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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살이 (2) – 문경자 수필가

집 앞에 오니 안면 있는 분들이 있었다. 한 분은 휠체어를 타야 하고, 한 분은 그분과 잘 지내며 수시로 도움을 주기도 한다. 몇 년을 인사하고 지내는 사이라 집 들어 가기전에 인사를 했다. 그 앞에 안 보던 리어카 모양의 새물건이 있어 물어보았다. 폐품을 수집을 할 때 쓰는 것인데, 손으로 들고 다니면 힘드니까 리어카에 싣고 다니라고 적십자 마크를 단 젊은 이들이 전해주고 갔다는 말을 하였다. 휠체어를 탄 아저씨가 걸음을 걸을 때도 힘드는데 “저 물건을 갖다 주면 어떻게 쓰라는 거요” 했다. 먹은 것이 부실하면 결국은 눈을 감고 죽는다. 옆집 용만씨도 치아가 없어 못 먹고 죽었다는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무엇이던 먹기만 하면 산다. 입맛을 느끼며 맛있게 먹는 것도 중요하다. 부모님들도 먹지못하고 곡기를 끊으니 돌아 가셨다는 것을 살아오면서 알았다. 90대 노인도 고기도 뜯어먹고, 꼭꼭 씹어서 먹는 것을 보고, 놀랐다며 맛있게 먹는 것이 제일이다 하는 말을 하였다.
집안에 들어와 마침 순이와 통화를 하다가 뚝 끊어졌다.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순이가 보낸 카톡을 읽어 보았다. 혼자 살고 있는 엄마집에 온수보일러 고장 신고를 했다는 연락을 받고 간다는 내용이었다. 다녀와서 상황을 또 전화로 알려 주었다. 순이가 엄마에게 물어보았더니 안방 조절기 고장으로 월요일 부품 가져온다고 했다. 오랜만에 달려온 딸에게 저녁을 먹여 보낸다며 팔순의 엄마는 요리를 하였다. 요리를 하지 말라고 해도 꼭 손수 만들어 먹인다며 파를 썰다가 왼쪽 엄지손가락을 많이 베어 걱정이 된다며 요리하지 말라고 해도 고집을 부려 알아서 한다고 했다. 딸이 엄마 성격을 아니까 그냥 보고만 있었다. 약을 바르고 골무를 끼워야 하지 않을까 해도 알아서 한다고, 반창고도 싫다, 골무도 싫다 해서 약국을 다녀와야 하나 걱정이 되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약국에 가서 후시딘, 손가락 골무, 소화제를 사가지고 가서 약을 바르고 조치를 하고 아파도 참고 만들어 준 만두국을 먹고 집으로 왔다고 했다. 통화를 하다 끊어서 미안했다는 말을 하였다. 순이 엄마도 성격이 강하고 고집이 좀 있긴 해도 딸의 마음도 편치 않았을 것이다. 순이는 하루가 이렇게 해서 지나가는데, 너도 밥 챙겨 먹고 또 연락하자 뚜~우 혼자 생각해보니 하루살이가 이렇게 생각하지 않은 일이 벌어지는 것도 일상이다. 순이 엄마는 하루를 아프게 보냈다. 누구에게 뭐라고 할 수도 없었다.
저녁을 먹어야 할까! 굶어야 할까! 밥순이가 밥을 굶으며 합천신문에 나올 일이다며 놀리는 동네 친구들 목소리가 하루살이처럼 떼거지로 몰려올 것 같았다. 도무지 먹고 싶다는 의욕이 일어나지 않아 놀랐다. 아무 일도 없는데 왜 그럴까 혼자 곰곰이 생각하고 있는데 큰 아들이 퇴근을 하고 집에 왔다. 성격이 급해서 저녁을 차려 주어야 했다. 글을 쓰다가 나가서 “혁아 저녁은 돼지 넣은 김치찌개, 아니면 돼지 양념 불고기 중 뭘 해줄까?” 물어보았다. 돼지 불고기를 굽는데 오늘따라 양념이 튀었다. 열심히 타지 않게 굽고 있는데 하필이면 일일 연속극 하는 시간이다. ‘하늘의 인연’을 보면서 왔다 갔다 했다. 주인공이 죄를 뒤집어쓰고 죄수들과 버스를 타고 가는 중에 유치원 다니는 딸과 잠깐 상봉을 하는 장면. 둘이 안고 우는 모습을 보니 눈물이 났다. 고기가 타는 줄도 모르고, 노릇하게 잘 구워서 다행이었다. 울고 나니 속이 시원하다. 아들이 볼까 얼른 맑게 웃으며 “혁아 밥 먹어”했다. 나는 뭘 먹지. 고민이네. 하루가 끝나고 먹는 저녁을 단단히 먹어야 배가 불러 잠도 푹 잘 것 같았다. 억지로 먹는 밥은 맛이 있을까 혼자 생각하며 김치 찌개, 깻잎, 가지나물, 김, 절인 오이지 반찬을 식탁에 널어놓고 쌀밥을 한 공기 펐다. 많이 먹으면 살이 찌는데 딱 한 숟갈을 드러내니 밥이 작아 보였다. 처음 한 숟가락을 김에 말아서 먹었다. 생각보다 고소하고 입맛이 당겼다. 운동을 하고 밥을 먹어서 그런지 하루의 피로가 풀렸다.
텔레비전 오후 9시 뉴스에서 전하는 오늘 하루 사건, 사고, 보도를 보니 다양한 내용들이 있었다. 하루살이가 지나고 나니 살아가는 평생동안 기쁘고, 행복하고, 아름답고, 슬프고, 아쉽고, 힘들고 하는 삶은 하루를 잘 견디며 살아가는 일이다. 하루살이의 글을 끝맺는다. 바나나 껍질 주변을 돌고 돌아 하루살이도 웃으며 오래 살게 그냥 두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