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 있는 단상, “빈숲의 노래” – 그냥
그냥 웃는 것이다
따지지 않고
셈하지 않고
그냥 가만히 미소 지어보는 것이다
빙그레 웃으며
가슴이 따스해지는 걸 그리 느껴보는 것이다
따스해진 가슴에게
그 가슴을 지닌 한 존재에게
고맙다고 그냥 말해보는 것이다
살아있음에 대해
그리 고마워할 수 있음에 대해
그런 다음 절로 촉촉해진 눈을 들어
눈길 가닿는 것마다 고맙다고 말해보는 것이다
이 모든 것이 있어
지금 여기 한 존재가 이리 살아있는 것이라고
한 존재가 있어
경험하는 한 세상이 또한 있는 것이라면
그 존재를 살아있게 하는 이 세상
얼마나 고맙고 눈부신가
손길이 스치는 것마다
발길이 머무는 것마다
고마움 가득 담아 그 모두가
그저 잘 되기를
그냥 행복하기를 축복하는 것이다
구분 없이 비추는 저 햇살처럼
가림 없이 품어 안는 저 바다처럼
나날을 그저 고맙고 기쁘게
나와 세상을
그냥 미소 한 자락으로 품어 안는 것이다
여류 이병철 시인