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마당(오피니언)칼럼

스위스, 그리스와 대한민국

권해조
논설위원

지난 6월 5일 스위스는 일을 하지 않아도 18세 이상의 모든 성인에게는 월 2500스위스프랑(약 300만원), 청소년과 어린이에게는 월 650스위스프랑(약 78만원)을 지급하는 기본소득법안에 대한 국민투표에서 77%의 압도적 반대로 부결시켰다. 물론 스위스 정부도 현재의 3배가 넘는 248조원의 정부지출이 필요하다며 반대의사를 밝혔지만 26개주(canton) 모두에서 반대표가 압도적이었다. 이는 복지 포퓰리즘에 현혹되어 선거 때마다 공짜 복지경쟁을 벌이고 있는 우리 사회에 큰 경종이 아닐 수 없다.
스위스 국민은 이 법이 도입되면 개인들의 삶의 질 향상보다는 근로유인이 감소하고 생산이 떨어져 오히려 경제가 전반적으로 피폐해질 것이란 우려가 압도적 반대로 이어진 것이다. 복지지출이 증가하면 일할 의욕이 떨어져 생산이 줄고, 생산이 줄면 소득이 줄고, 소득이 줄면 조세수입도 줄어들어 정부 재정의 파탄은 물론 나라경제가 어렵게 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번 스위스 국민투표는 근로유발, 생산과 소득, 개인의 건강한 삶, 나라경제 등을 고려한 스위스 국민의 합리적이고 현명한 판단으로 모든 복지국가들이 지향할 목표로서 본받아야 할 표본이었다.
또한, 복지천국으로 불리는 북유럽 국가들도 복지정책을 일 하려는 의지를 북돋아주기 위하여 무상복지에서 일하는 복지로 방향을 바꾸고 있다. GDP대비 복지 비율 20%인 필란드도 작년 말 병가(病暇)수당제를 바꾸어 종전까지는 병가기간 월급전액을 정부가 지급했으나 나이롱환자가 늘어나 지금은 첫날은 무급(無給)으로 하고 다음날부터 80%만 주고 있다. 스웨덴도 모든 노인에게 주던 기초연금을 폐지하고 저소득층 위주로 노인인구 45%에게만 선별지급하고, 임금의 80%주던 실업수당도 65-70%로 줄였다. 덴마크도 실업수당 4년을 2년으로 바꾸었다.
이에 반해 2010년 이후 유럽 PIIGS (포르투갈, 이탈리아, 아일랜드, 그리스, 스페인) 5개국도 경제위기는 심각하다. 특히 그리스는 2004년 아테네 올림픽 개최로 2005년까지 4.5% 수준의 경제성장률을 보였으나, 유로화 도입 후 물가상승, 만성적 무역적자와, 2008년 미국 발 금융위기 영향으로 2010년 국가부채가 3천5백억 유로(약 440조원)로 불어나면서 부채비율이 GDP 80% 넘게 되어 국가 부도위기를 맞았다. 2010년 4월 유로존과 IMF(국제통화기금)에 구조요청과 2012년부터 2차 구제금융 프로그램을 진행하였으나 작년 6월30일까지 15억 유로(약 1조9천억 원)규모의 IMF채무상환을 이행하지 못해 디폴트(채무상황 불이행) 되었고, 작년 7월20일까지 만기인 35억 유로(4조4천억 원)규모의 유럽중앙은행(ECB) 채무상환까지 불이행으로 심각한 상황이다.
그리스의 경제위기 원인은 제조업과 농업이 취약함에도 EU(유럽연합)에 가입하여 수출타격과 물가고, 외국에서 많은 돈을 빌려 공무원연금과 임금인상, 과도한 복지지출과 함께 부유층의 탈세, 공무원과 정부의 만연된 부정부패 때문이다. 공무원이 노동인구의 25%에 아침 8시30분에 출근하여 오후 2시30분에 퇴근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어떤가? 우리나라 1997-1998년 외환위기 경험을 가졌고, 그 이후 신용카드 부실사태와 부동산정책 실패로 부채증가, 경제성장 둔화 등으로 국가 재정 상태는 심각하다. 2015년 기준 정부부채 8732조원을 포함하여 금융법인, 공기업, 민간부채를 합하면 1경 232조원에 달한다. 이는 GDP대비 87.2%로 세계 41개국 가운데 8위에 해당한다. 그런데도 지난 수년간 국회나 지자체에서 선심성 복지정책에 국고를 낭비했고, 지금도 어느 지자체에서는 불필요한 위원회, 홍보요원 신설과 시민의 혈세로 마을 공동체 사업을 벌이고 저소득층 청년들에게 청년수당지급까지 계획하고 있다. 특히 20대 국회가 개원했지만 아직도 국가재정은 고려않고 선심성과 과시용 법안에 치중하고, 최근 여론에 휩싸인 법조비리, 대우조선, 롯데그룹의 부정비리 등을 보면 아무리 선의(善意)로 해석해도 이해하기 어렵다.
복지제도의 최종목표는 국가가 스스로 물질적 삶을 영위할 수 없는 개인을 대상으로 해야 하며, 능력 있는 건전한 개인은 가능한 복지정책의 대상에서 제외해야 한다. 개인의 형편과 무관한 특정집단이나 계층을 대상으로 한 복지제도는 개인의 건강성을 해치고 나라경제를 어지럽게 만든다. 그리고 연평해전 전사자의 보상금 3천~6천5백만 원과, 여행가다 희생당한 세월호 학생에 8억5천~12억 5천만 원 지급은 형평성에 이해하기 어렵다.
앞으로 국회나 정부, 공기업, 지자체도 단기적인 경기부양, 상업성 공익성이 낮은 불필요한 예산은 과감히 줄이고 복지예산은 공정성과 형평성을 고려해야 하며 국민도 선심성 복지공약에 현혹되지 말고 국가재건과 미래발전에 힘을 모아야 한다. 특히 국가예산을 계획하고 집행하는 일선 공무원도 투철한 국가관과 주인의식을 가져야 하며 차제에 스위스와 그리스의 교훈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