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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을 기다리며 – 노덕경 수필가

날씨가 아침저녁으로 심술을 부린다. 따뜻하다 갑자기 추워지기 일쑤다. 지구 온난화로 북극의 빙하가 녹아내리고, 시베리아에서 찬바람이 불어와 지구가 꽁꽁 얼어붙고 곳곳이 난리다. 어린 시절, 겨울은 몹시 추웠다. 지금의 추위와는 사뭇 달랐다. 그 당시의 집은 목조주택으로 보온이 잘 되지 않아 추웠다. 아침에 일어나 보면 머리맡에 둔 자리끼가 꽁꽁 얼어 있었다. 할머니가 밖을 내다보는 손바닥만 한 뙤창에 뿌연 얼음이 덕지덕지 붙어 있고, 문고리 쇠를 잡으면 손이 쩍쩍 붙었다. 등교할 때는 허술한 무명옷으로 매서운 바람과 맞서야 했었다. 사지는 떨리고 윗니와 아랫니가 부딪기 일쑤였다.
교실도 춥긴 마찬가지였다. 장작난로는 선생님 책상이 있는 앞자리에 있어서 뒤에 앉은 우리에겐 싸늘한 냉기만 감돌았다. 그나마 남쪽 창가에는 햇볕 들어와 따스했다. 쉬는 시간이면 다투어 남쪽 창가로 몰려 가곤했다. 산골 소년은 늘 따스한 봄을 기다렸다.
24절기의 소한, 대한이 지나고 나면 어린이들이 좋아하는 설이다. 설날이 오면 어머니의 처마 꼬리를 붙들고 오일장에 따라가서 돼지국밥, 국화빵, 눈알 사탕을 먹을 수 있었고, 설빔으로 고까옷을 얻어 입을 수 있고, 새 운동화도 살 수가 있어 설을 기다렸다. 또한 설날에는 어른들께 세배하면 붉은 지폐를 받을 수가 있어 하루하루 손꼽아 기다리곤 했었다.
사계절 가운데 봄이 가장 좋다. 날씨가 따뜻하여 개울가의 얼었던 얼음이 ‘똑똑’ 녹아내렸고, 버들강아지가 기지개를 켜기 때문이다. 산천의 나무들도 새싹이 움트는 봄을 기다린다. 농부들도 논밭을 갈고 파종하여 땀 흘려 노력하면, 가을에 영근 곡식을 추수할 수 있기 때문에 봄을 기다린다. 기다린다는 것은 오늘보다 나은 날들을 기대하기 때문이다. 기다림은 희망이요, 바람이다, 사람은 희망이 있기에 고통을 감내하며 열심히 일하고 견딘다.
연일 계속되는 한파에 몸을 움츠리고 있다. 설상가상 지난해부터 코로나19로 인해 집합이 금지되었다. 자영업을 하는 사람들이 문을 닫게 되었고, 학생들마저 등교할 수 없게 되었다. 그 탓에 서민경제가 바닥으로 떨어져 절망에 빠져있다.
이처럼 세상이 뒤죽박죽인데 위정자들은 권력다툼이나 하고 있다. 민생경제와 젊은이들은 안중에도 없다. 일자리를 찾는 젊은이들은 요즘 현실이 절망뿐이다. 언론에 의하면 90년대 이후 청년 실업자가 최고 수준이라고 한다. 세계적 불경기와 유가상승의 원인도 있지만, 노동시간 단축, 최저 임금인상, 노사분규로 기업이 어려움에 쳐해 있다. 기업은 재투자하지 않고 구조조정을 하고 있다. 대기업이 그러하니 중소기업, 자영업은 폐업으로 이어지고 있다.
농어촌도 어렵긴 마찬가지다. 젊은이들은 일자리 찾아 도시로 가고, 노인들만 남았으니 경쟁력을 잃은 지 오래다. 자유무역으로 수출입 개방되어 저가의 농산물, 축산물, 수산물이 넘쳐나고 있으니 어려울 수밖에 없다.
그렇지만 한탄만 하고 있을 수 없다. 꽁꽁 얼음 밑에 사는 물고기도 추위를 견디며 봄이 오기를 기다리고 있다. 짐승들도 땅속에 들어가 은둔하며 봄을 기다린다. 우리도 추위를 참아내며 봄이 오기를 기다려야 한다.
농민들은 농한기에 봄을 기다리며 퇴비를 만든다. 전답을 갈아엎고 고랑을 만들어 씨 뿌리는 봄을 기다린다. 새싹이 돋는 산물을 바라보면 신비롭다. 여름 내내 잡초 뽑아주고 벌래 잡아주고 물을 준다. 가을에 열매를 맺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어부들도 배를 정비하고 그물을 보수하고 만선을 꿈꾸며 봄을 기다린다.
지금 어려움에 처해 있는 중소기업도 자영업자도 코로나가 빨리 종식되어 함께 웃을 수 있는 봄을 기다려야 한다. 일터를 잡지 못해 방황하고 있는 젊은이들도, 병환으로 고생하는 환우들도 완쾌되는 봄을 기다려야 한다. 마음 다잡고 견디며 코로나가 물러나는 봄을 기다려야 한다. 봄은 반드시 돌아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