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에 쏙 들어온 책 (2) – 심정원, “노후 대비는 건강할 때 합시다”
아툴 가완디, 어떻게 죽을 것인가 – 현대의학이 놓치고 있는 삶의 마지막 순간(부키, 2015)

누구나 태어나지 않으나 태어난 사람은 누구나 죽는다. 또한 누구나 원하는 삶을 살다 죽을 권리가 있지만 모두 그런 권리를 충분히 누리지는 못한다. 생로병사 중 ‘로병사’를 얘기하기에 적합한 인터뷰이, 심정원 합천재가복지센터 대표를 지난 7월 28일에 만났다. 아래는 그와 나눈 얘기다.
자기소개를 해달라.
-1982년생이고 합천에서 초중고를 다녔다. 대학에서 사회복지를 전공했고 행정학으로 박사과정도 했다. 대구대에서 12년째 사회복지 강의를 하고 있고 외부출강도 하고 있다. 재가복지 사업은 2008년부터 하고 있다. 사회복지 중 노인복지 전문가다.
이 분야를 하게 된 계기는?
-학창시절에 현대무용을 했는데 고등학생 때 발목을 두 번 다치면서 진로를 바꿔야했다. 당시 주위에서 앞으로 사회복지가 중요하다는 얘기를 많이 했고 그래서 시작했다.
『어떻게 죽을 것인가-현대의학이 놓치고 있는 삶의 마지막 순간』을 추천한 이유는?
-쉽게 읽을 수 있다. 죽음을 고민할 때 참고하기 좋은 책이다. 합천재가복지센터 뿐 아니라 합천요양보호사교육원, 합천복지용구센터도 함께 운영하고 있는데 직원들과 워크숍 할 때 이 책을 사주고 읽고 함께 얘기하던 책이기도 했다.
자식들은 부모를 모셔야 하는 때가 오면 내 부모의 안전, 안전한 공간 얘기부터 한다. 요양원에 가서도 이 시설이 깨끗한가에 집중한다. 공간, 시설의 안전함 위주로 보는 시각이 바뀌어야 한다고 본다. 나도 이 일을 처음 시작했을 때는 수혜자가 대소변을 가리지 못하는 때가 오면 시설에 입소시켜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다 나한테 물어봤다. ‘나는 저 상태가 되었다고 해서 시설로 가고 싶을까? 아니라면 왜 그런가?’에 대한 얘기를 이 책에서 잘 풀어내고 있다.
외국 사례이긴 하지만 시설생활의 어려움도 간접경험으로 알 수 있는 책이다. 시설의 이점도 인정하지만 수혜자의 선택권을 중심으로 봤을 때 존중해야 한다는 생각의 전환을 준다. 아프기 전에 부모와 자식이 해야 할, 해둬야 할 얘기다. 건강할 때 부모와 자식이 미리 나눠두면 좋을 얘기, 더 나아가 나는 어떻게 살고 싶은가, 내 노후는 어떻게 보낼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미리 할 수 있는 계기를 이 책에서 얻어 가면 좋겠다.
우리나라의 노인복지는 어떤 수준인가?
-잘 하고 있다. 중복예산 문제는 개선되어야 하고 당장 해결하긴 어려운 문제이기도 하다. 허점을 보완해가는 수밖에 없다. 이 책에서 제안하는 것처럼 시설에 들어가는 비용보다 가정에서 케어하는 비용이 훨씬 덜 들어간다고 나도 생각한다. 우리 지역의 경우 주거비 부담이 대도시에 비해 적고 노인연금 등 기본 지원금이 있으니 지금도 시도해볼 수 있다. 이 시기가 지나면 개별화서비스가 더 세분화될 것이다. 지금은 과도기다. 이렇게도 해보고 저렇게도 해보고 하는 시기. 정책결정권자들의 선호에 따라 다양한 시도를 해보는 시기다. 복지 관련 지출이 늘어나면 세금이 더 늘어나는 건 당연한 수순이다. 베이비부머들이 당사자가 되면 그때부터는 복지비용 감당이 지금보다 더 어려워질 것이고. 해당 시기의 정책결정권자 성향에 따라 가는 점도 있다.
덧붙이고 싶은 얘기가 있다면?
-사생활은 중요하다. 예전에도 그랬지만 지금은 더하고 앞으로는 더할 것이다. 함께 하는 이웃, 가족, 이웃, 공동체와 나누는 소통만큼 사생활도 보장된 삶을 바란다. 사생활도 보장되면서 적절한 케어를 받는 노후를 위해선 결국 자본이 기반이 되어야한다. 활용도가 떨어지는 공간을 재활용하는 마을 단위 돌봄사업이든 새로 단지를 조성하는 돌봄전문 공동체든 각자의 선호에 따라 선택지를 줘야 하고 무엇보다 이젠 당사자가 그러기 바라는 시대다. 그래서 돌봄의 문제도 다양하고 어렵다.
현장에서 보면, 대상자와 우리 사이에 업무 영역이 애매한 부분이 있다. 대상자가 할머니 혼자인데 할아버지와 함께 사는 2인 가구다. 대상자가 할머니니까 할아버지 빨래는 빼놓고 할머니 빨래만 해두고 가는 게 원칙인데, 그게 과연 그 가구를 위해 잘 하는 복지서비스인가의 문제가 있다. 예를 들어 이 가구 담당자가 대상자인 할머니를 위해 할아버지 빨래까지 하면 센터는 원칙을 어겼다는 이유로 사업 환수를 당한다. 제도가 그렇다. 이런 점은 개선·보완되어야 한다. 아이돌봄 현장에서도 유사한 사례가 숱하게 많다. 현실성이 떨어지는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불필요한 논쟁은 줄여주는 노력이 필요하다. /임임분 시민기자
※본 기사는 경상남도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 보조금을 지원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