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진에 희생된 튀르키예인을 애도하며 – 권해조 논설위원
우리나라도 지진대책 서둘러야
지난 2월6일 새벽 규모 7.8의 강진이 튀르키예(옛 터키) 남동부를 강타했다. 이번 지진으로 튀르키예는 많은 건물과 함께 역사유물인 요새와 성벽이 파괴되고 수많은 인명피해를 입었다. 지진 발생 일주일이 지난 12일 현재 사망자가 3만3천여 명, 부상자 10만 명 이상으로 보도하고 있다. 미국지질연구소는 이번 지진으로 사망자가 10만 명 이상이 될 것으로 보고 있는데, 이는 2011년 동일본 대지진으로 사망자 1만9천여 명을 훌쩍 넘겼고, 2004년 인도네시아에서 발생한 지진해일 약 23만 명과 2010년 진도 7.3의 아이티 대지진 22만 명 사망자 다음의 대형 피해로 보여진다.
튀르키예 정부는 7일 지진피해를 입은 10개 주에 3개월간의 비상사태와 12일까지 국가애도기간으로 선포하고, 군경, 공무원, 구조대 2만6천여 명을 피해지역에 긴급 투입하여 피해복구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언론보도에 의하면 인명구조의 골든타임인 <72시간>이 지났지만, 사고 발생 78시간 뒤에 어머니와 두 아들이, 82시간 만에 6개월 된 아이가, 92시간 만에 한 모녀가, 140시간이 지난 12일에도 한 부부와 7개월 된 아이와 함께 무너진 건물더미에서 기적적으로 생환했다는 반가운 소식을 전하고 있다.
지금도 세계 각국으로부터 지진피해 복구와 인명구조를 위한 손길이 이어지고 있다. 미국이 2개의 수색구조팀 258명을 비롯해 독일, 스폐인 등 EU국가와 일본도 긴급 구조지원에 나셨다. 우리나라도 8일 새벽에 원도연 외교부 개발협력국장을 구호대장으로 118명의 긴급구호대(KDRT)를 파견해 진앙지에서 130km 떨어진 셀렘아니돌루 고등학교에 베이스캠프를 설치한 후 18일까지 구호작전을 펼치고 있다. 우리나라 구호대는 구호작전 개시 100여분 만인 9일 새벽에 70대 남성 1명을 포함, 12일까지 8명의 생존자를 구출하고 수십 구의 시신도 수습하였다고 한다.
또한 세계 각국에서 복구비와 구호물품도 쇄도하고 있다. 국제구호개발기구인 월드 비전이 1천만 달러(약 126억원), 중국이 4천만위안(약 74억원) 상당의 긴급구호물자를 제공한다고 발표하였고, 우리나라도 긴급구조대 파견 때 500만 달러의 의약품과 긴급구호품을 보냈으며, 지금도 민간차원의 성금모금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모금활동 사흘 만에 100여 명의 성금 60여억 원을 비롯해 포스코그룹 100만 달러, 풍산그룹 50만 달러, 아산복지재단 40만 달러, 현대해상 10만 달러 등 계속 이어지고 있다. 그리고 인천항에는 내복, 담요, 양말, 점퍼 등 구호품도 많이 쌓이고 있다고 한다.
이렇게 우리나라가 튀르키예에 적극적인 구호활동에 참여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 우선 <형제국>이라는 특별한 관계를 꼽을 수 있다. <튀르키예> 국호는 ‘옛 튀르키예인의 땅’이란 의미로 2022년에 종전의 ‘터키’에서 바꾸었다. 우리는 2002년 한일월드컵 이후 ‘터키’ 하면 ‘형제의 나라’라고 불렀다. 그렇게 부르는 이유는 대부분은 터키가 6·25 때 미국, 영국에 이어 세 번째로 많은 1만4936명이라는 병력을 파병하여 미국 다음으로 많은 721명 전사에 2,147명이 부상을 당하는 등 피해가 컸기 때문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양국의 역사적 유래에 더 근본적인 이유가 숨어 있다. 우리 대한민국을 코리아(고구려 또는 고려)라고 하는 것처럼 터키인들은 자신들의 나라를 ‘투르크’라고 부른다. 역사 속에 ‘고구려’와 동시대에 ‘돌궐(突厥)’이라는 나라가 있었다. 돌궐의 다른 발음이 ‘투르크’이며, 우리 한민족과 같은 우랄 알타이족으로 고구려 전성기엔 거란, 여진(숙신)과 마찬가지로 상당수의 돌궐인이 고구려의 기층(基層) 민중에 속해 있었다. 당시 돌궐은 고구려와 동맹을 맺어 가깝게 지냈는데, 고구려가 멸망(668년)한 후에도 돌궐은 고구려의 유민을 많이 받아들이면서 우리 민족과 특별히 긴밀해 졌다. 그 후에도 돌궐과 고구려는 계속 우호적이며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며 서로를 ‘형제의 나라’라 불렀다.
아무튼 이번 지진은 영상을 통해서 볼 수 있듯이 한마디로 <지구의 최후의 날> 같은 금세기 최악의 참사이다. 날씨마저 추워 구조 활동과 이재민들도 어려움이 많다. 그리고 튀르키예는 1999년에도 진도 7.8 지진발생으로 1만7천여 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적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그동안 대책이 미비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이제 우리나라도 결코 지진의 안전지대가 아니다. 최근에도 해마다 강도 3-5도의 지진이 자주 발생하고 있다. 그리고 2006년부터 3층 이상 건물에는 내진 설계를 의무화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서울 건물 가운데도 내진설계가 19.5%에 불과하다고 한다.
속담에 ‘인명은 재천’이라 하지만 인간의 생명도 자연의 섭리(대재앙) 앞에서는 피할 수 없는 것 같다. 이번 ‘튀르키예 지진 교훈’을 거울삼아 개인이나 정부에서도 자연재난대책에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이번 지진피해로 고통을 당하고 있는 ‘형제의 나라’ 튀르키예와 아픔을 같이 나누면서 하루속히 아픔을 딛고 일어서길 기원한다. 아울러 2011년부터 내전으로 시달리는 인접국가 시리아에도 원조마저 통제되어 정확한 통계는 어렵지만 9일 현재 3천명 이상의 사망자가 발생했다고 한다. 이번 지진으로 생명을 잃은 수많은 튀르키예와 시리아인들에게 애도를 표하며 삼가 명복을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