꽁트| 자다가 웬 통닭 – 정개모 합천군문해강사
살을 에는 듯한 동지 날 저녁때 경기 신탄리에 사는 김서방은 눈이 오다 개서 서울을 가기 위해 전철을 탔다. 볼일을 마치고 다시 신탄리로 돌아오는데 전철 찻간이 만원이라 빈자리가 없었다. 그런데 비틀거리는 취객이 서 있는 앞자리가 비어 있어, 그 자리에 앉게 되었다. 그 취객은 만취되어 축 처진 검은색 비닐봉지를 들고 마치 넘어질 듯 춤을 추듯 공중에서 흔들흔들 포물선을 그리곤 하였다
보다 못한 김씨는 혹시 넘어지면 다칠까 봐 그에게 자리에서 일어서며 앉으라고 권유하였다. 그런데 취객은 내가 자리에 앉아 잠이 들면 안 된다고 거절하였다. 그러자 김서방은 취객이 흔드는 비닐봉지를 들어주겠다고 손을 내밀자 내릴 때 달라며 건네 주었다. 그런데 이 봉지를 건네 받은 김씨는 받자 말자 자리에 앉아 자신이 먼저 잠이 들고 말았다. 한참 후 신탄리역에 도착하여 하차 하려고 일어서자 앞에 있던 취객이 온데 간데 없이 보이지 않았다. 다른 찻간에도 보이지 않았다. 아마 그 봉지를 깜빡 잊고 내린 모양이었다. 이때 김씨는 신고하려다가 바로 그 봉지를 열어보니 생닭 2마리가 들어 있었다. 좀 미안하지만 그날의 횡재라 믿고 집으로 돌아와 부인에게 요즘 임자몸이 허약해서 삼계탕 끓여 주려고 사 왔다고 말하자 동짓날 무슨 삼계탕이래, 참 오래 살고 볼 일이라며 안 하던 짓을 한다고 쓴웃음을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