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곳에 숨겨진 보물을 찾아라~”(20) – 박쥐 보금자리, ‘배티세일 동굴’
‘배티’는 배의 경남방언으로 배나무 고개를 배티라고 한다. 표지판에 한자가 없어 배티라는 말은 이 지역을 나타내는 말로 이해했다. 한 주민이 “이곳에 돌배나무가 많았었어”라고 해서 우리말이 아닐 수도 있다는 의심을 내려놓았다. ‘세일(shale)’은 입자 크기가 작은 모래나 진흙이 오랜 세월 단단하게 뭉쳐져서 형성된 퇴적암을 뜻한다. ‘세일 동굴’은 자연동굴로써는 쌍책면 사양리에 있는 이곳이 세계 최초로 발견됐다고 한다. 이 희귀한 동굴이 우리가 살고 있는 합천에 있다고 하니 모르면 몰랐을까 알고는 안 가 볼 수가 없었다. 도로가에 서 있는 안내 표지판은 그런대로 모양을 갖춘 것 같지만 사람들에게 알려지지는 않았나보다. 자연 그대로 방치되어 있다는 느낌이 강하지만 주차장이 마련 되어있고 주변 산길에는 사람의 손길이 느껴지는 것으로 봐서는 관리가 안되었다고 말하지는 못하겠다. 표지판 설명으로는 ‘400M’라고 되어 있으니 산 중턱 어디 쯤 이겠거니 하고 바쁘게 발걸음을 옮긴다. 가파른 산길을 걷자니 숨이 차오른다. 다리가 뻐근해질 쯤 올려다본 파란 하늘이 눈부시다. 올라가는 산길은 거의 자연 그대로의 모습으로 올라가는 길은 좀 험했다. 멧돼지가 목욕했을 법한 흔적도 보이고 나무로 만들어 놓은 데크는 파손 되어 방치된 곳도 눈에 보인다. 중턱쯤 오르니 나뭇가지들로 가렸던 하늘이 고스란히 보이는 시점까지 오니 밑에서 본 안내판이 동굴 앞에도 보인다.
동굴 안으로 들어가니 그동안 본 석회 동굴이나 용암동굴과는 확연히 달랐다. 사람이 깎아 옮겨 놓았다고 생각될 만큼 반듯반듯한 돌들이 흩어져있었다. 모래퇴적암이 결대로 떨어져 나온 모양일 것이다. 배티세일동굴에 대해 알아볼 때 ‘박쥐가 살고 있다’는 부분이 있어서 이날 내 관심은 박쥐를 만나는 것이었다. 동굴 입구의 지름은 크게 느껴졌지만 높이가 낮아 허리를 잔뜩 숙이고 들어가야 했다. 허리가 좀 뻐근하다고 불평을 늘어놓으려는데 서서 걸을 수 있는 정도의 높이가 됐다. 누가 다녀간 흔적인지 외롭게 초하나가 불을 밝히고 있다. 동굴을 관리 하는 분이 밝혀 놓았나 보다. 초를 지나 조금 더 안쪽으로 들어오니 빛이 들어오는 동굴 입구 말고는 깜깜한 것이 손전등에 의존해 앞으로 조금씩 나아갔다. 동굴 입구도 안 보이는 곳으로 조금 더 깊이 들어가니 눈을 뜬 상태도 까맣고 눈을 감아도 앞이 캄캄하다. 그야말로 암흑이었다. 손전등이 없었다면 한 발자국도 앞으로 못 내밀었을 것이다. 바닥은 이끼로 미끄럽고 지하실에서 맡았던 냄새하고는 다른 시큼하기도 한 야릇한 냄새가 코끝을 자극한다. 박쥐가 보이지 않는다. 동굴 끝까지 가야만 박쥐를 만날 수 있는 걸까? 묵묵히 발걸음을 옮기는데 날개짓 하는 소리가 들린다. 소리만 들릴 뿐 눈에 발견 되는 개체는 없다. 더 들어가 보기로 했다. 평상시의 나였다면 박쥐 잠을 방해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먼저 했겠지만 실제로 박쥐를 볼 수 있다는 호기심을 이길 수가 없다. 조금 더 발걸음을 옮기니 낮잠을 방해 받은 박쥐들이 퍼덕이면 날개짓이 보이기 시작했다. 손전등 불빛에 동굴 천정에 정확히 6시 방향으로 매달려 나를 응시하는 반짝거리는 박쥐의 눈을 똑똑히 봤다. 크기는 생쥐 정도 될까? 동그란 눈은 매우 예뻤고 날개를 감싸고 매달려있는 자태는 매혹적이었다. 이런 감동을 선사해줘서 고맙다. 좀 더 많은 개체를 보고 싶단 욕심이 발걸음을 앞으로 나아가게 했지만, 앞으로 가던 발길을 멈추고 손전등을 아래로 내리고 잠을 방해해서 미안하단 말을 하고 발걸음을 돌린다. 심기가 불편해진 박쥐들이 동굴 입구를 향해 집단으로 날면서 배설물을 내 머리위로 뿌려댔지만, 힘들게 올랐던 오늘의 여정이 기쁨으로 바뀌는 순간이었다. 오래오래 기억될 순간이었다. 이곳에 살고 있는 관박쥐에 대해 좀 더 알아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