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마당(오피니언)칼럼

브렉시트 충격의 원인과 파장

권해조
논설위원

유럽 2위, 세계 5위 경제대국 영국이 마침내 유럽연합(EU)탈퇴를 선택했다. 지난 6월 23일 진행된 영국의 브렉시트(Brexit) 투표결과 탈퇴 52%, 잔류 48%로 EU에서 탈퇴하게 되자 충격의 파장이 커지고 있다. 영국의 EU탈퇴는 2차 대전 종료 후 1946년 처칠 영국총리가 ‘우리는 유럽합중국을 건설해야 한다’고 외친지 70년, 1958년 EU전신인 유럽경제공동체(EEC) 태동 후 60년, 영국이 1973년 EU가입 후 43년만이다.
이번 EU탈퇴소식에 세계 언론들도 경악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NYT는 ‘브렉시트가 세계를 실신시키다’란 제목으로 경제적 문화적 혼란 속에서 반 엘리트주의, 포퓰리스트와 국수주의자들의 힘이 돋보인 결과로 EU의 미래에 의문을 갖게 되었다고 보도했다. 중국 환구시보도 ‘300년 전으로 돌아간 영국’이란 보도로 해가 지지 않는 대영제국을 건설하기 위해 원점으로 돌아갔다고 했으며, 동아일보는 ‘반세계화에 방아쇠 당기다’라고 보도했다. 앨런 그린스펀 전 미연방준비제도 의장은 ‘글로벌 경제는 정말로 심각한 문제에 봉착했다’고 경고했다.
따라서 이번 영국의 EU탈퇴는 세계경제의 통합에 급제동이 걸렸음을 상징하는 사건으로 1989년 베를린장벽 붕괴와 2008년 금융위기 리먼사태 이상으로 세계경제 정치 안보질서에 큰 파고를 몰고 올 악재이다. 탈퇴를 결정한 24일 하루에 세계증시의 시가총액 2조5465억 달러(약 3,000조원)가 날아가고 국내증시도 47조원이 증발되었다. 외환시장에서 영국 파운드화 가치가 11%, 유로화도 4.3% 급락하고 엔화는 6.3% (달러당 99원) 상승했다. 한편 영국은 EU가 영국 수출의 44%를 차지하고 일자리 300만개와 연관되어 있어 EU를 탈퇴하면 50만개 일자리가 사라지고, GDP도 최대 7.5% 하락 전망과 포드, 도요타 등 글로벌 제조업체들도 영국 생산 공장 탈출 파장도 예상된다. 그리고 스코틀랜드, 북아일랜드의 EU 잔류, 독립주장으로 분리될 조짐이 있고, 유럽최대 군사대국이자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영국의 탈퇴로 2차 대전 후 형성된 국제질서에 불확실성으로 IS 퇴치나 NATO의 균열 등 국제안보에도 심각한 문제에 봉착하게 될 것이다.
탈퇴의 근본원인은 영국민의 ‘반(反)이민 정서와 빈부격차’ 때문이다. 그리고 영국이 과거부터 유럽세력 균형의 추(錐) 역할을 하면서 어느 한 국가가 패권을 장악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아, EU의 주인행사를 하는 독일과 프랑스에 불편한 심기였다. 거기에 캐머런 영국 총리가 2013년 총선 때 집권보수당의 내부갈등 봉합과 총선 승리를 위해 ‘브렉시트 국민투표’를 선언했고, ‘유럽에서 독립할 마지막 기회’란 존슨 전 런던시장의 선동 영향도 크다. 영국은 근래 난민의 대량 유입을 허용하여 일자리를 뺏기자 EU체제에 반기를 들었다. 따라서 이번 선거에서 탈퇴파는 저소득층, 중장년층에 비(非)수도권이었고, 잔류파는 고소득층, 젊은 청년층과 수도권에 집중되었다. 투표 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와 유력언론들도 잔류를 지지하고 콕스 의원 사망으로 여론도 잔류 쪽으로 기울어졌다. 그러나 EU탈퇴 진영이 영국은 매주 EU에 3억 5천만 파운드(약 5940억원)를 주고 있는데 그 돈으로 세금을 줄이고 복지를 누릴 수 있다는 주장과 ‘한계점’이란 자극적인 피켓 운동 등의 감정에 호소한 포퓰리즘이 이성을 이겼다.
영국의 EU탈퇴가 자유무역주의를 거부한 것은 아니지만 보호무역주의 확산에 기름을 부은 것은 분명하다. 1980년대 이후 통합과 자유무역을 지향하던 세계경제흐름이 보호무역으로 역행하면 EU도 존폐위기에 처할 수도 있다. 한편 영국의 EU탈퇴 여파가 ‘통합은 유럽의 운명’이라는 믿음이 깨지면서 다른 회원국들도 탈퇴 움직임이 보인다. 특히 프랑스 국민전선(FN), 네덜란드 자유당(PVV), 덴마크, 핀란드에서도 국민투표 주장을 하며, 국민투표 직후 디파르투칼(Departugal), 이탈리브(Italeane), 퍼락오프(Fruckoff), 스웨던(Swedone) 등 EU국가에서 떠난다는 신조어가 퍼지고 있고, 스페인도 카탈라나주의 독립, 미국도 텍사스, 캘리포니아 주의 연방탈퇴 주민투표를 요구하는 등 세계 곳곳에서 분리 독립의 목소리가 터져나고 있다.
영국의 완전한 EU탈퇴는 2년간 협상결과에 따라 결정된다. 그러나 캐머런 총리가 10월 사퇴이후 탈퇴협상을 언급하자, EU 지도부와 주요 국가들은 빠른 시일 내 탈퇴협상에 임하라고 촉구하였고, 28일 잔류 27개국 회원국 정상회담에서도 영국의 조기탈퇴와 잔류 회원국의 통합과 단합을 결의하였다.
이민갈등, 일자리 다툼은 EU만이 아니다. 영국은 전문가들의 잔류경고도 무시하고 ‘잃어버린 내 나라’를 찾겠다는 감성에 탈퇴를 막지 못했다. 18세기 산업혁명의 발상지로 세계화를 이끌며 번영을 구가했던 대영제국이 21세기 정보화시대에 섬나라 고립주의 속으로 들어가는 것은 세계사의 역설이다. 이는 눈앞으로 이익만 챙기는 성난 포퓰리즘과 국수주의(國粹主義), 신고립주의가 닥치는 신호이기도 하다. 특히 반세계화, 내셔널리즘, 정재계 엘리트에 대한 분노의 포퓰리즘이 미국 대선의 트럼프 후보의 돌풍의 원동력과 일치하여 11월로 예정된 미국의 대선에 어떤 영향을 줄지 걱정이다.
우리는 앞으로 영국, EU와 새로운 FTA를 체결해야 한다. 그러나 EU 경제의 17%를 차지하는 영국경제가 위축되면 세계경제가 침체에 빠질 수 밖에 없으며, 국내 증시의 영국계자금 36조원(8%)이 빠진다면 증시폭락과 원화가치가 급락하여 수출에도 치명타가 될 수 있다.
결론적으로 이번 영국의 EU탈퇴는 ‘양극화를 놓고 휩쓴 분노의 포퓰리즘’으로 우리에게 큰 교훈을 주고 있다. 지난 4.13 총선결과도 ‘한국판 브렉시트’로 볼 수 있다. 우리도 지속적인 저성장, 청년실업률 증가, 다문화 가족, 양극화 갈등 등을 개척할 새로운 생존전략이 필요하다. 최근 북한의 무수단 미사일 발사시험 성공과 미국 대선을 앞두고 정부와 여야 정치권은 일치단결하여 안보와 경제 동시 위기 극복에 머리를 맞대고 논의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