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집 나오면 즐거워 (2) – 문경자 수필가
그래도 이렇게 얼굴을 보고 옛날 친구들을 50년에 만난 것은 큰 행복이었다. 사과, 배, 방아 잎 부침도 맛있게 먹었다. 옥상에 올라가니 여러 가지 채소와 꽃들이 피어 있었다. 추어탕에 들어가는 향료는 방아 잎 향기가 으뜸이었다. 예쁜 옥상에서 기념 사진도 찍었다. 거실에 모여 앉아 추억담에 웃음이 귀에 걸렸다. 믹스커피를 마시며, 친구가 “오늘 저녁은 내가 꼭 회를 대접해야 한다”며 안내한다고 휠체어를 타고 식당으로 갔다. 50년 만남의 빌미를 삼아 꼭 대접을 한다는 이유였다. 함께 보조를 맞추며 신호등을 건너 약 40분정도 걸리는 거리였다. 아파트 정원을 지나 가는데 큰 호수가 있었다. 저녁의 호수는 잔잔하게 외등의 불빛을 받고 시커멓게 생긴 고기들이 돌아다녔다. 바다가 있어 그런지 상쾌함 보다는 찝찝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횟집 골목에 들어서니 간판들이 너무 많아 어느 가게로 들어 가야 할 지 몰랐다. 친구는 휠체어가 들어가는 가게를 알고 있어 다행이 함께 들어갔다. 식당 사장은 일부러 개조를 하여 만들었다며 자부심이 대단하였다. 우리는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예약된 방으로 들어갔다. 널찍하고 시원해서 좋았다. ‘ㅇㅇ횟집’ 메뉴판에 있는 150,000원 모듬회를 시켰다. “오늘은 너거가 먹고 싶은 것이 있으면 울매던지 묵어라”라는 말을 연발하였다. 먼저 나온 부식들을 먹으니 입맛에 잘 맞았다. 깻잎, 콩나물, 미역국, 도라지무침, 청량고추, 배추김치, 생선튀김, 등 사이다, 소주1병을 따르고 건배 ‘친구들 반가워’하고 한 모금을 먹었다. 회를 먹을 때는 소주를 먹어야 생선과 궁합이 잘 맞다고 했다. 드디어 모듬회가 나왔다. 야~아 하고 웃으며 박수를 쳤다. 노란 접시에 담겨있는 회는 우리에게 실망을 주었다. 우선 생선들의 색상이 붉지않고, 창호지처럼 얇고, 일렬로 깔려 있는 것이 도대체 싱싱해 보이지 않았다. 노량진 수산시장에는 회를 보면 탄력이 있고 씹을수록 단맛이났다. 꼬들꼬들하고 감칠 맛도 있었다. 억지로 한 입 먹으며 회를 쳐다보고 맛없음을 알려주었다. 사진을 찍어서 보니 더 형편없는 회가 입맛을 버렸다. 순이는 회를 잘 안 먹는다더니 혼자 부지런히 먹었다. 미역국도 식어서 비릿해 먹기가 싫었다. 비싼 회를 맛있게 먹자 하고 마음을 바꾸었다. 송이가 갑자기 전화번호를 입력한 것을 보여주었다. 내 이름을 무경자, 순이 이름은 문푼순이라 저장한 것을 보고 너무 웃어 배가 아팠다. 근데 왜 그렇게 웃음이 나오는지 진이와 나는 눈물 콧물이 다 빠지도록 웃었다. 진작 푼순이는 전혀 웃지 않았다. 아는지 모르는지…
웃다가 먹다가 보니 저녁 7시가 넘었다. 길도 어두워지니 친구를 빨리 보내고 우리도 숙소로 가야했다. 짧은 만남이지만 이산가족 상봉 이상이었다. 가는 모습을 보고 눈시울이 뜨거웠다. 언제 다시 만날 수 있을지. 택시를 타고 숙소가 있는 부산역근처로 다시 돌아와 배도 부르고 해서 걸었다. 밤거리는 완전히 분위기가 달랐다. 휘황찬란한 불빛들이 비치고 젊은 연인들은 손을 잡고 걸으며, 외국인 아가씨들이 많아 처음보는 광경이 낯설어도 여기에서만 볼 수가 있다며, 그 앞을 지나치며 힐끔힐끔 쳐다보았다. 진이가 배도 부르고 소화를 시킬 겸 주위에 노래방을 찾아보자 했다. 우리가 신나게 놀 장소를 물색하였다. 지하로 내려가니 손님도 없고 한산했다. 1시간에 2만원이라 서울보다 저렴했다. 순이는 목이 안 좋다면서 너스레를 떨었다. 그러면 가만히 앉아 있고 우리만 신나게 놀자. 노래방에 들어가자 순이는 벽에 붙어있는 노래는 무조건 찾아서 여러 곡을 입력하여 불렀다. 혼자만 불러 미안한지 자기는 좀 쉬었다가 한다고 하고 또 불렀다. 신곡도 잘하고 노래교실 다닌 수준이었다. 신나게 두 시간을 부르고 나니 모두 목이 쉬었다면서 얼굴은 행복해 보였다. 누구 하나 간섭하는 사람도 없고, 밥을 차릴 일도 없고, 돈만 내면 척척 다 해결이 되니 집을 나오면 이렇게 좋은 줄을 몰랐다. 부산의 밤을 즐기는 맛이 이국 정취처럼 느껴졌다. 외국 사람들이 많아 우리도 외국에 온 느낌이었다. 숙소에 들어와 내일 일정을 짜고 모두 꿈속으로 들어갔다.
이튿날이 밝았다. 매년 1박을 하고 바로 헤어지니 서운하다며 20년만에 2박은 처음이었다. 그때만 해도 젊고 아이들도 남편들도 회사를 다니다 보니 시간의 여유가 없었다. 꽃단장을 하고 아침은 ‘시골 추어탕’을 먹었다. 식당을 나와 전철을 타고 ‘태화강 국가정원’을 가기로 했다. 부전역에서 태화강 09:30분에 출발했다. 관광객들이 많았다. 처음 가는 곳이라 마음이 설렜지만 그보다 친구들과 함께 여행을 할 수 있다는 것이 행운이었다. 부산에 사는 송이가 리더를 했다. 그래서 마음이 놓이고 기뻤다. 태화강역에 내려 택시를 타고 갔다. 기사는 쓸데없는 말을 하다가 내려야 할 곳을 지나쳐 갔다며 걸어가도 된다고 하였다. 아침 겸 점심을 먹기 위해 간판에 돼지 삼겹살이란 글자를 보고 식당으로 들어갔다. 젊은 아가씨가 친절하게 대했다. 삼겹살을 먹으니 배가 불렀다. 식당의 반찬은 거의가 비슷한데 쌈 싸는 배추 잎이 너무 억세고 상추도 조금 덜 씻은 듯하고, 벌레 먹은 것을 깨끗하게 떼어내고 먹었다. 자연 그대로 키웠다고는 하지만 개운치 않았다.
신장로를 건너니 바로 태화강 국가정원을 구경을 할 수 있었다. 봄꽃들은 거의 다지고 푸른 숲들만 바람에 살랑거렸다. 양귀비 꽃밭, 샤스타데이지꽃, 수레국화, 장미꽃도 예쁘고 풀들과 잘 어울렸다. 태화강을 십리(4km)에 걸쳐 있다고 해서 ‘십리 대숲’이라 한다. 십리 대숲 은하수길 생태관광지 앞에서 한 명씩 기념 사진을 찍었다. 대나무 숲에 들어서니 바람에 대나무 잎이 서로 부대끼는 소리에 기운이 나고 시원했다. 고향의 대나무 숲이 생각났다. 진이네 집 뒤 대나무 밭은 동네서도 유명했다. 자랄 때 대나무 죽순을 뽑고 차가운 대나무를 잡고 시원함을 느꼈다. 진이는 대나무를 모양 있게 키우려면 사이사이를 넓게 해야 튼튼하게 자란다며 아는 데로 설명을 해주었다. 같이 걸으며 먼 옛날 고향에서 자란이야기를 하며 다니는 길이 재미있었다. 주변에 부모님을 휠체어에 태우고 양 옆으로 자식, 며느리, 손자 손녀들이 합심을 하여 함께 다니는 모습이 아름다웠다. 아이들을 데리고 나온 아빠 엄마들은 함께 미끄럼도 타고 모래 놀이도 하며 재미있게 노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기념사진을 찍는 가족들의 모습이 대나무 숲 정원을 더 아름답게 꾸몄다. 태화강은 조용하게 흐르고 있었다.
기념 사진을 찍고 걷다가 보니 출발 시간이 가까워졌다. 슈퍼에 들어가 목이 말라 아이스크림을 먹고 해운대로 향했다. 3시5분 태화강역에서 타고 4시 4분에 신해운대역 하차. 택시 타고 해운대에 도착했다. 피서 객들이 많아 놀랐다. 벤치에 앉아 바다를 바라보며 우리들 이야기만 했다. 간식을 먹으니 달콤한 감정을 만들어 주었다. 그러고 나니 몸이 조금 가벼워졌다. “파도를 보고 가자” 하고 모래밭을 송이와 둘이 걸었다. 어른들과 아이들은 바다물에 발을 담그고, 수영을 하는 것처럼 흉내도 내고, 여자아이들은 겁도 없이 물속으로 들어가 물장난을 치며 놀았다. 큰 파도가 없어 다행이었다. 사람도 넘어뜨리는 집채 만한 파도는 모조리 다 휩쓸고 지나가는 무서운 파도다. 바다를 배경으로 송이와 나는 기념 사진도 찍었다. 해가 기우니 노을이 비치고, 가로등도 하나 둘 불을 밝혔다. 운치도 좋아 그곳에서 머물고 싶었다. 친구들은 여기서 밤샘을 해도 되겠다며 아쉬워했다. 해운대에 와서 파도를 보는 것이 소원이었는데 아주 잘한 일이었다.
저녁을 맛있게 먹자 하고 맛집을 찾아 다녔다. 거리에는 젊은이들이 많아서인지 밥을 파는 식당보다 맥주와 치킨집들이 많았다. ‘초량밀면’식당에 들어갔다. 만두와 초량밀면을 시켰다. 가위로 면을 자르고 비비니 양이 너무 많았다. 만두도 먹으니 배가 불렀다. 친구의 덕으로 모여서 이렇게 좋은 기억을 차곡차곡 만두속에 쌓았다. 숙소로 돌아와 도란도란 모여 앉아 참외를 깎아 먹었다. 노랗게 익은 참외는 고향의 원두막에서 먹는 맛이었다. 어릴 때 이야기를 하며 웃음이 끊어지지 않았다. 참외 서리, 수박서리 하던 기억을 떠 올리며 지금도 가슴이 두근거린다며 마주보고 웃었다. 모두 합창을 하였다. “집 나오면 즐거워” 밤새도록 이야기는 끝없이 이어지는데 아무도 대답이 없는 것을 보니 꿈나라로 갔나! 순이야, 진이야, 송이야 정다운 이름을 불러본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