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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 있는 단상, “빈숲의 노래” – 닫힌 창문을 열어

닫힌 창문을 열어
거실 앞 안쪽의 문이 책들과 이것 저것들로 쌓여 오랫동안 닫혀 있었다
안쪽의 불투명한 그 문을 열면 유리창을 통해 바깥의 풍경을 환하게 볼 수 있었는데도
쌓여있는 것들을 치우는 것이 귀찮아 그냥 두었더니
해가 지날수록 더욱 쌓여 아예 치울 생각을 하지 않게 된 것이다
애초에 앞쪽으로 유리문을 달았던 것은 거실에서도 바깥의 풍경을 보고자 했던 것인데
이제는 안쪽 문이 닫혀 벽처럼 되어버린 셈이다
바깥으로 드나드는 한 쪽 문이 고장나 수리를 위해 어쩔수없이 벽을 허물듯 쌓여있던 것들을 모두 치워야 했다
그래서 닫혀있던 안쪽의 불투명한 문을 열자
거기에 앞마당의 정원이 그대로 거실 안으로 들어왔다
한순간에 집안의 풍경이 달라졌다
바깥마당에서 집안으로 들어오면 거실 유리문을 통해 앞마당이 그대로 이어져 있는 것이다
그제사 앞쪽 창문의 용도가 살아났고 잊고 있던 풍경을 되찾은 셈이다
여태 내가 거실에서 바깥의 그 풍경을 즐기지 못한 것은 제자리가 아닌 곳에 쌓아두어 막았던 것들 때문임을 생각한다
지금 내가 세상을 보다 밝고 환하게 보지 못하는 것은
스스로 내 앞쪽 창문을 가리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내가 쌓아올려 내 앞쪽을 벽처럼 막은 것들이 무엇인지 생각한다
불필요하게 쌓아놓고 아직도 붙잡고 있는 것들,
남은 날 내가 놓고 비워야 할 것들을
빈숲 모심

  • /여류 이병철 선생(시인, 생명운동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