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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키우는 캥거루 – 노덕경 수필가

K 사장이 근자에 보이지 않는다. 소식통에 의하면 병원에서 종합검진 결과 간암이 판정되어, 서울의 큰 병원에서 일부 절제 수술을 했고, 다른 곳에 전이되어 방사선 치료받느라 병원에 있다고 한다. 그로 인하여 걷지도 못해 휠체어에 의존하는 처지라 한다.
K 사장의 연로하신 어머니도 치매로 오래전부터 요양병원에 모셨다. 가장의 항암치료가 오래되어 병간호하던 아내마저 지친 나머지 우울증까지 와서 병원치료를 받고 있다. 이제는 회사며 가정이 풍비박산될 위기인데 자식들은 네 몰라라 하고 있단다.
오래전, 호주 뉴질랜드로 연수를 갔었다. 호주는 태고의 자연을 간직하고 온화한 대륙성기후로 살기 좋은 나라다. 광활한 대륙에 인구가 적어 국토의 효율을 높이기 위해 150개 국가에서 이민을 받아들여 다민족이 살고 있다.
호주의 자랑인 ‘와일드 라이트공원‘ 동물원에는 캥거루, 코알라, 에뮤, 악어, 등, 울타리에 들어가 관찰할 수 있다. 캥거루가 뛰어놀다 위협을 느끼면 엄마의 배, ‘육아낭’에 들어간다. 캥거루 자체가 미숙하게 태어나 주머니에서 6개월에서 1년간 자라면 독립시키는 동물이다.
방사선 치료 중인 K 사장은 어려운 시기에 궁핍한 농촌에서 태어나 춥고 배고프게 자랐다. 중학교 졸업하자 호구지책으로 도시의 섬유공장에 직공으로 들어가 열심히 기술을 배웠다. 결혼하여 가난의 한을 자식들에게는 물려주지 않으려고, 곰팡이가 피는 지하실에 낡은 직기 2대로 하청을 시작하여 사업을 일으켰다. 돈벌이에 전력투구하다 보니 자녀들의 교육을 등한시했었다.
산업의 근대화로 우리는 잘사는 나라가 되었다. 대학 학자금을 공무원, 대기업, 중소기업까지 직장인 자녀들에게 모두 지급하고 있다. 공짜로 대학을 갈 수 있으니 대학도 우후죽순 생겨났다. 전문대, 단과대학이 대학교로, 학장이 총장으로 개편되고 대학의 학·석사, 박사가 쏟아져 인력은 많아졌다. 그러나 그들이 갈 곳은 그렇게 많지 않다.
젊은이들은 대학 졸업하면 양복에 넥타이 매는 대기업만 선호하고, 중소기업은 쳐다보지 않는다. 그러하니 대기업은 입사 경쟁이 치열하고, 중소기업은 사람이 없어 외국인 근로자가 아니면 공장 문을 닫아야 할 실정이다.
K 사장은 자녀들을 자유분방하게 키웠다. 맏딸은 대학 졸업 후에 취업하였는데, 직장에 얽매이기 싫어 사직하고 집에서 놀면서 인터넷쇼핑으로 소일한다고 했다. 불혹이 넘기자 부모는 걱정이 되어 결혼을 독촉하면 마음에 차는 남자가 없다고 한다.
둘째 아들도 대학 졸업 후에 대기업의 여기저기에 입사원서를 넣더니 떨어지고는 빈둥빈둥 놀면서 일하지 않는다. 부모가 하는 회사를 맡아 달라고 애원해도 규모가 작아 시시하다며, 방에 뒹굴며 컴퓨터 게임하고 밤이면 외출하는 것이 유일한 일과다.
TV 교육 프로그램에서 본 적이 있다. 미국의 저명 정치인, 경제인 자녀들이 방학을 맞아 접시를 닦아 용돈을 스스로 해결하여 교훈을 주었다. 부모들이 잘 살고 있지만, 자식들에게 노동의 신성함과 땀의 대가를 알려주고, 자립심을 키우기 위한 부성애였다.
자녀들의 장래를 위해, 어릴 적부터 자립심을 가르쳐야 한다. 성년이 되면 부모 품을 떠나, 스스로 각자 진로를 정하고 공부하여 좋아하는 직업과 직장, 행복한 가정으로 홀로서기를 해야 한다.
K 사장은 나름대로 사업에 성공하여 회사 경비 처리를 위해, 아들딸을 자기 회사에 적을 올려서 일하지 않고도 월급을 준다고 했다. 월급이 도리어 자녀들의 자립심을 저해하는 일이 되었지 않나 싶다.
머리 큰, 자식들에게 결혼하라고 하니 요즘은 자동차와 집이 있어야 연애도 결혼할 수 있다고 해서, K 사장은 자동차와 아파트를 사주었다고 했다. 그런데 요즘, 부모의 잔소리 듣기 싫어, 이제는 집에 들어오지 않으니, 이산가족이 되었다며 볼멘소리를 했다.
K 사장은 골프 회원권이 있어 근교 골프장에 자주 출입했다. 필드에 나가면 친구들의 자녀들은 공부도 잘하고, 좋은 직장에 취업하고, 결혼하여 잘살고 있다는데 자기애들은 하나도 끝매듭을 못 했다며 넋두리를 했다. 답답해서인지 담배도 자주 피우고, 술도 많이 먹었다. 그러한 생활이 오래 지속 되드니 결국 탈이 나고 말았다.
캥거루가 미숙하게 태어나 ‘육아낭’에서 성장하면 내보내듯, 자녀들의 성장에 관심을 두고 품 안에 키울 것이 아니라, 어릴 적부터 자립심을 키워주고, 대학을 졸업하면 독립시켜야 한다. 자녀들에게 물고기를 잡아다 줄 것이 아니라 낚시하는 방법을 가르쳐야 한다는 옛 어른들의 말씀이 떠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