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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운잡기| 오계(五計)와 오멸(五滅) – 권해조 논설위원

일찍이 중국 송나라 서주(舒州) 회녕(懷寧) 사람으로서  자는 신중(新仲)이고, 호는 첨산거사(灊山居士)인 주익(朱翌)이 사람이 살아가는 데 다섯 가지 계획이 있어야 한다는 <오계론(五計論)>을 펼쳤습니다.
첫째는 생계(生計)이다. 참되게 살아가기 위한 계획이다. 즉 나는 무슨 일을 하고 어떻게 먹고 살아야 하는가? 하는 계획으로서 직업에 관한 계획과 준비이다.
둘째는 신계(身計)이다. 병마(病魔)와 부정(不正)으로부터 몸을 보전하는 계획이다. 즉 내 건강을 위하여 내 몸을 어떻게 관리해야 할까? 몸과 마음을 강건하게 하는 방법을 찾는 계획이다.
셋째는 가계(家計)이다. 집안을 편안하게 꾸려가는 계획이다. 즉 가정을 어떻게 꾸려 나갈 것인가?  경제적 문제뿐만 아니라 사람과의 신뢰와 정신적 안정도 중요하다. 그리고 부부관계, 부모 자식관계, 형제관계를 잘 맺어야 한다고 했다.
넷째는 노계(老計)이다. 멋지고 보람 있게 늙는 계획이다. 즉 이것은 노후 관리라고 할 수 있다.  내가 나이 들어서 무엇을 하다가 갈 것인가? 어떻게 건강관리를 하고 어떻게 경제생활을 하며, 어떻게 자식과 사회에 부담이 되지 않을까하는 계획이다.
다섯째는 사계(死計)이다. 아름다운 죽음을 맞이하는 계획이다. 즉 마지막으로 사람은 죽음 이후에 대하여 분명하고 바른 계획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 특히 다섯째 사계(死計)에서 아름다운 죽음을 맞이할 계획을 세울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다섯 가지 인연과 작별하는 일이라고 애기를 하는데, 이를 오멸(五滅)이라고 한다.
오멸의 첫째는 멸재(滅財)이다. 재물과 헤어지는 일이다. 살아서 마련한 재산에 미련을 두고서는 편안하게 눈을 감을 수가 없다. 재물에 대한 미련을 버리는 일이 멸재(滅財)이다.
둘째, 멸원(滅怨)이다. 남과 맺은 원한을 없애는 것이다. 살아서 겪었던 남과의 불미스러운 관계를 씻어내야 마음 편하게 눈을 감을 수 있다. 남과 다툼이 있었다면 그 다툼에서 비롯된 원한을 씻어내는 일이 멸원(滅怨)이다.
셋째, 멸채(滅債)이다. 남에게 진 빚을 갚는 일이다. 빚이란 꼭 돈을 꾸어 쓴 것뿐만 아니라 정신적으로 큰 도움을 받았다면 그것도 빚이다. 살아있을 때 남에게 받았던 도움을 깔끔하게 갚는 일이 멸채(滅債)이다.
넷째, 멸정(滅情)이다. 정든 사람, 정든 물건과 작별하는 일이다. 아무리 정이 들어도 함께 갈 수는 없고, 가지고 갈수도 없기 때문이다. 정든 사람, 정든 물건과 작별하는 일이 멸정(滅情)이다.
다섯째, 멸망(滅亡)이다. 죽는 것이 끝이 아니라 죽음 너머에 새로운 세계가 있음을 알아야 한다. 죽음이 끝이 아니라는 신념이 멸망(滅亡)이다.
한편 조선조 명종(明宗)때 홍계관(洪繼寬)이란 소문난 점쟁이가 있었다. 그가 사람이 죽는 해 죽는 달까지 맞힌다하여 상류사회 가마들이 그 문전에 줄지어 기다릴 정도였다. 상진(尙震) 정승도 이 점쟁이한테 죽는 연월을 점쳐두고 3년 전부터 편안하게 죽을 수 있도록 사계(死計)를 세워 챙겼다.  당시 지식층은 어떻게 하면 죽음을 두려워 않고 보다 편안한 마음으로 맞이하느냐란 사계(死計)문화가 번졌다. 이는 송(宋)나라 학자 주익의 오계론(五計論)의 영향을 받아  ‘오멸(五滅)’이라는 노후 철학이 유행했기 때문이었다.  
상진대감은 이렇게 오멸철학을 실천하며 죽음을 겸허하게 기다리고 있었는데 죽는다는 연월이 지나도 죽을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이에 홍계관을 불러 맞지 않은 점괘를 두고 따지자  “죽을 운명을 좌우하는 것은 오로지 남에게 알지 않고 베푼 음덕(陰德)뿐입니다.”라며 생각나는 음덕을 베푼 일이 없는지 물었습니다. 생각해보니 임금님 수라간에서 금으로 만든 밥그릇을 훔쳤다가 들킨 별감(別監)에게 장물을 현장에 갖다 놓게 하고 은밀히 사형을 면해준 일이 있었다.  상진대감은 그 음덕으로 15년간이나 더 살았다고 하는데 그 음덕덕분이라기 보다는 오멸(五滅) 철학을 실천한 정신적 안정 때문에 오래 살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과학문명이 극도로 발달된 오늘날에도 사람이 살아가는 데 다섯 가지 계획인 송나라 첨산거사(灊山居士) 주익(朱翌)의 <오계론(五計論)>을 음미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