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 사건’, 법정서 펼쳐진 ‘피해자’ 공방…그 후
시행사 측 “피해자는 금융사” vs 군 “우리가 사실상 피해자”
재판부, 검찰에 ‘피해자 재검토’ 요청
‘득이냐 실이냐’…딜레마 빠진 군
지난 10월 26일, ‘호텔 사건’ 관련해 사기 혐의를 받고 있는 시행사 대표 K씨 등 3명에 대한 공판에서 때 아닌 피해자 공방이 펼쳐지자 재판부가 피해자 재검토를 검찰에 요청해 결과에 따라 향후 이어지는 재판과정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시행사 대표 K씨 등 3명은 군에 의해 경찰에 고발된 이들로 특정경제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위반(사기) 혐의로 구속 기소되어 거창지원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피해자 공방은 군이 해당 재판부에 제기한 이의 신청을 법정에서 재확인하는 과정 중에 벌어졌다.
앞서 지난 9월에 있었던 1차 공판 이후 시행사 대표 K씨가 선임한 A 변호사가 최근까지 활동한 군 고문변호사 출신이란 사실이 알려지자 여론이 들끓었고 군은 재판부를 상대로 피고 변호사 선임이 부적절하다는 취지의 이의 신청서를 제출한 바 있다.
재판부는 공판 진행 중 군의 이의 신청을 언급하며 방청석에 앉아 있던 군 관광진흥과 유성경 과장에게 발언 기회를 부여했다. 유 과장은 이의 신청 사유를 언급하며 “A 변호사는 군 고문변호사 출신이다. 호텔 관련해 고민이 많아서 자문을 여러 차례 받았었다. 관련 내용을 잘 알고 있어서 A 변호사가 K씨 변호를 맡는 건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이어 A 변호사에게 의견을 물었고 A 변호사는 ‘피해자가 군이 아니고 금융사란 것을 알고 변호를 맡게 됐고 군 고발장 내용에 전혀 관여 한 바 없으며 (K씨 변호를 맡기 전) 군 고문변호사 역할도 사임했다’면서 변호사법 등을 검토했지만 이해충돌사유가 없었다는 취지로 입장을 밝혔다. 그는 이어 “K씨의 죄가 늘어날수록 군의 손해가 늘고 죄가 줄어들수록 군의 손해도 줄어드는 구조”라고 말했다. A 변호사 주장은 형사 재판에서 K씨가 유리해 질수록 결과적으로 불법성이 없어져 손해를 끼친 것이 아니게 되며 배상 책임 관계의 군도 유리하다는 해석을 한 것으로 보인다. A 변호사의 말이 끝나자마자 유 과장은 “아니다. 군은 PF 대출 원리금 손해배상 책임 위치에 있다. (K씨의 유무죄를 떠나) 사실상 군이 피해자다”라며 격양된 어조로 맞섰다. 이는 시행사 측이 이미 실행된 대출금을 갚지 못할 경우 군이 변제를 해야 하는 입장에 놓이게 되기에 큰 틀에서 볼 때 피해자임을 주장한 것이다.
피해자 공방 과정을 지켜본 재판부는 군의 이의 신청에 대해 법률적으로 제지할 권한이 없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다만, 검찰 측에게 이번 사건의 피해자 검토를 다시 하라고 말했다. 이로써 최종 피해자는 누구인지 등 ‘피해자’에 대한 검찰의 입장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현재 시행사 대표 등이 피고 신분인 사기 사건 재판에서 공소장에 명시된 피해자는 A 변호사 말대로 PF 대출 대리금융기관이다. 군은 시행사 대표 등을 고발한 주최일 뿐 형사 법정 구조에서 피해자 신분은 아닌 상황이다. 형법 상 사기죄는 사람을 기망하여 재물의 교부를 받거나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했을 경우 성립한다. 다시 말해, 사기 피해자로 성립되려면 재산상의 손해가 있어야 하는데 여태껏 금전 손실이 없는 군이 형사 재판에서 피해자로 해석되기엔 다소 무리가 있다. 군이 피해자임을 주장하기 위해선 ‘사실상’ 혹은 ‘실질적인’ 등의 수식어가 필요하단 의미다.
군과 시행사 측이 맺었던 MOA(실시협약) 서류에는 군의 손해배상 문구가 명시되어 있지만 현재까지 PF 대출 금융기관이 군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지는 않았다. 군 관계자는 “현재까지 호텔 사업에 있어 군 예산으로 집행된 돈은 없다. 대출 원리금에 대해서도 군에서 빠져나간 돈은 아직 없는 상태다. 향후 배상을 해야 되면 손실이 발생된다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군은 금융기관을 상대로 ‘손해배상 채무는 무효’라며 채무부존재 확인 소송(민사)까지 제기한 상태로서 금전적인 손실을 막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물은 엎질러졌다. 재판부 요청에 의해 검찰의 피해자 재검토는 이미 진행 중이다. ‘피해자 범위가 어디까지 포함될지’ 그에 따라 ‘공소장 변경도 이뤄질지’ 모든 것은 미지수지만 만약 검찰이 군을 사기 피해자 범위에 넣게 될 경우 이어지는 재판 과정이 순탄하지만은 않아 보인다. 군이 K씨에 대한 형사 재판에서 사기 피해자가 되면 K씨 ‘사기’ 혐의 입증에 실질적인 기여를 할 수 있겠지만 전제는 군의 재산 손실도 입증되어야 한다. 이는 민사 재판에서 채무부존재 확인 소송을 통해 ‘손해배상 채무는 무효’라는 취지로 대응 하고 있는 군의 입장과 일부 부딪힐 여지가 있다.
즉, 형사 재판에선 재산상 손해를 인정해 실체를 주장하고 민사 재판에선 재산상 손해가 없어야 되는 구조를 주장하는 묘한 상황이 발생될 수 있다는 말이다.
소송 과정을 지켜본 군 법무 관련 담당자는 “민·형사 재판 상 군 입장이 상충되는 딜레마가 있다”고 말했다. 군은 이 같은 상황에 대해 득과 실을 따지며 신중히 법적 검토 중이다.
법정 내 피해자 공방 이후 검찰의 피해자 재검토 상황까지 벌어진 가운데 정작 피해자로 공소장에 명시된 PF 대출 대리금융기관 측은 재판에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고 피해 사실 조사 내용도 증거자료에 첨부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군이라는 공공기관이 손해배상 책임을 지며 수백 억 원의 대출이 실행된 과정을 미뤄 볼 때 금융사는 공공기관을 상대로 한 대출금 회수에도 문제가 없다는 입장에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일각에선 형사 재판이 길어질수록 금융사는 쌓일 이자를 계산하며 관망할 것이란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한편, 시행사 대표 K씨 측은 두 차례 공판이 열렸지만 공소사실을 인정하는지 혹은 부인하는지에 대한 진술을 명확히 밝히지 않아 재판부로부터 재촉을 받은 상태다. 다만, 사실관계에 대해서만 대체적으로 인정한다는 취지를 밝혀 향후 재판 과정에서 사기 혐의를 벗는데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김호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