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마늘 경매 시작… 농민들 ‘한탄’
작년 대비 낙찰가 60% 수준
“1963년도 계묘년 보리 흉년 보는 듯”
‘벌마늘’ kg당 500원에 낙찰…군 묘책 있나?
건마늘 산지 경매가 시작된 7월, 활기로 가득 차있어야 할 경매 현장에서 농민들의 한숨 섞인 목소리가 여기저기 새어 나오고 있다.
합천군은 보도자료(7월 3일 자)를 통해 합천동부농협과 합천유통(주)이 각각 초매식을 갖고 본격적인 마늘 경매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합천동부농협은 7월1일 첫 경매를 시작해 9월 말까지 적중면 농산물 산지공판장에서 마늘 경매를 실시하며 합천유통(주)은 합천새남부농협 등 5개 농협에서 이달 말까지 건마늘 산지 이동경매를 실시한다.
합천유통의 이동경매는 각 농가가 사전에 해당 지역 농협으로 출하물량을 신청하면 합천유통과 지역 농협이 협의해 경매를 실시하는 방식으로 공판장까지 이동이 어려운 고령 농가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본지는 지난 7월 3일 합천새남부농협 쌍백지점 산지유통센터에서 있었던 합천유통의 첫 이동경매 현장을 찾았다. 경매를 기다리는 수많은 건마늘 더미 주변에는 분주하면서도 익숙한 움직임의 경매사와 중매인들이 무리를 지어 낙찰가를 정하고 있었고 이를 곁에서 지켜보는 농민들의 모습은 마치 ‘성적표’를 받는 학생처럼 긴장돼 보였다.
낙찰까지는 단 십여 초, 경매사가 지나간 마늘 망 더미 위엔 낙찰된 가격(kg당 단가)이 적힌 ‘검수증’이 남겨졌는데 몇몇 마늘 망 위에 놓인 검수증엔 ‘벌’과 ‘500원’이라는 글자가 선명하게 적혀 있었다.
건마늘 중 이른바 ‘벌마늘(끝이 오므라지지 않고 벌어진 형상을 가진 마늘)’에 대해 kg당 500원 수준으로 낙찰가가 형성되자 이를 지켜보던 농민들이 삼삼오오 모여 가격을 재확인하고 믿기 힘들다며 연신 긴 한숨을 내쉬었다.
15년 째 마늘 농사를 짓고 있다는 농민 A씨는 “벌마늘도 바로 까서 먹으면 전혀 문제가 없다. 작년엔 벌마늘이 거의 없었지만 있었어도 kg당 2천 원은 받았다. 벌마늘이라고 해서 500원 밖에 못 받으면 인부들 밥값도 처리 못하는 수준”이라고 혀를 찼다. 농민 B씨는 기자에게 다가와 “힘들게 지은 농작물이지만 그냥 버리고 싶은 기분”이라며 ”우리나라 최악의 흉년이었던 ‘1963년 계묘년 보리 흉년’ 악몽이 재현되는 것 같다”고 하소연을 펼치기도 했다. 현장에서 만난 농민 대부분은 경매 낙찰가가 최소한 kg당 3500원은 되어야 이해타산이 맞는 수준이라며 올 해 농사는 ‘적자’라고 입을 모았다.
합천새남부농협 측은 이날 경매 현장에 출하된 건마늘 양은 약 6천 망(망 당 20kg)이었고 120톤 전체가 낙찰됐다고 밝혔다. 이중 벌마늘의 양은 800kg에 달했다. 작년까지 수량 측정도 되지 않을 만큼 소량이었던 벌마늘이 경매장의 한 자리를 차지한 것이다.
새남부농협 서진석 상무는 “전체적으로 볼 때 상위 평균 경매 낙찰가는 kg당 2600원 선, 작년 대비 60% 수준”이라며 “2016년 이동 경매가 시작된 이후로 벌마늘이 kg당 500원에 낙찰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마늘 작황이 부진한 이유는 6월 초ㆍ중순 수확시기에 맞물려 내린 많은 양의 비로 인해 생겨난 문제라는 것이 업계의 지배적인 해석이다. 이런 연유로 인해 벌마늘 양 등이 많아지자 수요공급의 원칙에 따라 경매 낙찰가가 농민들 기대에 한참 미치지 못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 변칙적인 기후로 인해 앞으로 경매장에 출하될 건마늘 상황도 엇비슷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합천유통은 낙찰가격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판매 보류 요청도 가능하다고 밝혔지만 이미 껍질이 벗겨지고 벌어진 마늘을 저장고에 보관할 수도 없는 농민들 입장에선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눈물의’ 출하를 결정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지역 농협 관계자는 이 같은 상황이 안타깝다며 “시중에서 형성되는 마늘의 가격은 경매 낙찰가 낙폭만큼의 영향은 받지 않는 게 사실”이라며 “지금 싸게 사서 깐 마늘로 파는 이들만 한 몫 챙길 것 같다”는 말을 꺼내기도 했다.
합천군은 산지 공판장 출하 활성화 지원사업을 통해 농가들에게 경매 수수료를 지원하고 있다. 군은 지난해 마늘 경매 결과 6,985톤의 마늘을 출하해 338억 원의 실적을 달성한 바 있다.
건마늘 초매식에 참석한 김윤철 군수는 “농업인들이 피땀 흘려 생산한 마늘이 더 좋은 가격에 판매되어 농가의 노력이 헛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할 것을 약속드린다”고 말했다. 관내 마늘 농사를 주업으로 하는 농민들의 한탄이 예사롭지 않은 가운데 군이 어떤 묘책을 선보일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김호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