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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곳에 숨겨진 보물을 찾아라~”(18) – 고고학자 꿈꾸던 아들 생각나는 ‘학리 지석묘’

일정이 많아 새벽부터 길을 나섰더니 안개가 자욱하게 땅 바닥으로 흐르고 있고 어느 것이 하늘이고 땅인지 안개로 인해 경계가 모호한 날이었다. 아침을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산빛은 아직은 무겁고 자세히 보면 성근 빛도 뚫지 못하는 푸르름이 넘친다. 11월이 되고도 확연히 익은 가을로 가기에는 뜸들일 시간이 필요한 것 인지 햇살이 공중을 치 솟는 시간이 되자 차 속은 더운 기운으로 아직은 갑갑하게 느껴진다.
덕곡면 학리에 도착 했을 땐 아침 햇살에 황금 들녘에 앉아 반짝거리고 있었다. 추수를 끝낸 논에는 양파심기가 한창이었고, 추수를 끝내지 못한 논에는 트랙터가 바삐 움직여 벼 수확을 하고 있었다. 수확 끝 낸 논에도 트랙터가 움직여 포슬포슬한 흙들 골고루 펴서 멋진 양탄자를 깔아 놓은 듯하다. 또 어느 논에는 일꾼들이 모여 고개 숙이고 쪼그리고 앉아 일하기에 바쁜 모습이다.
학리는 새터라고 부르며 개산에서 이사하여 새로 생긴 동내라는 뜻으로 이곳에는 옛날 삼한시대의 씨족장 분묘로 보이는 지석묘가 있다. 지석묘는 청동기시대부터 만들어진 지배계급의 무덤으로 우리가 알고 있는 고인돌이다. 학리 지석묘군은 강변 충적지의 경작지 한가운데에 분포한다. 주검을 묻은 무덤방이 땅 속에 있고 그 위에 커다란 덮개돌이 얹혀있는 전형적인 남방식 지석묘이다. 2004년 덮개돌 주변에 대한 시굴조사 결과 지석묘 아래에 무덤방으로 추정되는 유구가 확인되었다고 한다.
고인돌에 대한 추억이라야 교과서에 보이던 큰 돌을 보면서 ‘죽은 사람 위에 눌러 놓는 게 어떻게 무덤이라고 할 수 있지?’ 하는 거였고, 아들이 자랄 때 유별스럽게 고인돌에 관심을 가져 같이 찾아다니던 때가 있었다. 고고학자가 되겠다던 아들은 큰 돌덩이만 보면 고인돌이 아니냐고 물어 난감했던 추억이 있다. 지금이야 이정표도 있고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어 대우도 받고 있지만 옛날에는 밭이나 논에 버티고 있는 귀찮은 존재였었고, 나 역시 아는 것이 너무 없어 질문해대는 아들에게 별로 해줄 말이 없어 그림책으로만 대신했었다.
이곳 학리 지석묘 근처에 경남문화예술진흥원이 있다. 진흥원은 겉모습은 게스트하우스 같기도 하고 펜션 같기도 하고 평원해 보이는 것이 일하는 직원들은 스트레스가 전혀 없을 것 같다. 주변 길들이 너무나 평화롭게 보이고 사람들 또한 너무 한가해 보인다. 이곳은 문화예술 진흥 프로그램과 문화사업 육성을 한다고 하는데 정작 내가 만난 주민은 “지역주민을 위한 프로그램을 만들어줬으면 한다”고 말한다. 문화생활을 위해 합천읍까지 나간다는 건 바쁜 농사철에는 엄두도 내지 못하거니와 가까운 지역에서 프로그램을 마련해준다면 너무 감사할 거란 말을 대신 해달라고 부탁한다. 좋은 시설에 많은 사람들이 이용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있다면 금상첨화 아니겠는가. 이곳에 와서 지석묘에 대해 주민에게 물어보려는데 지석묘 이야기보다는 경남문화예술진흥원에 바라는 말씀을 더 많이 해서 작은 지면을 빌려 보탠다. 학리 지석묘는 화려하지도 않고 유명하지도 않아 사람들의 관심에서 한 발 물러나 있지만 문화유산임에는 틀림없다. 이제 추운 바람이 불어 더 황량할 수 있겠지만, 따뜻한 봄을 기다리는 마음으로 작은 문화유산에도 관심을 가져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신새롬 시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