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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살이 (1) – 문경자 수필가

하루를 살아도 폼 나게 살자. 하루살이는 떼를 지어 춤을 추며 놀아난다. 사람들은 이리 저리 피해가며 하루살이를 손으로 쫓아 내지만 흥에 겨운 그들은 또 다른 곳으로 날아가 춤사위를 벌인다. 놀이에 빠지면 사람이나 동물이나 나비나 파리나 모기나 모두 다 미친 듯이 날뛰며 가문을 생각지도 않고 노는 데 열중한다. 하루살이도 어느때는 힘들고 어느때는 행복하고 불행 하기도 하다.
아침에 눈을 뜨고 화장실 문을 열고 들어갔다. 아주 익숙한 곳은 앉기만 해도 편안하고 좋아 세상에서 제일 여유로운 공간이다. 눈만 뜨면 제일 먼저 들리는 곳. 간밤에 먹은 것들 영양가 있는 것들은 피가 되고, 살이 되고, 남은 찌꺼기들이 이제 떠날 시간 보내는 것도 편안하고 맘이 개운하다. 항상 앉아 보는 일은 똑 같은데 맘은 온갖 잡동사니 생각으로 어지럽다. 하얀 타일 벽에 검은 색의 무엇이 점처럼 붙어 있었다. 그냥 까만 점인가! 밤새 타일에 누군가 점을 찍어 두었나! 아들이 샤워하다가 비눗물이 튀어 올라 말라서 점이 되었나! 거품은 하얀 색인데 그것을 쳐다보는 맘이 편치 않았다. 슬슬 볼일을 끝내고 살살 발자국을 떼고 오른손을 펴고 무엇인가 잡을 준비. 순간 딱! 하고 때렸다. 아니! 하루살이 아이구 배야 배가 아프다. 이거 참 별것들이 사람을 신경 쓰이게 만드네. 아무것도 아닌데 왜 신경을 쓰면서 때려잡았는지, 내 맘 속에 뭔가 울화통이 들어있었나 보다.
큰 일을 처리하고 맘 편히 나왔다. 식탁위에 날아 다니는 것이 뭔가 하고 눈을 부릅뜨고 보니 또 그 놈의 자식인가 부모인가 하는 것이 한 마리 눈앞에서 얼쩡거렸다. 붙은 놈은 잡기가 쉽지만, 날아 다니는 것은 어려웠다. 죽기 살기로 뛰어다니며 잡으려 다 보니 자취를 감추었다. 그때 전화기 드르르르 진동소리‘안전 안내 문자’강서구에서 실종된 김모씨를 찾는다는 문자가 떴다. 444 집에서 날던 한 마리 하루살이를 찾는다는 광고로 눈이 번쩍 띄었다. 웃음이 나왔다. 식탁 앞에 있는 바나나가 단맛을 풍겼다. 아마도 하루살이가 단 맛 때문에 날아왔나 보다.
하루를 시작하는 일도 똑 같다고 생각을 했는데 그것이 아니고, 날마다 틀리는 구나 하고 생각해 보았다. 오랜만에 육 천 보 걷기를 계획하고 사일 째 되는 날이다. 우체국에 들어가 자동기계에 통장을 넣고 통장에 자동이체 전기세 내고, 국민은행 가서 현금 찾은 다음 산책할 생각으로 양산을 챙기고 집을 나왔다. 비가 두 방울 세 방울 내리더니 굵은 빗줄기가 내렸다. 우체국 일을 보고 나왔다. 직원들은 힘드는데 여기까지 오지 말고 빠른 방법을 알려 준다고 해도 거절을 했다. 밖에 나올 핑계를 만들어 사람구경도 하고, 걷기도 하면 기분이 좋아진다. 정형외과 병원, 약국, 동물병원, 분수대를 지나 신호등을 건너 국민은행에서 현금을 빼고 나왔다. 비가 오기는 계속 오네. 내가 목표를 하고 걷는 길은 신정 네거리에서 고척동 방향으로 가는 코스다. 그곳에는 얕은 산길과 아파트가 있어 나무들이 많아 시원하고 공기도 좋다. 길도 편편하였다. 그곳을 가다 말고 나는 돌아서서 다시 집 주변 장수공원을 걷기로 했다. 점심때가 지나서 배는 약간 고프지만 다이어트를 한다는 생각으로 걸었다. 콩나물 밥집, 치킨 가게, 떡집, 이마트, 순대국밥 집, 순대 집 온갖 먹거리 광고 간판들이 배를 더 고프게 만들었다. 종로 떡집 앞에 걸음을 멈추었다. 노란 콩고물이 묻은 쑥떡이 없어 돌아서서 다시 걸었다.
동네를 돌다 보니 새삼 예쁜 것들이 눈에 들어왔다. 정원이나 아파트단지 꽃 길이며 담장들, 그들의 몸을 빌어서 붙어 사는 담쟁이 가족들을 보며 걸어서 가는 길은 마음을 편안하게 만들어 주었다. 초등생들이 공부를 마치고 밝은 표정으로 친구들과 함께 가는 환한 길을 같이 걷는다는 것이 너무 좋았다. 우리와는 비교가 되지 않지만 그래도 그리운 것은 우리 초등학교의 친구들이다. 몇 명의 아주머니들이 모여 지나가는 남자와 서로 인사를 나누는데 그렇게 친한 사이는 아닌 것 같아 보였는데, 서로 어디서 본 듯한 학부형인가! 아니면 교장 선생님인가 하는 그런 알쏭달쏭한 눈치들이었다. 하루를 살아도 기분 좋게 살다 가는 하루살이처럼 생긴 데로 팔자데로 사는 것이 제일 큰 행복이다. 부지런히 걷다 보니 칠천보를 걸었다. 전화기에 오늘 걸은 기록을 확인해보니 목표달성이었다. 하지만 또 욕심이 생겨 더 걷기로 하였다. 지난번 공원에서 벌레에게 물린 곳이 덜 나아 알레르기 약을 사기 위해 약국으로 들어갔다. 약 이름을 찍은 사진을 보여주었더니 이름만 틀리고 똑 같은 성분의 약은 백 개 회사가 넘는다고 하며, 똑 같은 이름은 없다고 해서 나왔다. 다시 몇 발자국을 지나 다른 약국에 들어가서 말을 했다. 똑 같은 성분은 있다며 다시 한번 이름을 보여 달라고 했다. 설명을 듣고 보니 그 약을 먹어도 괜찮다는 결론을 듣고 2,000원 주고 샀다. 마음에는 좀 걸리지만 약사의 설명대로 한다며 부작용은 없을 거라 믿었다.
비는 약간 내리지만 운동하는 데는 별 지장이 없었다. 동네 입구에 있는 운동기구에 몸을 움직이며 열심히 다리운동을 하였다. 왼손에는 양산을 들고, 오른손에는 가방을 들고 왔다 갔다 하는 기계에 발을 올려놓고 움직였다.100개를 세었다. 비가 오는 데 하는 운동도 재미가 있고, 공기가 좋아 몸이 더 가벼워지는 것 같다. 지나가는 할머니는 힘들게 유모차를 손으로 밀고 가는 모습이 애처롭고, 어떤 부부는 같이 가다가 남편이 의자에 앉았다 가자고 말해도 노랑머리의 부인은 못들은 척 빠르게 앞서 갔다. 숨쉬기가 가팔라 남편은 걸음을 멈추고 후 하고, 허리에 양손을 힘주고 벤치에 앉았다.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부부라도 서로 맞지 않은 맘은 어쩔 수가 없나 보다. 저 부인도 남편이 뭘 잘 못해서 그럴까! 하는 생각을 하며 남의 일에 신경 쓰는 내가 웃겼다. 운동 기구도 세가지를 하고 나니 배는 더 고팠다.
(다음 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