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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백지 구형’, 1심 판결 앞둔 김 군수… 유사 판례 있었나

檢, 불기소 처분에 이어 ‘백지 구형’까지…배경 두고 해석 분분
최근 5년 간 재정신청 11만 7810명…재판 사례 중 공직선거법 단 9명 뿐
선거법 위반→재정신청 인용→백지 구형…통계 자료 없다는 대검
식사 동석했던 증인 A씨, ‘과태료 재판 결정 통보서’에 또다시 이의제기
김 군수 “남은 임기 동안 합천군민에게 봉사…선처를 부탁한다”

검찰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재판 받고 있는 김윤철 군수에 대해 별도의 형량 구형 대신 이른바 ‘백지 구형’으로 불리는 ‘적의 판단’을 재판부에 요청했다.
지난 11월 30일 창원지법 거창지원에서 열린 김 군수 등의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사건이 법원의 공소 제기 결정에 의해 진행된 만큼 재판부에서 법률과 절차에 따라 판단을 내려 달라”고 말했다.
검찰 측의 ‘백지 구형’을 두고 각계의 해석이 분분하다. 일각에선 검찰이 불기소 결정한 것에 이어 봐주기 구형이란 말도 나온다. 사실상 ‘백지 구형’은 ‘죄가 있다 혹은 죄가 없다’를 담은 의미라기 보단 법원의 판단을 전적으로 맡긴 만큼 ‘봐주기 구형’과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검찰 측은 공판정에서 ‘절차에 따라 진행된 재판에 성실히 임해왔다’고 밝혔지만 이미 지난해 불기소 처분 결정을 내린바 있어 그 연장선에서 형량을 언급하기가 곤란했을 것이란 해석도 나오고 있다.
김 군수 등은 6ㆍ1지방선거가 열리기 전인 지난해 3월, 선관위 소속 공정선거지원단 2명에게 식사를 제공함으로써 기부행위를 했다며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됐다.
앞서 관련 내용에 대한 선거관리위원회의 고발(2022년 4월)이 있었고 검‧경이 수사 절차를 거쳐 김 군수에 대해 혐의가 없다며 불송치‧불기소 처분을 내리자 이에 불복한 선관위 측의 재정신청이 있었고 부산고등법원이 인용하며 김 군수 재판이 열리게 됐다.
재정신청 제도는 검찰의 불기소 처분에 대한 사법부의 견제 제도로 알려져 있지만 실제 재정신청 인용을 통해 공소 제기가 결정되는 사례가 매우 저조해 정치ㆍ언론계 등으로부터 실효성 지적을 받아 왔다. 재정신청 인용 과정과 절차가 까다로울 뿐만 아니라 법원이 이를 인용하면 검찰은 형사소송법에 따라 공소를 제기해야 해야 한다는 구조 속에 검찰 고유의 기소권을 사법부가 월권하는 게 아니냐는 따가운 시선도 있어왔다. 게다가 물리적으로 연간 1700만 건이 넘는 사건(2018~2022, 5년 평균)이 접수되는 법원 입장에서 부담스러울 수 있는 제도인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실제로 본지가 대법원 사법연감을 통해 재정신청 사건을 분석해 본 결과, 2018년부터 2022년까지 최근 5년간 재정신청사건 신청된 인원은 총 117,810명이었고 그에 비해 재정신청 인용과 함께 공소 제기가 결정 돼 재판을 받은 수는 591명이었다. 이 중 세부적으로 김 군수처럼 공직선거법 관련해 재정신청이 인용되며 재판을 받은 인원은 단 9명에 불과했다. 김 군수 재판은 2023년에 결정된 관계로 직전 해 통계를 집계하는 사법연감 특성상 분석된 인원수에 포함되진 않았다.

재정신청사건 누년비교표(출처: 대법원)

(1면에 이어서)
본지는 최근 5년 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재정신청 인용 과정을 거쳐 공소 제기된 9명의 재판 결과와 검찰의 ‘백지 구형’ 여부 등을 파악하기 위해 대법원과 대검찰청에 상세 자료를 공식 요청했다. 대법원 측은 “재정신청이 인용되어도 (다른 사건번호로) 공소 제기된 다른 사건들과 마찬가지로 진행된다. 재정신청으로 인용되어 공소 제기된 사건인지 알 수 있는 방법이 없다”고 밝혔고 대검찰청 측은 “별도 관리하고 있지 않는 자료”라며 자료 제출이 어렵단 회신을 보내왔다.
이처럼 공직선거법 위반, 재정신청 인용, 적의 판단(백지 구형)등 3가지 요소를 만족하는 과거 확정 판례를 찾는 것은 사실상 힘든 구조다.
다만, 최근 거제시장에 대한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한 1심 재판이 3가지 조건을 만족해 유사 판례로 해석이 가능하다. 상세 혐의라는 조건을 배제한 채 재판이 이뤄진 과정을 살펴보면, 거제시장 역시 지난 6‧1지방선거 직전 거제시 선관위 측으로부터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고발당해 수사를 받았다. 이후 검찰이 불기소 처분했지만 선관위의 재정신청을 인용한 법원의 결정에 따라 결국 재판이 열렸다. 해당 1심 재판에서 검찰은 이른바 ‘백지 구형’을 했고 창원지검 통영지원 재판부는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11월 30일). 거제 시장 측은 12월 6일 항소장을 제출한 상태다.
2023년 대법원 사법연감(2022년 기준) ‘형사공판사건 죄명별 재판 인원수표’를 살펴보면, 공직선거법 위반죄를 다투는 1심 재판의 경우 총 처리 인원수는 889명이었고 이 중 무죄 판결을 받은 인원은 31명에 불과했다. 같은 죄명 항소심의 경우 총 처리 인원수는 141명이었고 이 중 항소 기각된 인원은 81명에 달했다. 이 같은 통계 역시 전체 공직선거법 위반 관련 재판 통계일 뿐 세부적으로 재정신청 인용을 거친 재판이었는지 여부를 파악할 순 없었다.
지금까지 김 군수 공판정에 출석한 증인 4명은 모두 당시 선관위 소속 근무자들이었다. 이 중 김 군수와 식사 자리를 함께 했던 증인 A씨는 식사 제안 주체를 두고, 선관위 조사 시엔 ‘김 군수가 제안한 자리’라는 취지로 말했지만 법정 증인으로 출석해선 “내가 식사 자리를 제안한 것”이라며 반대되는 진술을 하기도 했다.
당시 식사 자리에 동석했던 A씨를 포함한 선관위 공정선거지원단 근무자 2명은 선관위로부터 과태료를 처분 받고 해임됐지만 이의제기해 거창지원의 약식 절차가 진행됐고 지난 11월 말 ‘과태료 재판 결정에 관한 통보서’가 선관위에 전달된 것으로 확인됐다. 선관위 관계자에게 통보서 내용을 묻자 “통보서를 받은 건 사실이지만 이의제기 등의 절차도 남아있고 김 군수 재판 등이 진행되고 있는 관계로 내용을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법원 상대 취재 결과 A씨는 약식 절차를 거친 과태료 결정 통보 내용에 대해서도 이의제기를 했고 내년 1월에 심문 기일이 잡혀 정식 재판이 열릴 예정인 것으로 확인됐다. 선관위가 공직선거법을 근거해 A씨에게 처분했던 과태료는 100만 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김 군수는 마지막 진술에서 “경솔한 행동으로 재판을 받게 돼 군민을 비롯해 많은 분들에게 죄송하다”며 “앞으로 남은 임기 동안 합천군민에게 봉사하고, 지역사회 발전을 위해 노력할 수 있도록 선처를 부탁한다”며 진솔하게 호소했다.
선출직 공무원은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벌금 100만 원 이상의 형이 확정되면 직을 상실하게 된다. 대다수의 군민들이 재판 결과를 주목하는 이유다. 재판 결과에 따라 지자체 수장의 공백으로 인한 막대한 행정 손실이 우려될 수 있는 만큼 재판부의 고민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김 군수에 대한 1심 선고는 12월 14일 오후 2시 거창지원 제1호 법정에서 열린다. /김호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