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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 꿈(6) – 변명규

잘 키운 나무의 비밀
다섯 명의 자식을 둔 아버지가 있었다. 그중 한 아들은 유독 몸이 약하고 머리가 좋지 않았다. 아버지는 주눅 든 아들을 보는 게 가슴 아팠다. 어느 날 다섯 자식에게 나무 한 그루씩 나눠 주며 “1년 동안 가장 잘 키운 사람에게 상을 주마.” 약속한 1년. 아버지는 자식들과 나무를 심은 숲으로 갔다. 그런데 놀랍게도 한 그루만 유난히 크고 잎이 무성했다. 아버지 가슴을 가장 아프게 했던 아들의 것이었다. 아버지는 약속대로 원하는 것을 물었지만 아들은 무엇이 필요하지조차 말하지 못했다. “얘야, 이렇게 나무를 잘 키우다니, 분명 훌륭한 식물학자가 되겠구나. 그리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으마.”
아버지의 기대를 한 몸에 받은 아들은 장차 학자가 될 꿈에 부풀어 잠을 이루지 못했다. 밤을 새하얗게 지새운 아들은 잘 자란 나무가 고마워 새벽녘 숲으로 달려갔다. 한데 뿌연 안개 속에서 아버지 뒷모습이 보였다. 아버지는 몰래 나무에 물을 주고 있었다. 아버지의 사랑이 나무를 키운 것이었다. 훗날 아들은 식물학자 대신 국민의 사랑을 받는 대통령이 되었다. 그의 이름은 프랭클린 루스벨트다.

어부 정 대화
1964년 울진 죽변에 사는 어부 정 대화라는 분이 바다에 나가 난파를 당해 일본까지 14일 동안 널빤지를 붙들고 표류하여 구조되었다.
그가 그렇게 가혹한 역경을 이겨 낼 수 있었던 것은 아들의 도시락 반찬에 대한 집념 때문이었다고 한다. 정씨가 난파당하던 날 아침 집을 나설 때 아들이 어머니한테 “도시락 반찬을 김치 깍두기 말고, 남들처럼 콩자반 좀 싸 주세요.”라고 칭얼대는 소리를 들었다. 이 소리를 들은 정씨는 이번 고기잡이에서 돌아올 때는 검은콩 한 됫박 사 오겠다고 단단히 마음먹었다. 그러나 그 길로 나가 난파당하여 표류했던 것이다. 그는 16명의 선원을 다른 배로 옮기고, 혼자 남아 배를 구해 보겠다고 몸부림치다 죽변에서 일본 유다니만까지 표류했던 것이다. 표류 중 굶주림, 추위, 졸음으로 죽음이 닥쳐올 때마다 콩자반을 되뇌고, 그래도 참기 어려우면 허공을 향해 “콩! 자! 반!”하고 소리치면서 용기를 얻었다고 한다. 아들의 도시락 반찬에 대한 집념, 살아야 한다는 아니 살 수 있다는 희망 변수가 빨래 짜듯 생명을 짜낸 것이 아닌가 한다. 그리고 그가 살 수 있었던 또 하나의 요소가 있었다고 한다. 그가 표류하기 직전 도시락에서 밥풀 50알을 거두어 10알씩 나누어 닷새를 먹었다고 한다. 어느 날 10알의 밥풀을 한 알씩 씹고 있는데, 갈매기가 날아와 앉았다. 정씨는 그 소중한 10알 가운데 세 알을 갈매기에게 보시했다고 한다. 그 극한 상황에서도 보시할 수 있는 심성이 그를 살아나게 한 원동력이라고 말한 사람도 있었다고 한다.
사람의 정신력은 상상외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사례를 자주 듣는다. 이루지 못하고는 차마 눈을 감을 수 없는 일, 꼭 지켜야 할 약속, 해낼 수 있다는 강렬한 희망 등과 같은 일이 있을 때 자신의 생명보다 그 일에 대한 집념이 강하게 작용하여 기적과도 같은 초능력을 발휘하게 되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잃은 것, 남은 것
어떤 남자가 낙엽을 밟으며 공원을 거닐다가 나무 의자에 앉았습니다. 그의 얼굴엔 절망의 그림자가 가득했습니다.
“얼굴이 퍽 안돼 보이는구려. 무슨 슬픈 일이라도 있소?” 노인 한 분이 옆에 앉으면서 말을 걸었습니다. “저의 모든 것이 끝났습니다.” “뭘 다 잃었단 말이요?”
“사업에 실패하여 남은 게 하나도 없습니다. 이젠 희망도 없고 신념도 없고 재기할 나이도 지났고…” 그는 극도의 실망감으로 허덕이고 있었습니다.
노인은 작은 종이와 연필을 꺼내더니 그에게 말했습니다. “자, 그래도 아직 뭔가 남은 게 있을지 모르니 남은 걸 한번 적어봅시다” “다 소용이 없습니다.” “자, 부인이 계시지요?” “물론이죠. 그동안 사업이 어려워도 내 곁을 떠나지 않고 언제나 힘이 되어줬죠. 참 고마운 사람이에요. 그러니 그 사람에게 더 면목이 없답니다.”
“자녀들은 있습니까?” “여럿 있어요. 사업이 바빠 잘 돌보지는 못했지만 잘들 컸지요.” “친구들은 있습니까?” “물론이죠. 이번에 사업에 실패를 했으니 도와주겠다고 하더군요.” “건강은 어때요?” “몸은 아직 건강한 편입니다” “당신은 모든 걸 잃었다고 하지만 이렇게 귀한 재산을 아직 갖고 있습니다. 실망하기에는 아직 이른 것 같습니다” 노인은 종이에 적은 것을 그의 손에 쥐어주며 말했습니다.
“자, 이것을 가지고 새롭게 출발을 해봐요” 종이를 건네받은 그는 노인의 손을 꼭 잡았습니다.
절망하는 이들이 늘어가고 있습니다.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이들도 있습니다. ‘자살’을 다른 쪽에서 읽으면 ‘살자’가 됩니다. 잃은 것보다는 그래도 아직 남은 것들을 바라봅시다. 그리고 감사하며 살아갑시다. (어느 수필가의 말입니다)
이 좋은 말에 무슨 말을 더 언급하겠습니까. 희망을 잃지 않으면 삶의 길이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