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허원군성유심문(紫虛元君誠諭心文) – 권해조 논설위원
다사다난했던 2023년 계묘(癸卯)년을 보내고 청룡의 해 2024년 갑진(甲辰)년 새해를 맞게 되었다. 얼마 전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사전출판사인 메리엄웹스터가 올해의 단어로 ‘진짜, 참된, 진정한’ 이란 뜻의 ‘어센틱(authentic)’을 선정했다. 인공지능(AI)이 만드는 딥폐이크 시대 ‘진짜의 위기’를 반영한 단어다. 영국의 소설가 조너선 스위프트가 “거짓말이 지구 반 바퀴를 도는 동안 진실은 신발을 신고 있다”고한 말이 있듯이 가짜의 확산 속도가 진짜보다 훨씬 빨라졌다. 최근 이스라엘 기관에 따르면 “전쟁 관련 소셜미디어 계정 5개 가운데 1개가 가짜”라고 하듯이 요즘의 전쟁도 가짜정보와의 전쟁이기도 하다.
그리고 우리나라도 12월 10일 전국 대학교수들이 선정한 올해의 사자성어를 ‘견리망의(見利忘義)’를 꼽았다. 전국 대학교수 1,315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 결과 응답자 396표(30.1%)의 지지하였다고 한다. 이는 “지금 우리 사회는 이런 견리망의의 현상이 난무해서 나라 전체가 마치 각자도생의 싸움판이 된 것 같다며” 정치인들은 나라를 바르게 이끌기보다는 자신이 속한 편의 이익을 더 생각하는 현 세태를 꼬집은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다음 2위는 335표(25.5%)를 얻은 적반하장(賊反荷杖)이었다. 이는 “도둑이 도리어 매를 든다.”는 말로 잘못한 사람이 잘한 사람을 도리어 나무란다는 뜻이다. 한편 갑진년 새해에도 국제적으로 우크라이나 전쟁과 이스라엘 하마스 전쟁이 지속되고 국내적으로도 4월 총선 등 혼돈의 한해가 예상된다.
필자는 올 한 해를 마무리하고 새로운 한 해를 맞이하면서 명심보감 정기편(正己篇)에 있는 자허원군성유심문(紫虛元君誠諭心文)으로 대신하고자 한다. 이 글을 도가(道家) 사람 자허(紫虛)가 지었으며, 원군(元君)은 도가에서 여자 등선자(登仙者)에 대한 칭호로 여신선(女神仙)으로 알려져 있다. 그리고 신선에는 여신선과 함께 진인(眞人)이란 남신선(男神仙)도 있다. 성유심문을 풀이한다면 ‘참으로 마음을 개유하는 글, 정성껏 타이르는 마음의 글’이란 뜻이다. 한편 불교에서는 이글의 출처는 밝히지 않고 ‘마음을 다스리는 글’로 알려져 있다. 명심보감에 실린 원문 내용은 다음과 같다.
자허원군성유심문(紫虛元君誠諭心文)에 왈(曰) 복생어청검(福生於淸儉)하고, 덕생어비퇴(德生於卑退)하고, 도생어안정(道生於安靜)하고, 명생어화창(命生於和暢)하고, 환생어다욕(患生於多慾)하고, 화생어다탐(禍生於多貪)하고, 과생어경만(過生於輕慢)하고, 죄생어불인(罪生於不仁)이니.
<자허원군성유심문>에 말하기를 “복은 검소하고 맑은 데서(깨끗하고 사치하지 아니하고 순수한 곳에서) 생기고, 덕은 천하고(겸손하고) 사양하는 데서 생기며, 도는 편안하고 고요한 데서 생기고, 명(생명)은 순하고 사무치는(마음이 부드럽고 밝은 곳) 곳에서 생긴다. 근심은 욕심이 많은 데서 생기고, 화(재앙)는 탐욕을 많이 내는 곳에서 생기고, 잘못은 게으름과 경솔하고 교만 한데서 생기고, 죄(죄악)는 어질지(착하지) 못 한데서 생긴다.”
계안막간타비(戒眼莫看他非)하고, 계구막담타단(戒口莫談他短)하고, 계심막자탐진(戒心莫自貪嗔)하고, 계신막수악반(戒身莫隨惡伴)하라. 무익지언(無益之言)을 막망설(莫忘說)하고, 불간기사(不干己事)를 막망위(莫妄爲)하라.
“눈을 경계하여(가다듬어) 남의 그릇됨을 보지 말고, 입을 경계하여 다른 사람의 결점(단점)을 말하지 말고, 마음을 경계하여 탐내고 성내지(꾸짖지) 말며, 몸을 경계하여 나쁜 사람(벗)을 따르지 말라. 유익하지 않은 말을 함부로 하지 말고, 나에게 관계없는 일을 간섭(부질없이 참견)하지 말라.”
존군왕효부모(尊君王孝父母)하며, 경존장봉유덕(敬尊長奉有德)하고, 별현우서무식(別賢愚恕無識)하라. 물순래이물거(物順來而勿拒)하고, 물기거이물추(物旣去而勿追)하고, 신미우이물망(身未遇而勿望)하고, 사이과이물사(事已過而勿思)하라. 총명(聰明)도 다암매(多暗昧)요, 산계(算計)도 실편의(失便宜)니라 손인종자실(損人終自失)이오, 의세화상수(依勢禍相隨)라,
“임금을 높이어 공경하고 부모에게 효도하며, 웃어른을 삼가 존경하고 덕이 있는 이를 받들며, 어질고 어리석은 것을 분별하고 무식한 자를 꾸짖지 말고 용서하라. 모든 일이 순리로 오거든 물리치지(거절) 말며, 이미 지나갔거든 쫓지(잡지) 말고, 몸이 불우에 처해도(대접을 받지 못해도) 바라지 말며, 일이 이미 지나갔거든 생각지 말라. 총명한 사람도 어리석을 때가 많고, 계획을 치밀하게 세워 놓았어도 편의를 잃을 수가 있다. 남을 손상케 하면 자기도 손실을 입을 것이요, 권세(세력)에 의존하면 재앙이 따를 수 있다.”
계지재심(戒之在心)하고, 수지재기(守之在氣)라. 위부절이망가(爲不節而亡家)하고 인불렴이실위(因不廉而失位)니라 권군자경어평생(勸君自警於平生)하나니 가탄가경이가외(可歎可驚而可畏)니라 상림지이천감(上臨之以天鑑)하고, 하찰지이지기(下察之以地祇)라. 명유생법상계(明有王法相繼)하고 암유귀신상수(暗有鬼神相隨)라. 유정가수(惟正可守)요, 심불가기(心不可欺)니 계지계지(戒之戒之)하라.
“경계함(주의)은 마음에 있고, 지키는 것은 기운에 있다. 절약하지 않으면 집이 망하고, 청렴하지 않으면 지위를 잃는다. 그대에게 평생을 두고 스스로 경계할 것을 권고하나니 가히 놀랍게 여겨 경계하고 두려워할(신중히 생각)지니라. 위에는 하늘의 거울이 임하여 있고, 아래에는 땅의 신령이 살피고 있다. 밝은 곳에는 임금의 법이 있고, 어두운 곳에는 귀신이 따르고 있다. 오직 바른 것을 지키고 마음은 가히 속이지 못할 것이니 경계하고 경계(주의)하라.”고 하셨다.
이 글은 그 옛날 중국 도가의 한 여 신선이 쓴 글인데도 현세에도 마음에 와닿는다. 합천신문 독자들도 한 해를 보내고 또 새로운 한 해를 맞이하면서 이글을 되새기며 마음의 양식에 보탬이 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