석, 갑석, 주초석 등을 통해 법당은 정면 3칸, 측면 3칸의 규모이며, 중앙에는 1칸의 불단이 있었다한다. 법당 남쪽 중앙에는 4~5단의 석축계단이 허물어져 있고, 약 8m 전방 탑지로 추정되는 곳에는 지대석 1매가 횡으로 있으며, 다시 13m 전방에는 석등을 놓았을 것으로 추정되는 초석이 확인되었다한다. 본 폐사지에서 출토된 유구 및 유물로 보아 신라말~고려전기의 폐사지로 추정되며, 석조물들은 인접한 영암사지(사적 제131호) 유물에도 뒤떨어지지 않을 만큼 우수하다한다.
폐사지에서 내려올 때는 할머니 집을 통하지 않고 길을 익히기 위해 오솔길을 따라 마을로 내려 왔다. 돌아오는 내내 우곡리 폐사지와 할머니의 굽은 허리가 필자와 함께 동행한다.
/이미란 시민기자
※본 기사는 경상남도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 보조금을 지원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