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천의 기운과 운명론-장풍득수(藏風得水) 이야기(91)
진대수
풍수가 겸 수필가
(016-624-3694)
일생을 부자로 사는 사람도 있고, 가난하게 사는 사람도 있다. 또 건강하게 일생을 사는 사람이 있고, 병들어 일찍 죽는 사람도 있다. 그런 운명은 무엇 때문에 발생하는 것인지 옛사람들은 너무도 궁금했다. 그래서 사람마다 태어난 연월일시에 따라 운명이 정해져 있다는 명리학이 세상에 널리 퍼졌다.
서양에서도 점성술이 발달하여 태어난 당시의 별자리 위치에 따라 일생의 불행과 행복이 달라진다고 보았다. 이른바 시간적 운명론이다. 그렇다면 과연 사람은 사주에 의해서만 운명이 결정되는 것인가? 쌍둥이도 있고, 같은 시간에 태어난 사람도 무수히 많다. 그렇다면 그들은 모두 같은 흥망성쇠를 거치며 일생을 보내는가? 그렇지 않다. 그럼으로 사주로 보아 사람의 운명을 전적으로 판단할 수 없다. 훌륭한 사람은 그가 태어나 자란 산천의 기운에 의해 만들어진다는 공간적 운명론이다. 산이 수려하면 귀인이 나고, 물이 좋으면 부자가 난다고 하였다.
그렇다면 부모에게서 태어나 같은 지역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형제라면 그들의 운명이 모두 같은가? 잘난 형제도 있고 못난 형제도 있어 산천의 기운만으로 또한 사람의 운명을 예측하기 어렵다. 청오경(靑烏經)에 혈이 길하고 따뜻하면 부귀가 오래가고 반대가 되면 자손이 고독하고 가난해진다고 했다. 풍수학의 목적은 지력에 의해 인생의 번영과 행복을 구하는 것이다. 또 주택을 길지에 지어 행운과 건강을 구하는 일과 조상의 무덤을 길지에 모셔 자손의 번영을 꾀하는 방법이 있다. 땅 속을 흘러 다니는 생기를 받음으로 추길피흉(趨吉避凶) 할 수 있는 혈을 찾는 것이 풍수학의 목적이다. 마을과 도시가 들어선 부지를 선택하거나 부지 내에 생기가 부족하거나 결함이 있다면 지혜를 기울여 살기 좋은 터로 바꾸고자 하는 것 역시 풍수지리학이 일상에 쓰인 방법들이다.
효도는 사람이 지켜야 할 도리(道理) 중에서 으뜸이라 생각했던 조상들은 묘지를 죽은 사람이 거주하는 집이란 뜻에서 유택(幽宅)이라 부르고, 산 사람이 거주하는 주택과 마찬가지로 가꾸고 보살펴야 할 시설물로 중요시하였다. 또 묘지를 좋은 땅에 잡아야 조상의 영혼이 편안하고, 영혼이 편안해야 후손도 복을 받아 행복해 진하다고 믿었다. 여기에는 유교 사상이 한 몫을 하였다. 만약 땅이 불길하여 물이 고이거나, 개미 등 벌레가 시신을 해치면 시신이 불안하여 자손에게 화가 미치어 사망하거나 자손이 끊어진다고 하였다.
주택 역시 땅에 기반을 두고 짓는데, 터와 주위 환경이 사람 살기에 조화로워야 집안에 신령한 기운이 들어와 건강하고 행복하다. 평지 중에서 우뚝 솟아 언덕처럼 된 곳을 더러 호위조응(護衛照應)이라 하여 정기(正氣)가 모였다고 일컫지만, 살림집터로는 불길한 자리이다. 이런 곳은 절(寺)이나, 사당, 신궁(神宮)의 터전이면 감응이 있을 그런 자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